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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2
2012.05.07 13:50
며칠 전 아들에게 자전거를 사 줬다. 마트에 갔던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강이 자전거 갖고 싶어요. 빨리 오세요.' 제 말만하고 전화를 끊어 버린 아들이지만 외면할 수 없어서 마트로 쪼르르 달려갔다.
엄마가 골라 놓은 저렴한 자전거는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평소 물건을 살 때 신중한 부모의 모습을 아는 아들은 자전거를 당장 갖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골라둔 저렴한 자전거라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나보다. 평소에 봐 뒀던 자전거는 세일하는 자전거보다 두배나 비쌌다. 짠돌이 아내를 어떻게 설득할 지.......
아들에게 물었다. '강이 정말 이 자전거가 마음에 들어?'하며 묻자 어렵게 꼬셨는데 왜 그래 하는 투로 찡그린 아내 얼굴이 보인다. 기회를 틈탄 아들은 나와 전부터 골라 두었던 자전거를 다시 고른다. 아내는 투덜거리며 몇년 안 탈 건데 물려 줄 동생도 없는데 낭비라며 씩씩인다. 나와 아들은 아내가 지치도록 마트를 몇 바퀴나 돌았다. 돈 버는 사람은 나지만 그렇다고 아내 허락도 없이 아들 물건을 덜컥 사 줄 수 없는 노릇이고 아들과 나는 마음이 맞았으나 아내를 설득해야만 서로 즐거운 마음으로 아들 자전거를 살 수 있겠고 그래서 마트를 계속해서 왔다 갔다 했다. 한참을 꿍작 거리는 부자를 지켜 보던 아내는 이내 포기하고 아들과 내가 점찍어 둔 자전거를 사자며 마지 못해 허락한다.
아들에게 세발 자전거가 있었다. 한 번 충전하면 네시간을 다닐 수 있는 전기 자동차를 타며 다니던 아들은 세발 자전거는 힘들다며 타려고 하지 않았다. '저 차는 그냥 가는데 자전거는 재미 없어.'라며 타지 않아서 세발 자전거는 어쩔 수 없이 제 친구에게 주었었다. 그런데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파트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더니 자전거를 갖고 싶어 했다.
질투가 부른 소유욕 자전거를 산 첫 날 하루만 아들은 재밌게 자전거를 탔다. 다음날부터는 자전거를 타지 않겠다고 한다. 아빠가 사 준 자전거는 비싸고 좋은 자전거라며 친구들에게 자랑만하고 타지 않아도 된다는 아들이 얄밉다. 자전거를 소유하고 싶었던 아들은 소유가 끝나자 넘어질까봐 무섭다는 핑계로 자전거를 타지 않으려 한다. 그런 아들을 꼬드겨 놀이터로 데려가 엄마 잡아 봐라를 했다. 겨우 반페달씩 밟으며 조금씩 움직이는 아들을 바라보며 속이 미어터진다. 누굴 닮아서 저리 조심스러울까?
겁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자의 이런 모습을 보며 겁이 많다고 하신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아들은 매사에 신중할 뿐이다. 이해하고 확인이 되어야만 행동하는 건 좋은 습관이라 여긴다. 그렇지만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게 가끔은 속이 터질 일이다.
변덕
그게 부모 마음일까?
아이가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으면서 자라 준다면 그런 마음을 가지면서도 씩씩하고 용감했으면하는 또 다른 욕심의 마음들을 가졌다. 아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잘 하는 게 참 많다. 그런데도 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아이를 바라 보는 눈
장점은 장점대로 부족함은 부족함대로 바라봐 줄 수 있는 부모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 왔는데 자라는 아들을 볼 때마다 어느 새 간섭하고 있는 나를 본다. '다 너를 위해서..'라며 변명하고 있는 나쁜 아빠를 본다.
좋은아빠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아이의 생각을 내 마음대로 조각하지 않는 아빠가 되고 싶다. 비교하지 않는 아빠 지켜 봐 주는 아빠 아들과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봐 줄 수 있는 그런 아빠........
아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가졌던 다짐대로 아들을 대하지 못하는 나를 본다. 아직 보통의 아빠들처럼 이런저런 변명이나 가져다 붙이는 그리 좋지 못한 그럭저럭 아빠다.
자전거를 잘타는 아들의 모습을 미리 상상하고 아직 잘 타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성질 부리는 그런 아빠다. 아들을 수퍼맨이라 여기는 무지한 아빠 그러면서도 반성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부모니까로 무마하는 나쁜 아빠가 나인 것 같다.
아들이 자전거를 잘 타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