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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14:29
4.11 총선 결과는 너무나 참담했다. 본인도 다른 야권 지지자들과 마찬가지로 개표 결과를 보고 열받아 한잔하며 뜬눈으로 날을 지샐 수 밖에 없었다. 두달 전만 해도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도 필요없고 단독으로도 과반은 넉넉히 달성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더니 야권연대를 하고도 이명박의 새누리당에 제1당을 내주는 것도 모자라 과반을 내어주다니...
이명박이 개판을 쳐 나라를 완전 거들 내 이명박과 그의 정권 심판이라는 말만 가지고도 이길 수 있는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상식적으로 어이없는 결과가 나왔다고 다들 난리지만 나의 생각은 애초부터 달랐었다. 나는 야권에서 막중한 비중을 가졌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려는 분위기 속에서 모든 언론과 사법권을 장악한 새누리당을 이긴다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라 생각했었다.
우리말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결과가 있으면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그것도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곳에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면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실패는 과연 어떤 보이지 않는 숨은 원인에 기인한 것일까?
나는 공천에서의 잡음, 야권연대에서의 불협화음, 김용민의 막말 등 보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이상 논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내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 참패라는 결과가 도출된데 대해서 민주통합당 내 야권연대 반대론자들의 책임이 막중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두달 전만해도 대부분 언론과 정치평론가란 사람들이 민주통합당 단독으로도 국회의석 과반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고 떠들고 있는 상황 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구민주당의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는 민주당 내 일부 인사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분을 나누어야주어야 할지도 모르는 야권연대가 달가웠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야권연대로 민주통합당이 국회 제1당이 되어 새 지도부가 인정을 받고,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이 국회 교섭단체를 이루게 되면 자신들이 야권의 뿌리로서 그에 마땅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그들의 자존심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는 3월13일자 민주당 어떤 인사가 작성했던 것으로 언론에서 거론된 바 있는 문서에서도 잘 나타나 있었다. 그 내용을 보면 "이번 총선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총선 패배 후 새 지도부 구성과 대선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한다"고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3월 13일이라면 민주통합당이 단독으로도 과반을 넘을 수 있다는 여론조사 분위기에 심취되어 당내 선거 관련 문제로 바쁘다며 선거연대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시기였었다. 그런데도 민주당 내에서 이번 선거는 필패할 수밖에 없고 차후를 생각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었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것으로 사료된다.
이 말을 아주 호의적으로 생각하면 "개인날씨에 비올 것을 대비해 우산을 마련하자"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무언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글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자신들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번 총선을 이끌어가겠다는 의도가 상당히 내포되어 글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나는 이 문건과 연관하여 이번 총선을 바라보았을 때 2002년 후단협의 악몽이 되살아나곤 했었다. 아시다시피 후단협은 노무현대통령이 당시 정상적인 경선 결과를 거쳐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당선된 후, 이에 불만을 품은 상당수 민주당 내 기득권 세력들이 노후보의 지지도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뒤진다는 이유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상식적인 기준을 벗어나더라도 민주당 내 대선 후보를 무조건 바꿔야 한다고 떠들던 집단들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2002년 후단협 사건과 비슷한 사건들이 일어났었다. 야권연대 경선에서 패배한 김희철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민주통합당 후보자 8명이 동시에 경선불복을 선언하며 이번 총선의 야권 최대 필승카드였던 야권연대를 흔들기 시작했다.
나는 이 사건에 대해 단순히 후보자 8명이 의기투합해 경선불복 기자회견을 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음이 틀림없다. 일설에는 애초에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야권연대에 반대했었던 당내 실력자 모씨가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마도 이것은 사실일 것이다.
야권연대를 뒤에서 흔들었던 그들의 참뜻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괴문서(?)라는 것이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야권연대와 관련하여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면 이명박 정권 심판론으로 핀치에 몰렸던 조중동 등 수구언론들과 새누리당이 이를 기회로 삼아 야권을 향해 맹폭을 가할 것이고, 이에 따라 민심이 야권에서 멀어지면 야권은 총선에서 패배하고 현 지도부의 입지는 약화되어 그들에게 당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고, 또한 그들의 눈의 가시였던 통합진보당도 이미지 손상으로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참패를 했지만 2002년 후단협과 비슷한 행동을 보였던 민주당 내 기득권을 지키려는 일부세력들은 그들이 바랐던 소기의 성과를 충분히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미 민주통합당 현 지도부가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했고, 문재인 실장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비난성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오는 대선을 생각하면 그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심을 위해 더 이상 무리수 두는 것을 방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총선 참패를 거울삼아 야권이 최선의 접점을 찾으며 효과적으로 대선에 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선에서는 반드시 승리해 우리의 염원인 이명박과 그 똘만이들의 비리와 만행에 대해 적절한 심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민주통합당 내 후단협과 같은 행동을 하는 일부 세력에게 부탁합니다.
또다시 2002년 후단협의 악몽을 떠올리는 일을 벌이지 마십시요. 만약 당신들이 다가 오는 대선에서도 그런다면 역사의 죄인으로 씻을 수 없는 멍에를 뒤집어쓸 것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