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관련 발언을 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투신 이유를 설명한 조 전 청장의 단정적인 표현에 명예훼손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경찰 기동부대 지휘관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 이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10만원짜리 수표가 든 거액의 차명계좌가…"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목숨을 끊은 이유가 검찰 수사에서 자신의 차명계좌가 갑자기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10일 "조 전 청장의 발언은 노 전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조사를 받았던 2008년 4월30일 이후부터 뛰어내리기 전에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것으로 읽힌다"며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리기 전날 차명계좌가 발견되거나 차명계좌에서 돈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새로운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그런 것은 경찰청장 지위에서 절대 알 수 없는 내용이고 만약 경찰 정보를 바탕으로 발언을 한 거라면 '그렇다더라'라고 말을 했어야지 단정적으로 발언을 하면 안 된다. 경찰 정보를 가지고 그런 식으로 얘기한 거면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것"이라며 기소 방침에 무게를 뒀다. 조 전 청장이 9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후회스럽다"며 유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의 이런 판단에 따라 대검 중수부가 보관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 수사기록의 봉인이 해제될 가능성은 적어졌다. 검찰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수사기록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검찰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린 2008년 6월12일 이후 당시 주임검사였던 우병우 중수1과장의 방 금고에 보관돼 있었고, 이 금고를 열 수 있는 열쇠는 우 과장과 중수부장이 따로 1개씩 갖고 있었다고 한다. 2개의 열쇠가 다 있어야 금고를 열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후 우 과장이 기획관으로 승진하면서 이 금고는 중수1과장실에서 수사기획관 방으로 이동됐고 우 기획관이 부천지청장으로 발령이 나 대검 중수부를 떠날 때 본인이 지니고 있던 열쇠를 중수부장에게 건넸다고 한다. 현재는 최재경 중수부장이 노 전 대통령 수사기록의 봉인을 풀 수 있는 열쇠 2개를 다 가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