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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피어난 유채꽃 한 송이 한 송이가 마냥 당신 같기만 합니다.

댓글 11 추천 9 리트윗 0 조회 715 2012.05.02 06:20

 

낙동강 유채축제 행사장 좌판에서 만난 노무현 대통령님의 청동상

 

어김없이 다시 5월은 왔습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은 형형색색 피어난 꽃잎위로 쏟아져 내리고 신록으로 짙어진 나뭇잎 위에서 튕겨 오를 듯 반짝입니다. 그러면 겨우내 움츠렸던 우리네 가슴도 덩달아 부풀어 오르지요. 살갗을 간질이는 봄바람에 우린 어느새 몹시 추웠던 겨울을 잊고 희망찬 내일을 꿈꾸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5월은 지독히 아픈 기억과 싸워야 하는 두려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5월 광주의 처절한 기억정도는 이제 견딜 만합니다. 여전히 캄캄한 동굴 속에 갇힌 듯한 현실의 삶조차도 애써 참아낼 만합니다. 다만 못 견디게 아프고 너무 슬퍼 통곡은커녕 울먹일 수조차 없는 것은 이 오월에 우리 곁을 떠난 한사람 때문입니다.

 

그 5월이 오면, 무한한 존경인지 절절한 사랑인지 애틋한 보고픔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이 감정과 기억의 재생은 시도 때도 없이 우리네 가슴을 후벼 팝니다.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렷한 그님과의 시간 속에서 일상은 맥없이 풀어지고 아파할 새도 없이 치미는 분노에 몸을 떱니다. 하지만 분노는 그분의 뜻이 아니기에 우린 그저 입을 악다물고 몸의 경련을 감추며 몰래 눈물을 훔치곤 하지요.

 

노무현, 그는 우리에게 봄이었고 지금 우리가 기억하듯 오월입니다. 봄이 희망이듯 그는 희망의 봄볕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일 년 내내 햇볕이라곤 들지 않던, 그래서 자신들의 그림자조차 모르고 살던 가난한 동네에도 빛과 그림자의 구별을 알게 해준 푸근한 스승이었습니다. 차별받던 사람들에게 차별이 아니라 올바른 구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멋진 선생님이었습니다. 자본가들이 사람 살 곳이 못된다며 쓰레기장 취급하던 왼쪽의 땅이 진정 사람 사는 세상임을 증거한 시대의 양심이었습니다.

 

봄이 꽉 들어찬 어느 날, 유채꽃 흐드러지게 핀 낙동강변에서 그분을 만났습니다. 낙동강 유채꽃축제가 한창이던 경남 창녕의 강가에는 노란 유채꽃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 꽃밭을 거닐던 내 앞에 온갖 청동기구들을 늘어놓은 좌판이 보였고 아무 생각 없이 앵글을 맞추던 제 렌즈에 그분이 확 들어온 것이지요. 화들짝 놀란 저는 나도 모르게 연신 셔터를 눌렀습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청동상이 만물상 좌판의 맨 가운데, 엎어 놓은 징 위에 놓여 있었던 것입니다.

 

반가움이 와락, 아니었습니다. 덜컥 겁부터 났습니다. 이런 벌써! 그 모진 기억의 5월이 다가온 거야? 님이 가신 5월은 벌써 두 해를 지났건만 그 님이 내게 남겨두고 간 상처는 도대체 아물 줄 모르는 까닭에 겁부터 난 것이지요. 그분을 사랑했던 우리들 모두에게 5월은 고통과 힘겨움의 시간일수밖에 없습니다. 그 청동상 앞에서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혼자만의 두려움과 싸웠습니다. 내 마음을 아는 듯 빙그레 웃어주는 좌판 할아버지의 미소는 곧 그분의 미소였습니다. 또 한 번 놀라 도망치듯 그 자리를 피할 수밖에요....

 

강변에 지천으로 피어난 유채꽃마냥 노무현은 그렇게 봄이면 피어납니다. 꽃대 사이를 슬그머니 지나 살갗을 간질이는 봄바람처럼 노무현은 그렇게 불어옵니다. 국민경선이 한참이던 그 때에도 이른바 노풍은 남도의 봄과 함께 살랑살랑 감동을 실고 북상했었지요. 그제야 사람들은 봄이 왔구나 실감했고 우리 역사의 시간 속에서 비로소 희망을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란 풍선이 푸르른 하늘로 올라가는 광경을 보고나서야 아직은 파란 하늘 밑에 살고 있다는 기대에 들떴고 진실한 염원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지금도 추운 것일까요? 벌써 열 번째 그 봄을 맞고 있는 우리는 왜 여전히 낡은 정치의 관습과 당파의 썩은 냄새가 배어 있는 더러운 외투를 벗지 못하는 것일까요?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수구 보수의 똘똘 뭉친 단단한 힘, 오욕의 역사를 극복하지 못한 굴종의 습성, 뽑자마자 욕해대는 미친 유권자 의식, 국민과는 유리된 소위 진보라는 집단의 허무맹랑한 과욕, 아니면 골육상쟁의 위험이 지금도 존재하는 분단의 현실, 제국의 논리에 휘둘리는 사대근성, 고착화된 자본가 중심의 경제구조 등등? 과연 무엇일까요? 이토록 봄이 추운 것은.

