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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1 22:50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안철수 교수와의 대선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단순히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이 후보가 되고 정권을 장악하는 차원이 아니라 함께 연합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고문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앞으로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텐데, 저는 (단일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박근혜를 상대하기 위한 대선 전략의 일단을 밝혔습니다.
이제 문재인이 안철수를 향해 공을 던졌고 이 공을 안철수가 받느냐 마느냐의 선택만 남았습니다.
과연 문재인이 던진 공을 안철수가 받아들까요?
이들의 조합이 과연 최상의 선택일까요?
햄릿의 입장이 된 안철수 교수와 공을 던진 문재인 고문과의 조합에 대해서 그 장단점을 살펴 볼까 합니다.
복지국가 건설과 사회안전망 확대, 경제민주화와 참여 민주주의의 회복이 시대정신이라고 믿는 저는 이 조합에 대해 찬성하는 쪽이지만...
이 조합이 무도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그에 협력했으면서도 다시 의회를 장악한 새누리당에 대한 견제로써의 최상의 선택인지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먼저 문재인-안철수 조합의 장점은 마르크스가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처럼...
정치가 하는 일의 80~90%가 경제에 관한 일임을 고려하면 둘의 조합은 환상의 짝꿍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1인당 국민소득이 2만에서 2만5000달러 사이에 있는 국가가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정치와 경제면에서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개발도상국의 선두에 섰던 국가들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2만5000달러에 갇혀 선진국 진입에 실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국가들은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거나, 아니면 정반대의 경우 때문에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했는데...
문재인과 안철수 조합은 이런 중진국의 함정에서 대한민국을 벗어날 수 있게 할 수 있는 최적의 연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런 분석에는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두 사람 모두 인격적인 면에서 정치지도자로써의 자질과 훈련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정치철학자들의 교수인 플라톤은 “우리가 함께 이러한 (욕망의 절제에 관한) 훈련을 충분히 실행하고 나서 만일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가서 정치에 나서도 좋을 것”이라 하면서...
정치지도자의 덕목을 지혜, 용기, 정의, 절제로 꼽은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공자 또한 정치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써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그 처음에 두지 않았습니까?
문재인과 안철수는 이런 면에서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자신의 욕망과 탐욕을 조절하고 절제하는 훈련을 충분히 한 사람들이니 대한민국의 지도자로써 충분한 자격을 갖춘 셈입니다.
우리가 두 사람의 삶의 궤적을 쫓아가 보면, 미셀 푸코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욕망과 쾌락의 절제에 대해 『성의 역사』에서 말했듯이...
두 사람은 “더 이상 욕망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절도 있게’ 욕망하는 사람, ‘그래야 하는 것 이상으로도’ 욕망하지 않고 ‘그리하지 말아야 하는 때에’ 욕망하지도 않는” 상당한 절제력의 소유자들임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이명박 정권과 구 한나라당(그 나물에 그 밥인 새누리당이라고 다를까?)이 보여준 온갖 비리와 탐욕, 거짓과 굴종의 행태와 비교하면, 비교하기도 전에 답이 나오지 않습니까?
두 번째는 두 사람이 고 노무현 대통령과는 달리 확실한 지지층이나 세력이 형성돼 있다는 것입니다.
중복되는 지지층이 많다고 해도 둘이 합치면 박근혜를 추월하고도 남을 만큼의 정치경제적 스펙트럼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는 대통령과 총리라는 두 직위를 놓고 볼 때...
문재인은 국정 경험이 풍부하고 안철수는 현실 경제에 대한 경험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정치와 경제가 따로 땔 수 없는 현대국가에서 둘의 조합은 죽은 마르크스가 봐도 감탄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네 번째는 두 사람이 현 보수 세력들의 전매특허이자 전가의 보도인 ‘빨갱이’에서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문재인은 특공대 출신의 인권 변호사였고 안철수는 진영논리를 거부할 정도로 탈 이념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그 둘에게 색칠을 하려 해도 먹히지 않을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지금까지 그들이 보여준 성향이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지도자의 조합으로써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 왔다는 것입니다.
문재인은 노동자와 농민들의 인권을 변호함으로써, 안철수는 자신의 재산 반을 이미 기부한 것으로써 이를 증명해온 사람들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하지만 이 둘의 조합에도 약점은 존재합니다.
문재인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과...
