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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30 10:17
쫄지마, 시바’의 10년 전 버전을 생각하다 | ||||||
[한줌의 미디어렌즈] ‘원래 그랬던 언론’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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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해방 이후,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이 이렇게 철저하게 세계로부터 고립됐던 전례가 없다.…우리 선조와 선배들이 눈물로 되찾고 피로 지키고 땀으로 세웠던 대한민국이 지금 백척간두에 서 있는 것이다. 2006년 6월 22일 조선일보 사설의 한 대목이다. 어떤 비상시국이었기에 ‘나라가 백척간두 섰다’며 격문을 토해냈을까.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9개월 동안 전화통화를 안 했다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기가 조성된 지 1개월이 넘었는데도 부시로부터 전화가 없다고 나온 사설이었다.
그땐 그랬다. 미국 대통령의 전화 없는 대한민국은 철저하게 세계에서 고립된 국가로 ‘만들어졌다.’ 지금은? 재연된 ‘광우병 사태’에서보듯 국제관계에서 고려사항은 오로지 미국밖에 없는, 1차 방정식만 고수하는 지금 정부 하의 대한민국은 이 신문에게 어떤 위상으로 그려지고 있나. 조금 궁금하다. 진전면의 70대 노인은 "권씨가 30년 가까이 부산에서 세무공무원 하다가 청와대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권 여사와 20촌 관계지만, 그리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권 여사와 먼 친척이라고 해도 같은 동네 출신이고 하니 그런 게 작용을 안 할 수가 있나. 정확한 내용이야 우리가 몰라도 청와대 들어갈 때 주위에서도 다 그런가 보다 했지"라고 했다. 2006년 8월 29일 조선일보의 <‘도박 게이트’ 터지나 / 상품권 발행 ‘코윈’ 주식관련 권기재 前청와대 행정관 “권양숙 여사와 한동네 출신 먼 친척”> 기사다. 전설과도 같은 ‘영부인과 20촌’ 기사다. 20촌씩 따지면 말 그대로 대한민국은 한 가족. 안 걸리는 사람이 누구였을까. 더 궁금한 거. 민간인 불법사찰 축소은폐,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를 비롯해 가히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각종 의혹들 속에서 20촌 관계까지 들춰보던 이 신문의 치열함은, 그 결기(決起)는 다 어디로 갔을까. 그렇다. 새삼스럽다. 애초부터 진영은 명확했다. 지금 이 같은 신문의 여권에 관한 사설이 염려나 조언으로, 야권의 그것은 흠집 내기, 흠집 키우기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냥 ‘감’이 아니다. 올해 12월 19일은 제17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또다시 후회하지 않으려면 무책임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새 지도자를 제대로 선택해야 한다. (2007년 1월 1일 중앙사설)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피해는 국민이 당한다. 여기엔 서민도 없고 부자도 없다. 나이가 많고 적고도 없고, 지역도 없다. 모두가 피해자다. 노 대통령 임기 5년은 최소한 그런 교훈은 돼야 한다. (2007년 6월 4일 조선사설) 10년에 걸친 좌파정권의 국정 실패로 국민의 상실감은 매우 크다.…범여권이 아직은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본선이 시작되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초식동물이라면 좌파세력은 맹수라고 봐야 한다. (2007년 8월 21일 동아사설) 한 마리 초식동물과 99마리의 맹수? 여야, 상황만 바뀌었을 뿐 이들 신문에게 여권은 싸안아야할 초식동물, 야권은 길들이거나 두드려 패야할 맹수다. 지금도 그렇다. 이들에게 지금 세상은 지향하고 또 지켜야할 자신들의 세상이다. 하나만 예로 들자. 참여정부에서 5년 내내 복지투자를 늘였다. 그 결과 정부의 복지예산은 2003년 20.2%(41조7천억 원)에서 2008년 29%대(67조7천억 원)까지 증가했다. 그래봐야 GDP 대비 복지재정은 8%대다. 지금 정부에서도 그렇다. 여전히 OECD 평균 2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하위권이다. 그 정도 수준의 투자도 문제였다. 복지는 한번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이 중독된다고(2007년 4월 27일 조선사설), 국가에 의지하는 병든 인간을 만든다고(2006년 9월 5일 중앙칼럼) 경고했다. 세금으로 퍼주기 하고 있다며 ‘약탈정부’(2006년 7월 28일 동아칼럼)라고 성토했다. 거듭 말하지만, 복지는 지금도 그 수준이다. 그런데 지금의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겪는 현실을 보면서 이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으면 이는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며 ‘복지 그만’을 외치고 있다. 어차피 그들이 만든 대통령이었다. 절반에겐 씁쓸한 4·11 총선이 끝나고 ‘다시, 문제는 언론’이라는 목소리들이 나오는 거 같다. 문제의 모든 것은 아니겠지만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동의한다. 어차피 그랬던 언론은 계속 그럴 것이다.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우리의 문제다. 이제 5월이니 노무현 얘기를 꺼내고 싶다. 2002년 신동아 5월호에 실린 ‘선두주자 굳힌 노무현 민주당 후보 인터뷰’의 한 대목. 기자가 묻는다. “쫄지마, 시바”와 “겁내지 말라는 것이죠” “‘언론과의 전쟁’을 말하면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기적과도 같은 일인데, 그 기적을 일으키겠다는 판단 근거가 지금의 언론지형이 방송사와 마이너 신문들, 그리고 인터넷언론과 힘을 합하면 메이저 신문들과 해볼만하다는 겁니까.” 당시 노무현 후보는 “언론이 너무 부당합니다. 제가 안 싸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잖아요”라고 답한다. 기자가 거듭 묻는다. “아무튼 지금 언론간의 힘의 균형이….” 노 후보의 답. “제가 그렇게 말한 적은 있습니다. 힘의 균형에 있어 당신들만이 모두가 아니다, 해볼 만하다, 이런 이야기 많이 했는데 이것은 나와 우리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에게 하는 설득논리이기도 합니다. 겁내지 마라는 거죠.” 듣고 보니 ‘쫄지마, 시바’의 원조가 노무현인 것도 같다.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돌파하느냐. 우리의 문제다. 답답~한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겁낼 문제는 아니다. 함 가보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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