 

4.11 총선에서 우린 눈 내리는 봄을 목도합니다. 엄동설한의 세찬 바람이 수시로 불어대는 강토의 하수상한 날씨를 실감하지요. 그날 찍은 한 정치집단의 엑스레이 사진에는 정치적 이득에만 골몰하다 동맥경화에 심근경색으로 급사 직전인 병증이 너무나 뚜렷하게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자만에 눈멀고 교만에 귀 닫은 채 거만한 입술로만 정치적 변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친노 비노, 호남 비호남 등등 그토록 음용해서 이제는 물릴 법도 한 상극의 독물들을 여전히 들이키며 정치적 야욕에 미친 건배사를 하고 있지요.

 

JP와의 현실적 야합으로 탄생한 국민의 정부나 태어나자마자 제 식구들 간의 골육상쟁으로 다리가 부러진 참여정부나 어쩌면 우린 단 한 번도 양심세력에 의한 온전한 집권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민주와 참여의 가치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한 정치적 상징은 가질 수 있었지요. 내용보다는 포장지에 민감한 미친 유권자 의식의 틈바구니에서, 거짓과 허명으로 위장된 서글픈 강토의 현실에서 그나마 유일한 위안거리이자 자랑입니다.

 

그것을 민주와 참여의 가치를 신봉한다는 저들이 잊고 정치를 합니다. 아니 팽개치고 버립니다. 그러니 내용 없는 박근혜가 선거의 여왕으로 군림합니다. 짐이 국가라던 절대왕정처럼 ‘근혜가 새누리요 곧 내일의 권력이다’라는 절대정당이 출현하지요. 그것을 방조하고 도와준 인사들이 제 밥그릇 챙기겠다는 꼴이려니... 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꼬락서니를 보고 내 님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느 귀퉁이에서 긴 한숨을 쉬고 계실지 말입니다.

 

친노니 노빠니 그게 다 무엇이랍니까. 그를 사랑하기로 한, 아니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된 그 후로부터 저를 감동시킨 것은 오직 치열한 그분의 정신이요 지고한 그분의 가치지향이며 앞서 행한 그분의 헌신이었습니다. 정치적 불리를 감수하면서도 절대 꺾지 않은 의지와 신념, 상식과 원칙이라는 가장 단순하지만 정직한 가치지향, 언제나 약자를 위해 헌신했던 솔선수범, 망국적 지역감정을 온몸을 던져 부수려 했던 행동하는 양심에 매료되고 푹 빠졌던 것이지요.

 

하물며 노무현과 정치를 함께 했다는 인사들마저 이제는 뿔뿔이 흩어져 그분의 정신은 어디에 팽개친 것인지 사뭇 자신들의 포트폴리오에 금빛 칠을 할 때만 그분을 모십니다. 이 얼마나 부끄럽고 슬픈 우리의 얼굴이랍니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계승했다는 정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쉰내 나는 정치적 작태는 또 얼마나 웃지 못 할 촌극인지요. 그래서 유채꽃밭에서 만난 그분을 보고 덜컥 겁이 났고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고 또 오월이 왔나 두려웠던 것입니다.

 

저도 이럴진대, 무엇보다 명박산성 아래서 오년을 끙끙 앓으며 부아를 참느라 몸도 맘도 병든 저 응달진 골목의 이웃들은 누구에게 새 희망의 그날을 꿈꿔야 하는지요. 정가 근처에도 기웃거리지 않은 안철수 교수가 박근혜의 유일한 대항마로 오르내리는 이 현실은 적어도 우리 편이라 믿고 있는 그들에겐 스스로 혀 깨물고 죽어야 할 크나 큰 부끄러움입니다.

 

노란 유채꽃밭에서 만난 내 님의 사랑은 인자한 미소로, 그러나 엄중하게 우릴 꾸짖고 있었습니다. 벌써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우리의 염원과 약속을 잊은 것이냐고, 내팽개쳐버린 것이냐고. 그런 생각과 궁리 끝에 바라보는 유채꽃밭은 어느새 온통 내 사랑하는 님의 얼굴로 송이 송이마다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그분의 청동상처럼 그분의 정신도 영원히 녹슬지 않을 것이지요. 꽃밭 옆의 강물이 봉하를 지나 대해로 흐르듯 그분의 정신 또한 우리의 가슴에 늘 흐르기를 바랍니다. 내 마음의 대통령,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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