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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8 12:19
친노비노 분열프레임에 분개하고 있는 홍영표 당선자
"아니 도대체 이럴 수가 있어요? 모든 게 다 한명숙 책임이라고? 그럼 자기들은 편한가."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홍영표 의원(19대 총선 인천 부평구을에서 당선)은 13일 분개했다. 한 대표의 사임 기자회견이 예정됐던 이날 오후 2시 40분경 서울 영등포 당사 2층 통로에서 기자와 만난 홍 의원은 "정말 이럴 수는 없다"고 가슴을 쳤다. 그의 입에선 분노 섞인 육두문자들이 줄줄 흘렀다. 그만큼 화가 많이 났다는 얘기다.
그는 이날 기자에게 "지난 1·15 전당대회 이후 석 달간 민주통합당을 대표했던 한명숙 체제도 마감되니,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컨셉으로 인터뷰 좀 하자"며 "시간을 달라"고 했다. 목에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뱉어낼 수 없었던 공천과정의 숨은 이야기, 최고위원들의 자기 사람 심기 등등 온갖 추악한 정치행태를 다 고발할 듯 분노했다.
<오마이뉴스>는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8층 홍 의원의 사무실에서 그와 만났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긴 한숨부터 토했다. 당내에서 빚어진 모든 문제에 대해 함께 책임질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남 탓만 하는 정치행태에 답답한 듯 보였다.
"무조건 마녀사냥하듯 선거참패로 규정하는 것, 동의하기 어렵다"
그는 "4·11 총선결과에 안타까움이 많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참패라고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며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대목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마녀사냥하듯 선거참패로 규정하는 것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말도 했다.
다만 이번 선거의 패인으로는 여러 가지로 꼬였던 공천 문제, 당의 총체적 전략기획 부재 등을 꼽았다. 무엇보다 홍 의원은 한국노총을 대표해 최고위원이 된 이용득 위원장을 겨냥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민주통합당이 공천장을 줄 수 없도록 해놓았는데도, 이 위원장이 그런 사람에게 공천장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뇌물과 횡령죄로 실형을 선고 받은 사람에게 공천을 줄 수는 없었는데도 한국노총은 그런 인물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고 고집했다"며 "그런 인물에게 공천을 안 준다고 최고위를 마비시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판을 알고 경험 있는 사람들은 전부 자기 선거하러 동네로 가버렸다"며 "결국 당의 총체적 전략기능이 아주 무책임하게 굴러갔고, 또 대선 후보가 없다 보니 일사불란한 선거전을 펼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특히 홍 의원은 "한 대표와 문성근 최고위원 둘이 합쳐 국민참여경선으로 무려 40%를 득표했음에도 최고위원들이 이들의 지도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그러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최고위원들과 합의해 결정할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일처리는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번 총선을 치르면서 정말 절체절명의 순간 자기쪽 사람 하나 더 챙기려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며 "무슨 친노가 다 해먹었나? 보이지 않는 손이라니. 도리어 묻고 싶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사례가 뭐냐고"라고 격노했다.
홍 의원은 "이제 한명숙 체제가 끝났으니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수 있는 리더십 아니겠냐"며 "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갈피를 못 잡고 중심이 없어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지도부가 되려는 사람들이 친노-비노 담론을 등에 업고 가려고 한다면 더 이상 민주통합당에 희망은 없다"고 일갈했다.
다음은 홍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야권연대로 1 대 1구도, 무조건 이긴다는 근거 없는 낙관론 있었다"
- 4·11 총선, 어떻게 평가하나.
"안타까움이 많은 선거였다. 그러나 일방적인 참패라고 평가하고 싶진 않다. 우리가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마녀사냥처럼 무조건 선거 참패라고 규정하는 것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 일방적 참패라고 평가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야권연대 전체로 보면 140석이다. 거대 여당의 일방적 국회운영을 견제할 수 있는 숫자다. 또 수도권에서는 사실상 승리했다. 내용상 충청북도에서 두 석 잃었지만 이해찬 총리가 세종시에서 승리했고, 충남에서는 두 석 늘어났다. 의미 있는 진전이다. 전체 정당 지지율에서도 대권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의미 있는 지지율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 이번 총선은 워낙 정권심판론이 강했기 때문에 대개 야권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합쳐 과반 의석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야권의 성적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하지는 않나.
"올해 초 미디어렙법 개정에 반대했던 사람들은 대개 4월 총선이 지나면 무조건 과반 의석을 차지할 텐데 지금 왜 손대느냐고 주장했었다. 야권연대로 1 대 1구도가 만들어지면 무조건 이긴다는 근거 없는 낙관론을 갖고 있었다. 당시에도 나는 이번 4월 총선이 쉽지 않다고 봤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낙관이 생겼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우리 당은 지속적으로 이번 선거가 녹록지 않은 선거라고 말해왔다."
- 이번 선거는 민주통합당이 졌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노총 배려, 여성 15% 할당, 야권연대 등으로 공천 과정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 한국노총에서 6명에 대한 전략공천을 고집했었다. 이제 와 얘기지만, 뇌물과 횡령죄로 실형을 선고 받은 사람에게 공천을 줄 수는 없었다. 그런데 한국노총은 그런 인물에게도 공천장을 줘야 한다고 고집했다. 당연히 논쟁이 벌어졌고 갈등이 생겼다.
심지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인물에게 공천장을 주지 않는다고 대놓고 최고위원회의를 마비상태로 만들기도 했다. 당의 총체적 전략기획 기능도 부재했다. 아무런 선거 경험이 없는 사람이 전략기획을 했으니 결과는…. 선거판을 알고 경험 있는 사람들은 전부 자기 선거하러 동네로 가버렸다. 결국 당의 총체적 전략기능이 아주 무책임하게 굴러갔다. 또 대선 후보가 없다 보니 일사불란한 선거전을 펼치기 어려웠다."
"총선 패배 책임이 무조건 한명숙에게만 있다는 시각은 과도"
이용득 한노총 위원장을 강하게 질타하는 홍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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