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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들의 산화, 그 절정에서의 비장한 완성에 대하여

댓글 4 추천 3 리트윗 0 조회 110 2012.04.20 23:32

 

벚꽃송이들이 바람에 흩뿌려지고 있다. 벚꽃들은 피어나자마자 완성을 이루고 내가 아쉬워 할 겨를도 없이 실존의 형체를 삽시간에 거두어가는 것이어서 그들이 내게 존재했다거나 혹은 산화했다는 감각마저도 무참해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벚꽃들은 한줄기의 바람에도 속절없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고, 한줄기의 봄비에도 속수무책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러니 그들 앞에서 내가 소유한 언어란 대처 개똥이 되어버리고, 한바탕 진부하고 시시콜콜한 농담이었으며, 단지 처음부터 상대도 되지 않는 천박한 투정일 뿐이었다.

 

벚꽃들은 순식간이다. 그들의 자지러지는 개화와 산화, 그리고 그들의 절정과 욕망과 그리움들이 봄의 공간을 가득 채우는 호사를 감당하기에 나는 몸을 떨었고, 늘 벚꽃 흐드러지는 봄이 오면 심하게 기갈이 들리곤 했다. 그들이 억척스럽게 외로이 우뚝 세우는 자기 존재 의미의 완성과 그 완성의 절정에서 일거에 소멸해버리고 마는 벚꽃들의 이생에서 허락된 며칠의 생에 온전하게 다가갈 수 없는 나는 그들의 소멸에 대해 그저 가슴만 다친다.

 

벚꽃들의 산화는 생명은 언젠간 소멸한다는 것, 언젠가 소멸할 바에는 내가 옳다고, 내가 가치 있다고 믿는 것을 위해 소멸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작정한 사람의 선택같은 비장함이 오래 남는다. 그래서 벚꽃들처럼 한 위대한 인물의 죽음도 세치 혀로 뱉어지는 언어나 글, 사유의 기억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특히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에서 그 운명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가슴이 아려오고, 그래서 벚꽃의 화려한 소멸에서 나는 자꾸만 노무현을 떠올리며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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