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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으로 바라본 4.11총선 / 오승주

댓글 2 추천 3 리트윗 0 조회 115 2012.04.13 17:13

행동경제학으로 바라본 4.11총선

작성: 오승주 2012년 4월 12일 목요일 오전 8:02 ·

인간의 마음은 원래 불합리하고 시도 때도 없고 그르치기 쉬우며, 선거는 특히 불합리의 극치다. 대니얼 캐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과 도모노 노리오의 [행동경제학]을 참조해 칼럼을 작성했다.

 

 

행동경제학으로 '정권심판론'과 '멘붕현상' 바라보기

 

4.11 총선 이전까지 언론과 사람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말은 '심판' 또는 '정권심판'이다. 그리고 막상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고 나서는 그 결과에 놀란 사람들 사이에서 '멘붕'(멘탈붕괴를 뜻하는 신조어)이라는 말이 급속도로 퍼졌다. 정권심판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정권심판론이 심판을 받았으니 멘탈이 붕괴될 수밖에. 

 

2002년 세계 경제학계를 평정한 학문은 심리학이었다. 대니얼 카너먼은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으로 인간의 선택은 불합리하다는 심리학적 기반으로 경제학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이론을 발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정권심판론을 내거는 야권의 정치인들은 '초점 착각'의 오류에 빠져 있다. 초점 착각은 실제 대중들이 정권의 실정에 대해서 받는 스트레스가 다른 곳으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때 발생한다. 야권 정치인들이나 국회의원 낙선한 야당 정치인은 매일 스트레스를 느낀다. 권력을 잡았다가 빼앗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4년 동안이나 실정에 대한 스트레스를 유지하지 않는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반신불수 환자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는데, 환자를 알고 있는 사람은 한달 전 사고를 당한 환자에 해 우울한 기분의 비중을 75%로 추정했고, 반신불수 환자를 상상해야 했던 사람들은 70%라고 답했다. 1년이 지나자 환자를 알고 있던 사람은 우울한 기분의 비중을 41%라고 답한 반면, 상상해야 했던 사람들은 68%로 답했다.

 

정권심판론은 야당 정치인 자신의 이야기일 뿐 실제 선거 현장에서는 유권자들을 설득하기에 한계가 있다. 자신의 사정을 유권자에게 강요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야권 지지자들이 '멘붕'에 빠지는 것 역시 경험자아와 기억자아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들의 경험 자아는 보수 정치세력과 기득권의 오랜 집권의 시간 그 자체다. 하지만 최근의 민간인 사찰이나 연이은 실정 등 정권 악재는 경험 자아를 잊고 야권의 압승을 기대하게 만든다. 대니얼 캐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김영사)에서 LP 교향곡의 예를 들었는데, 어떤 사람이 LP판으로 교향곡을 듣고 있는데, 연주 마지막에 판의 끝 부분이 긁혀서 소음이 발생했다. 그는 이것 때문에 '음악을 망쳤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음악이 전체적으로 괜찮았다는 것은 경험 자아이지만, 소음 때문에 음악을 망쳤다고 여긴다. 이것은 경험과 경험의 기억 사이에서 오는 강력한 인지적 착각이다. 대니얼 캐너먼은 "나쁜 마무리가 교향곡 연주라는 좋은 경험을 완전히 무효로 흐뜨러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4.11총선 결과 역시 역사와 현대사를 통해 확인한 경험 자아를 이해한다면 멘붕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1과 시스템2, 그리고 선거

 

대니얼 캐너먼의 '행동경제학'에서 기본이 되는 개념은 시스템1과 시스템2이다. 시스템1은 '직관'이라고도 부른다. 매우 빠르게 자동적으로 작동하고 편향에 치우치기 쉬우며, 어려운 문제를 단순화하는 데 능숙해서 편안하기도 하지만 일을 그르치기도 쉽다. 시스템2는 시스템1을 제어하고 감독하는 기능을 하고 있지만 게으르고 바쁘기 때문에 상호 보완이 되기도 하고, 시스템1에 의해 끌려가기도 한다. 시스템2가 잘 작동했더라면 인간이 불합리하다는 이론은 설득력을 잃었을 것이다. 예컨대 A라는 슈퍼마켓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 상추 값이 비싸고 싱싱하지 않다. 그런데 B라는 슈퍼마켓이 새로 문을 열었다. 이곳은 집에서도 가깝고 상추도 싸고 싱싱하다. 하지만 나는 A라는 슈퍼에서 계속 상추를 사게 된다. 시스템2가 슈퍼마켓 B로 가도록 교정을 해주기 전까지 시스템1에 의한 편향은 계속된다.

