지난 겨울의 어느 날
아침 햇살이 어지럽게 저의 눈을 파고들어
잠이 덜 깬 눈으로
의식의 반은 여전히 이불 속을 뒹굴고 있을 때
문득 창문 가득한 서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떠오른 한 사람의 모습.......
삶에 지쳐서 한참 동안 잊고 있었던 아버님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저는
오래 전에 써두었던 시 중에서 한 편을 꺼내들었습니다.
볼품없지만, 시를 쓰던 당시에는 참 격정에 빠져 있었나 봅니다.
그날의 느낌이 새록새록 살아오네요.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3주기도 다고 오고 해서....
성에(1)
창문엔 지난 밤 내내
나를 부르는 당신의 영혼이 하얗게 얼어 있다.
얼마나 애태웠으면 온몸이 이렇게 갈라졌을까.
다시 열리는 하늘에 어느 어둠이 있어
승냥한 이승의 한 밤을 어떻게 지새웠을까.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나에게
당신은 얼마나 목청이 터지고 그리움의 이름으로
또 얼마를 추위 속에 서성였을까.
창문에 손을 대 본다 살을 에는 한기
그랬었구려, 당신의 외로움이 그대로 돌아갈 수 없어서
꿈도 없는 밤을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이렇겐들 불러 보지 않으면 잠들 수 없어
한 밤을 꼬박 거기서 울어 옜구려.
오래 전에 썼고 인터넷에도 올린 시였지만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의연하셨던 아버님의 모습 뒤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아픔과 고통이 있었지 않았나 지금에야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지요.
그래서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 아닐까요?
인간은 보내고 나야 그 순간의 중요성을 깨닫는 종족인가 봅니다.
여러분들, 부모님 살아 계실 때에 효도 많이 하세요.
가고 나시면 아무리 돌이켜도 단 1초의 만남도 없답니다.
저도 아버님이 걸린 병과 비슷한 병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삶이란 견대내는 것이지 극복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여러 가지로 세상이 시끄럽지만
이번 주말만은 어느덧 많이 늙어버린 부모님을...
삶에 지쳐서 소파에 누워 TV 리모콘만 만지작거리는 부모님의 하루하루를...
한 번쯤 생각해보시는 것은 어떠실지요?
그 모든 것도 운명일까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