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집에 실린 시 <내가 아는 그는>입니다. 시집에 밝히지 않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며 쓴 시입니다. 그러나, 시는 읽는 이의 것입니다.
내가 아는 그는/ 가슴에 멍 자국 같은 새 발자국 가득한 사람이어서/ 누구와 부딪혀도 저 혼자 피 흘리는 사람이어서/ 세상 속에 벽을 쌓은 사람이 아니라 일생을 벽에 문을 낸 사람이어서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마시는 사람이어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밥 속의 별을 먹는 사람이어서/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지평선 같은 사람이어서/ 그 지평선에 뜬 저녁별 같은 사람이어서
때로 풀처럼 낮게 우는 사람이어서/ 고독이 저 높은 벼랑 위 눈개쑥부쟁이 닮은 사람이어서/ 어제로 내리는 성긴 눈발 같은 사람이어서/ 만 개의 기쁨과 만 개의 슬픔/ 다 내려놓아서 가벼워진 사람이어서
가벼워져서 환해진 사람이어서/ 시들기 전에 떨어진 동백이어서/ 떨어져서 더 붉게 아름다운 사람이어서/ 죽어도 죽지 않는 노래 같은 사람이어서
류시화 @healingpoem 15시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