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4
0
조회 218
2012.05.10 12:20
어제 받은 한 통의 전화로 열벙거지가 뻣쳐올라서 죽는줄 알았다.
원래 타고난 그릇이 좆만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개와 소 뿐만 아니라
적어도 알만한 사람들까지 개소가 되어
무슨 진보당 전선을 형성한 것 처럼 난리들을 피워대고 있으니...
이건 정상이 아닌거다.
20대 초반이었다.
불끈 쥔 한 주먹을 부들거리며,
애국의 길을 폼나게 불렀던 소위 골수 주사파.
감성적인 내게 그들이 품고 사는 신념이 무엇인지 중요하진 않았다.
내겐 이미 소름끼치게 불렀던 애국의 길이 무엇보다 강한 호소력을 지니고
가슴 속에 밖혀버렸으니까.
그시절 난 그들을 무한 동경했었다.
화염병은 커녕
시위대열 속에 한 번 끼어보지도 못할만큼 소심하고 비겁했던 사람에게
그들의 멋진 진보가 신선할 수 밖에 없었고,
그들과 인간적으로 어울어지며,
조금은 줏어 들은 풍월까지
나름 어설프기 그지 없는 지적 유희까지 만끽했었지.
변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나 색깔좀 바꾸겠다고 말한다면,
함께 했던 동료로서 서운하긴 하겠지만,
인정해주고 존중해줄 자신도 있다.
쉬-발.. 그런데
수화기 넘어로 전달된 이놈의 목소리엔 이미
비아냥기가 묻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셔?"
빙글거리며 던진 뜬금없는 질문에 현답을 찾지 못하며
감정이 살짝 뒤틀리던 중 이어지는 목소리..
"그 시-발놈들 한나라당 보다 더한 색기들.."
이건 날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애국의 길을 폼나게 불러 NL파들에 대한 우호적 정서를 심어주었던 놈이
20년도 훨씬 지난 이후,
아주 적극적이고, 시니컬하게 도발한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난 오프 공간에선 인내력이 비교적 탁월한 편이다.
"그냥~ 박근혜 찍으면 돼..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애국의 길을 부르며 부르쥐었던 손으로 이놈은 오세훈을 선택했다.)
지금의 진보당 사태를 보며
가슴이 아픈거냐 아니면 아주 나쁜놈들이라고 생각하는거냐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런 색-기들 때문에 가슴이 아파야 하느냐 반문하던 놈.
이쯤되면 진보당 사태를 즐기는거다.
그럼 그렇지... 내 변절에 합리적 이유를 제공해주는 자들..
그런 것들 때문에 내 가슴이 아프다면 졸롸 억울하지..
"그런데, 비겁하진 말자."
"진보당의 부도덕성을 그렇게 질타한다고 해서 네 모습이 가려지는 것 아닐텐데.."
"그냥 조용하게 네 정치 관점을 가지고 가면 될텐데, 내게 듣고 싶은 무슨 얘기가 있어, 의도적으로 도발하는거냐고... 진보당 보다 나은 새누리당 찍으면서 그렇게 살면 돼... 누가 뭐라 할 사람 없다."
전화는 끊었지만,
내면엔 분노감이 이글대기 시작했다.
생각할수록...
근 20년을 넘어 유지해오던 인간 관계 하나가 이렇게 뒤틀릴 수도 있었다.
오세훈을 찍기 위해, 박근혜를 선택하기 위해
과거 자신이 함께 했던 사람들을 이렇게 개쓰레기취급을 해야만 하는건지,
그래야 니가 그렇게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는건진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내 성미완 안맞으니까...
니들은 이정희를 갑자기 개쓰래기 취급하지만,
난 상처로 거덜나도 끝까지 틀어쥐고 가는 이정희같은 사람이 진국으로만 보이니까..
한 사안에 들개처럼 들러붙어 좆까는 소리 찍찍대는 것들과는 성미가 좆도 안맞으니까.
차라리 조갑제나 전원책이 백배 천배는 더 훌륭해 보이니까..
이게 비단 내친구만의 이야길까...
여기서 진보당 밟기 바쁜 친구들 보세요...
소위 주사파로 불리며 종북 좌경 세력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진보당 당권파, 문제 많겠지.
오랫만에 글들 쭉 읽어보니까...
팩트가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라던데...
그런데, 당권파의 문제제기에 조사위원회에서 답을 못해요...
이정희가 우린 상식적일 필요가 있다는 말에 유시민이가 입을 못연다구요...
적어도 상식이 있는 색-기들이라면,
지들끼리 내부조율은 하고 발표를 했어야지...
내부조율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에 흘리고 아직은 의견조율이 끝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부정선거로 결론 짓고 서둘러 언론에 발표했단 말이죠...
이게 상식이고 원칙이고 절차니??
난 이 부분에서 이번 진보당 사태의 본질은 권력투쟁이라고 생각한다.
유시민이라는 개차반을 통합의 한 축으로 받아들인 당시 민노당의 결정적 실수라고 생각한다.
주류로 편승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권력의 화신들이
검새들이 노무현을 정치살인할 때 써먹었던 수법으로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순결주의를 치장하며 날치는 가벼운 냄비들이 가세한거고...
이정희가 노무현을 언급한 것은
비장함 속에서 나온 진실에 대한 호소다...
냄비들에겐 노무현을 팔아먹은 것으로 비춰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