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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보낸 한 철

댓글 3 추천 3 리트윗 0 조회 72 2013.07.16 00:35

 

                                             


 

요란한 소나기가 그치자 기다렸다는 듯 숲의 합창이 시작됐다. 지금 이 염천과 습한 시절, 랭보가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이라는 시집으로 명명한 숨막히는 시절을 보내는 숲에서 사는 풀벌레들의 삶은 내게 온통 경외의 대상이다. 그들은 애벌레로 평균 7, 8여년을 기다리다 이생에서 하루, 혹은 길어야 15여일을 살고 짧은 생을 마감한다.

 

그러니 세상 사람들아, 저 숲의 날것들의 삶을 하찮케 여기지 마시라! 짧으면 하루, 길어야 15 여일동안에 자신의 생을 반드시 남기고 떠나야 한다는 삶의 명제를 실천하는 일보다 더 소중한 것이 그들의 생에 어디 존재하겠는가? 그러므로 숲의 생명들은 목숨을 걸고 순간을 산다. 그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다. 그래서 매미는 피토하듯 울고, 하루살이들마저도 그렇게 악착같은 것이다. 이처럼 숲의 생명들은 하나같이 온몸을 던져, 온 생을 던져 순간을 산다. 그들에게는 단 한순간의 허투루나 곁눈질조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노도처럼 소나기가 뿌려도, 천둥과 번개가 온몸을 휘감아도, 저 여름날의 변화무쌍한 숲은 온갖 날것들의 생을 던져 순간을 영원처럼 실존하려는 처절하고 치열한 몸부림이 가득한 것이다.

 

그럴지니 당신이 여름 날의 숲에 간다면 좀 더 경건해져야 마땅할 일이다. 왜 매미는 그렇게 악에 바쳐서 울고, 하루살이와 모기들은 왜 아귀처럼 악착같이 몸으로 달려드는지 투덜거리지 말아야 할 일이다. 숲의 하찮은 것들은 우리에게 입을 모아 말한다. 생명 있는 것들은 그 어느 것 하나라도 거저 사는 것은 없다고, 자신의 전 생을 던져야 겨우 존재를 다음 생에 남길 수 있는 것이라고. 우리들의 이생에서의 삶은 그래서 인간들에게 존경을 받아 마땅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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