 

선거는 시스템1의 전쟁이다. 선거기간 동안 수많은 상황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시스템2가 차분히 판단을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선거와 시스템1, 시스템2를 설명하기에 좋은 예는 한나라 유방의 사례다.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으나, 말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 ㅡ육고

 

한 고조 유방이 육고라는 가신에게 시경 등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건방을 떨었다가 제대로 한수 배운 유명한 예화가 있다. 말 위에서 천하를 차지한 진나라가 말 아래로 내려와 정사를 잘 다스렸다면 유방에게 기회가 있었겠느냐는 비판은 유명하다. 말 아래에 내려온 유방은 건국의 1등공신 한신을 토사구팽하고 문물을 정비하는 등 말 아래에서 다스리는 데 주력하며 한나라를 부흥시키는 데 성공한다. 천하를 얻는 데까지는 시스템1이 관여를 했고, 천하를 다스리는 데는 시스템2가 관여를 하게 된다.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가 나꼼수 27회에 출연해 "어떤 자리에서 일을 잘 하는 것과 그 자리에 가는 능력은 다르다."고 말한 것도 시스템1과 시스템2를 잘 설명해준다. 이 개념들을 통해서 4.11총선 당시 유권자들의 마음 속에서 벌어진 일들을 설명할 수 있다.

 

 

군소정당의 몰락과 진보정당의 엇갈린 운명

 

이번 총선거에서 살아남은 정당은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자유선진당 정도다. 이 번 총선에서 출사표를 던졌던 20개 정당 중 16개가 득표율 2%에도 못미쳐 해산의 길을 가게 됐기 때문이다. 시스템1과 시스템2의 관점에서 보면 시스템1을 능숙하게 다룬 당은 살아남았고, 시스템2에 의존한 정당들은 대부분 몰락했다. 자유선진당이 몰락한 까닭은 새누리당과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 인지적 편안함을 이해하면 강력한 선거 전략을 짤 수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유권자들의 인지적 편안함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즉 새누리당은 당명과 간판과 로고를 바꾸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을 없애고 복지공약 등을 내세우며 '미래'를 반복해서 이야기했고, 민주통합당은 시종 일관 '정권심판'을 외쳤다. 이것은 새로운 방법이 아니다. 캐너먼도 사람들이 거짓말을 믿게 하려면 거짓말을 정기적으로 반복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진보신당, 녹색당 등 몰락한 정당들은 '가치'를 이야기했다. 이것은 시스템2에 해당하는 개념들이다. 말 위에서 천하를 다투는 선거에서는 효용이 없는 방법이다. (가치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를 자극할 수 없다는 뜻이다)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를 꾀하는 등 협상력뿐만 아니라 대중정당이 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줬다. 가치가 다를 것 같은 진보세력이 하나의 통합된 당으로 된 모습은 유권자들의 인지적 편안함을 자극했다. 색깔이야 어쨌든 통합과 연대의 시늉이 먹혔다는 점이다. 원내교섭단체를 목표로 망사스타킹 공약이나 파마머리 같은 보여주기 식 약속은 유치할 수 있지만 대중들로 하여금 찍어도 불편하지 않다는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13석이라는 성과를 보여줬다.

 

 

보수세력이 선거에 기똥차고, 진보개혁세력은 그저 그런 까닭?

