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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7 00:53
한겨레신문 곽병찬 논설위원은 그의 4/26일자 칼럼 ‘결선투표제를 이야기 하자’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대중을 현혹시킨 현란한 화술도 생명을 다했다. 엊그제 대선 1차 투표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에게 1위를 내줬다. 결선투표의 전망은 더 어둡다. 부자 친구들만 모아 당선파티를 열고, 이들을 위해 세금을 대폭 낮추고, 각종 규제를 풀어 그 먹잇감을 늘리고, 고소득 고배당을 허용했으며, 친구들이 운영하는 민영방송에 광고를 몰아주던 사르코지. 가치와 이상과 규범을 무시하는 행태가 오죽했으면, 초록이 동색이라 할 극우계열의 마린 르펜마저 등을 돌렸을까.
그를 두고 ‘부자들의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명박 대통령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가 낮춘 소득세 최고세율(41%)은 이 대통령이 지킨 35%보다 훨씬 높다. 재벌들한테 골목 상권까지 내주진 않았고, 토건족 돈벌이를 위해 강산을 뒤집어놓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부자 친구들은 사르코지 없는 조국을 떠나려 하는데, 이 대통령의 친구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인물만 바뀌면 성향이 비슷하더라도 죽자사자 지지하는 유권자가 있고, 투표율이 형편없이 낮으니 패거리만 잘 단속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그의 글은 프랑스 국민의 너무나 상식적인 충실한 계급 투표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지난 4.11 우리의 총선 결과를 복기해 보았다. 이번 총선에서 기대했던 소위 강남 벨트에서의 투표반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강남 지역의 유권자들은 철저하게 계급의 이익에 충실한 투표를 통해 정당 이름만 바꾼 새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 이와 반대로 2009.2.20일자 한겨레신문의 이명박정권 국정운영조사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정권에 가장 후한 점수를 준 계층은 역설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에 불리한 정책을 일관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소득계층이었다. 이번 총선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시작부터 과반은 커녕 120석도 기대난망이라던 새누리당이 152석의 과반 이상을 석권한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선거기계라는 박근혜의 힘일까? 여전히 난공불락이라는 경상도의 힘인가? 자중지란의 진보, 민주 정당 내부의 패착인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철저하게 가린 동맹이 부럽지 않는 힘으로 뭉친 친이명박, 새누리당 지지 일변도의 수구적 조중동과 TV매체들의 활약 덕분일까?
그런데 그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부자들은 계급투표에 충실한데,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은 계급배반 투표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 계급투표와 계급배반 투표가 큰 변화가 없는 요지부동이라는 결과가 이번 총선 결과 새누리당의 승리를 만들었다는 분석에서 출발해야만 한다고 나는 판단한다. 오죽하면 강남에 사는 내 부자친구 놈은 사석에서 나에게 저소득층의 이율배반적인 투표 결과를 보고 저소득층,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들이야말로 진정한 진골 보수파라는 비아냥을 해댔다.
즉, 아무리 수구보수 정권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도 최소 과반정도는 현상유지라 하고, 과반 이하는 패배라고 떠벌이며 명맥을 유지하는 비결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그것은 역사적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에 이르는 독재정권의 체제에서 농민과 도시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이 강력한 독재체제유지의 기반 세력이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박정희정권의 산업화 초기에 나타나는 비록 저임금이지만 많은 일자리 창출, 전두환의 총칼로 이룬 강압적 저물가정책, 국민사기극에 그쳤지만 의식주라는 욕망에 불을 지른 이명박의 부자로 만들어드린다는 의제는 저소득 계층에는 여전히 보수정권을 향한 오아시스 신드롬이 굳건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지난 민주정권 10년의 결과가 저소득층의 욕망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치열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담하건데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아 신자유주의의 기세가 꺾이지 못했다면 앞으로 민주, 진보정권의 집권은 백년하청이었다는 사실을 곰씹어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계급배반 투표의식에 어떻게 균열을 가할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저소득층을 좌파 프로레타리아로 만들 것인가? 나는 이 질문에 충실하게 답할 수 있어야 민주-진보정권 장기집권의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