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1
0
조회 172
2012.04.24 13:52
누가 나쁠까?
욕을 한 놈 욕을 배운 놈 요 며칠 이 고민에 빠져 있다. 나쁜 걸 알면서도 따라하는 심보가 얄밉지만 욕은 나쁜 거라고 야단만 치기도 곤란하다. 버르장머리를 가르치려면 내 버르장머리부터 고쳐야 하는 이 상황이 난처해 헛 웃음이 난다.
수십년 동안 버리지 못한 습관을 버려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습관 낙이라는 궁색한 변명도 하지 못할 이유가 생겨 버렸다. 무언가에 얽메여 나를 변화 시키는 일이 생길 거라는 생각은 가져 본 적이 없는데 자제 정도가 아닌 욕을 해서는 안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한다. 최소한 그 녀석 앞에서만큼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오래된 습관이 어느 순간 불쑥 튀어져 나오지 않도록 이 악물고 조심해야만 한다.
어제였다. 아들이 엄마 앞에 서서 최초의 욕을 했다.
'이 새끼야 안아 줘!' 그리고 난 후 잠시 후에는 '시*새끼시*년아!' 정말 황당했다. 일순 아내는 얼굴을 찡그리며 아들을 야단쳤다. 나는 내 죄를 알기에 야단치는 아내 뒤에 숨었다. 아들의 대답은 '아빠한테 배웠는데' 아내는 더 이상 아들을 야단치지 못했다. 나를 쳐다보며 원망의 눈빛으로 찔렀다.
내 죄를 갚으려는 심산으로 아들에게 억지를 부렸다.
'강 욕은 하면 안되는 말인 거 알아 몰라?' 아들은 안다고 대답한다. 아까는 몰랐으니까 이제부터는 안 한다며 약속을 한다. 그리고 또 아픈 말 한마디를 더 한다. '아빠가 그렇게 말했어.' 아내는 더 강한 눈빛으로 나를 찌른다.
아들 앞에서 욕을 절제하지 못한 내 지난 날들이 후회가 됐다. 아들 때문에 내 일상에서 욕을 뺀 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엄청난 고욕이다. 그런데 아들이 유치원 또는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함부로 욕을 하고 다닌다면 그런 일이 더 큰 고욕임이 분명하다.
하루 꼬박을 아들의 욕 때문에 내 습관에 대한 고민을 가졌다. 내가 정말 욕을 절제하며 살 수 있을까? 금단 현상으로 스트레스에 미쳐 정신병원게 가게 되는 건 아닐까? 아 어쩌다 내가 이렇게 메인 생활을 하게 된 거지.......... 수만 가지 이런 저런 생각들이 휙휙 지나다니지만 결국 하나의 마음에 모든 걸 양보해야만 한다는 결심에 이른다.
나는 아빠다. 나는 아들을 엄청 사랑하는 아빠다. 진짜 아빠가 되려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