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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9 19:25
‘강남 선거부정’ 눈감고 진보당엔 칼 뽑는
검찰
[정운현 칼럼]
‘국기’를 뒤흔드는 4.11 총선 강남구 부정선거 수사를 촉구함
(진실의길 / 정운현 / 2012-05-09)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와 관련해 검찰이 내주부터 당 관계자를 소환할 예정이라고 8일 여러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진보당측은 검찰의 수사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당 관계자 소환 방침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논란이 일 전망입니다.
검찰의 수사개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사건 당사자의 고소, 고발이 있을 경우이며, 다른 하나는 자체 인지수사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고소나 고발로 시작되지만 더러는 내사를 통해 수사의 단서를 잡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진보당 부정선거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는 한 보수단체의 고발에서 비롯됐습니다. 뉴라이트계열인 라이트코리아는 지난 2일 이정희·유시민·심상정 진보당 공동대표와 경선 관련자를 업무방해 및 정보통신망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습니다. 검찰이 범법자를 수사하는 것은 고유권한이자 책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의 수사가 공정한 잣대가 아닌 ‘제멋대로 수사’라는 데 있습니다. 한 예로 지난 4.11총선 때 강남구 선거구에서 부정 투표함이 대량 발견됐습니다. 강남을구 전체 투표함 55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1개 투표함에서 봉인.봉함이 되지 않았거나 심지어 자물쇠가 열린 경우도 발견돼 충격을 던졌습니다. 상식적으로 봐도 이는 ‘단순실수’ 차원을 넘는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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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1 총선 당시 강남 개표소에서 발견 된 봉인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은 투표함의 모습 ⓒ 황유정 비서 트위터 |
야당의 유력 정치인(정동영 후보)이 여당(새누리당)의 텃밭이랄 수
있는 서울 강남에 정치생명을 걸고 출마한 선거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부정투표함이 발견된 것은 여야의 문제를 떠나 국기(國基)를 흔드는
일이랄 수 있습니다. 이번 일로 선관위는 공정한 선거관리에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냈고 대외 신뢰성에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여기에다 조직적인
부정선거 의혹마저도 제기되고 있어 더욱 곤혹스러울 것입니다.
투표함 부정사건 발생 후 선관위는 김능환 위원장의 특별지시로 해당 선관위에 대한 특별감사를 착수했습니다. 최근 선관위는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일 투표함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해당 선관위 사무국장 등 간부 2명에 대해 고등징계위원회로 회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꼬리짜르기’라는 비난도 없지 않았지만 선관위 나름으로는 즉각적인 조치라고 하겠습니다.
한편, 강남구 부정선거와 관련해 민주당 소속 강남구 구의원 등 강남 유권자 5명은 선거 2일 뒤인 13일 “불법.부정 선거의혹이 있으니 이를 밝혀달라”는 취지로 서울중앙지검에 선관위를 고발했습니다. 선관위가 후보나 유권자를 검찰에 고발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선관위가 고발을 당하는 유례없는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근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검찰이 선관위를 수사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이번 진보당 선거부정에 대한 검찰의 수사착수와는 극명한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그간 검찰이 ‘정치검찰’이니 ‘권력의 시녀’라느니 하는 등의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은 데는 바로 이같은 편파적인 수사가 그 원인이라고 하겠습니다. 말하자면 자업자득인 게지요.
한편, 엄정한
선거관리가 이뤄지지 못한 ‘부정선거’라는 점에서는 외형상 두 사건이 같습니다만, 그 내용을 따져보면 두 사건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진보당
비례대표 선거는 당내 행사, 즉 진보당 내부의 ‘집안일’입니다. 즉, 비례대표 경선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문제가 있는 후보는 사퇴하고 뒷번호의
후보가 승계하면 그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국가기관인 선관위가 주관하는 국회의원 선거는 다릅니다. 이는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이자 선거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공직선거법’ 등의 관련 법규에 따라 법적 책임을 져야합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당선자가 낙선자가 될 수도 있고, 정당의 국회의원 숫자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4.11 총선 당시의 강남구 선거부정은 진보당 비례대표 경선부정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이 마치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선거부정 사건이라도 되는 듯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있습니다. 외려 법원은 민주당의 선거무효소송에 대비해 투표함 등 증거자료를 법원으로 수거해가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법원보다 먼저 나서서 이 사건을 챙겼어야 함에도 검찰은 이 사건은 눈감은 채 굳이 원치도 않는 진보당 선거부정 사건에 칼을 빼들고 나섰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논란을 빚어온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오늘 오후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에 출두했습니다. 조 전 청장이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은 그가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2010년 3월의 일입니다. 노 전 대통령 유족측이 ‘사자(死者) 명예훼손혐의’로 그를 검찰에 고발한 것은 그해 8월입니다. 조 전 청장의 발언으로 치면 2년 2개월, 유족의 고발로 치면 1년 9개월만에 비로소 피고발인을 부르는 셈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57조는 ‘검사는 고소, 고발이 접수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여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오죽 검찰이 수사 기일을 잘 지키지 않으면 법에서 이처럼 수사 ‘마감일자’를 못을 박아뒀을까요? 검찰이 조 전 청장 수사를 차일피일 미루자 노무현재단은 작년 10월 담당검사가 형사소송법 및 관련 예규를 지키지 않았고 그 후에도 고소인에게 수사 관련 통지를 하지 않았다며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라도 검찰은 갑돌이 부부의 집안싸움에 칼을 빼들 것이 아니라 동네 이장선거에서 발생한 부정사건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할 것입니다. 즉, 진보당 선거부정 수사에 앞서 4.11총선 당시 강남구 선거부정 수사에 착수해 그 의혹의 진상을 소상히 밝혀내야만 할 것입니다. 그 길만이 앞으로 있을 각종 선거에서 부정선거를 방지하고 나아가 유권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운현 / 진실의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