안철수는 정치적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박근혜 만큼 권력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는 일반적 선입견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란 지독할 만큼의 권력에 대한 의지가 강해야 할뿐만 아니라 정치공학적 계산에서도 냉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둘의 이미지는 너무 깨끗하고 선비 같다는 것에서 현실 정치가 보여주는 혼탁한 표상으로써의 냉철함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것은 홉스가 창조한 절대 권력의 괴물로써의 『리바이어던』과...
술수와 조작, 채찍과 당근 같은 국민 통제의 기술로써의 정치를 강조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만들어진 왜곡된 정치지도자의 표상이지만...
그것에 익숙해 있는 국민들에게 정치지도자로써의 강인함과 추진력, 냉철함을 보여줄 수 있는지도 하나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특히 경향과 한겨레를 제외하면 언론과 방송이 현 정권과 새누리당에 장악된 상황에서 두 사람에게 가해질 보수 진영의 융단폭격은 두 사람의 조합에게는 가장 큰 장벽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매스 미디어 시대의 정치지도자란 그 성공의 기준이 이미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수첩공주니 얼음공주니 하는 박근혜가 필패의 상황에서 언론과 방송의 도움을 받아 형성된 이미지로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어낸 것이 아닙니까?
이런 면에서 불 때 이명박의 방송 장악은 박근혜와 새누리당에게 천군만마와 같은 지원병이기 때문에...
이명박은 퇴임 이후에도 자신을 보호해줄 확실한 보험은 확보해둔 셈입니다.
누가 압니까, 이번에는 상당수의 아나운서와 기자, PD들이 신의 계시를 받아 파업에서 이탈해 방송국에 복귀할지?
마지막으로 진보 성향의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에 대해 언급하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죠지 레이코프와 로크리지연구소가 공동으로 출간한 『프레임 전쟁』을 보면...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투표할 때 네 가지 주요한 신화 - 라벨 신화, 선형 신화, 중도 신화, 주류 신화 - 에 근거한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라벨 신화는 “유권자들에게 자유주의자(진보), 중도파, 보수주의자라는 세 라벨 중의 하나를 자신에게 할당하도록 요구하는데, 이것만큼 근거가 부족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대통령을 뽑을 때 이념에 근거해 투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선형 신화는 ‘중심’의 개념 뒤에 숨어 있는 것으로, 진보주의자들이 승리하길 원한다면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하고 자신들의 진보적 이념을 포기하거나 숨겨야 한다는 믿음을 조장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후보자는 자신의 왼쪽에 더 많은 유권자를 남기게 되고 더 ‘중도적’으로 보이게” 되기 때문에 진보는 물론 중도에서도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투표란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에 대해 선택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는 보수주의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조작된 신화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점에서 저는 둘의 조합이 갖는 최대의 한계를 봅니다.
중도 신화는 균형적이며 합리적인 정치지도자의 덕목처럼 보이기 때문에 유권자의 마음을 훔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보수주의자들이 오랜 기간 동안 만들어낸 허상의 신화입니다.
정치적 선택이라는 측정 불가능한 가치를 계산 가능한 척도로 치환시켰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상징 조작적 이미지 신화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스 미디어 시대에서는 자신이 약세라고 생각하는 진보주의자들이 이 중도 신화의 함정에 걸려들곤 합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매스 미디어 자체가 상류사회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기술의 총화라는 것입니다.
매스 미디어를 움직이는 것이 광고이기 때문에 그들은 광고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류층에 편향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상업화가 만연한 매스 미디어 환경에서 중도 신화는 진보주의자들에게 패배를 안기는 최대의 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주류 신화는 “특정한 이슈에 대해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과 같은, 여론의 실제 중심이 있다고 가정”하는 데서 탄생한 신화입니다.
이를 테면 한미FTA, 한중FTA,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의료민영화 같은 대형 이슈에 대해서 여론을 이끄는 주류들이 실제로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론조사라는 것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듯이, 모든 정책이란 피해보는 쪽과 이익을 누리는 쪽이 나뉘기 마련입니다.
그런 대형 이슈들에 대해 단 하나의 견해를 가지고 합리적인 중심을 잡는 주류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런 대형 이슈들은 자신의 처한 상황과 영역, 계층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기 마련입니다.
시대정신이 진보 진영에 있다고 믿는 저로써는 문재인과 안철수 조합이 이 네 가지 잘못된 신화에 빠져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이슈에서 멀어지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이명박과 새누리당에 장악된 언론과 방송에서 집중 포화를 받으면 자칫 실수하기 마련인데 그것에 대해서 충분한 준비를 하고 나오길 바라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