 

SNS 이용자나 네티즌, 진보개혁 인사들은 MB정부와 박근혜를 무지하다고 비판하고 조롱한다. 하지만 제헌 이후 선거에서 진보개혁세력이 대권을 잡은 것은 단 2회에 불과하다. 선거에서 항상 패배하는 세력이 선거에서 거의 매번 승리하는 세력에게 무지하다고 할 수 있을까?

 

행동경제학에서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게 있는데, 미지의 양을 추정하기 전 그 양을 미리 추정하면 결과는 추정치와 비슷하게 유지된다. 새누리당의 닻은 '100석'이었다. 100석에서 120석, 130석, 그리고 최종적으로 152석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오히려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를 보여줬다. 비현실적이리만큼 최상의 시나리오에 의존했고, 가능한 정보를 활용해서 문제 예측의 '틀'을 만들지도 못했다. 막연히 유권자들이 심판을 해줄 거라는 희망에 매달렸다. 통합진보당 역시 원내교섭단체 의석수인 20석을 제시했지만 닻이라기보다는 희망 목표치에 가까웠다.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보수세력은 유리한 조건을 갖춘 반면, 진보개혁세력은 불리한 조건을 갖췄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이득보다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싸운다. 캐너먼은 특정 지역의 소유자가 경쟁자의 도전을 받을 경우 거의 언제가 소유자가 승리를 한다는 생물학자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오랫 동안 이익을 누려온 보수세력은 기득권을 지키는 입장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승리하기가 쉽다.

 

하 지만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는 세력들은 '인지적 편안함'에 반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저항을 받기 쉽다. 캐너먼은 이를 디폴트 옵션으로 설명했다. A사의 주식을 보유하다가 B사로 갈아타지 않아서 100만원의 손해를 본 투자자보다 B사의 주식을 보유하다가 A사로 갈아타서 100만원의 손해를 본 투자자가 비난을 더 받게 된다. 변화가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데 대해서 유권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참여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이 이를 증명한다. 애초부터 보수는 좋은 환경에서 싸움을 하는 반면, 진보는 인간의 시스템1을 거스르는 방식이므로 좋지 않은 환경에서 싸움을 하는 셈이다.

 

 

'유권자 편향' 욕하지 말고 이해해야 산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행동경제학에서 바라본 인간은 '불합리한 선택'을 하고 잘못된 인지적 판단에 휘둘리는 존재다. 유권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편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진보세력에서 나온 '계급 배반 투표' 같은 용어들을 보면 우매한 대중이 선택을 그르쳐 스스로를 불행하게 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언어들은 시스템2에 해당하기에, 선거전과는 큰 관련이 없다. 오히려 유권자의 '편향'을 문법처럼 받아들이고, 진보개혁세력에게 유리한 편향이 되도록 변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행동경제학의 집대성자인 캐너먼조차도 일상 생활에서는 편향적 행동을 많이 한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진보개혁세력이 음미할 만한 대표적인 편향은 "무엇에 지나치게 열심히 집중하면 자기도 모르게 눈이 멀게 되는" 현상이다. 이와 관련해서 '투명 고릴라 실험'이라는 유명한 연구 결과가 있는데,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는 농구공을 패스하는 두 팀이 나오는 짧은 동영상을 만들었다. 한 팀 학생들은 흰색 셔츠, 다른 팀 학생들은 검은색 셔츠를 입게 했고 동영상 시청자들은 흰색 셔츠를 입은 팀의 패스 횟수를 세라는 지시를 내렸다. 동영상을 시청하는 학생들이 몰입과 집중을 하는 동안 무려 9초 동안 고릴라 복장을 한 한 학생이 코트를 가로질러 천천히 걸으며 가슴을 두드리는 등 제스처를 취한다. 동영상을 보면서 지시에 따른 수천 명의 학생들 중에서 절반 정도는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고릴라가 등장하지 않았다고 우기기까지 했다. 우리는 명백한 것조차 못 볼 수 있으며, 자신이 못 본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다.

 

혹시 진보개혁세력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읽어내는 데는 게으르고, 장밋빛 꿈에 부풀었거나 유권자가 공감하지 않는 어떤 가치에 지나치게 몰입하지는 않았을까?

 

출처 :http://www.facebook.com/social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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