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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4월은 갈아 엎는 달

댓글 3 추천 5 리트윗 0 조회 81 2012.04.09 07:14

T. S. 엘리어트는 장시 ‘황무지’를 명징한 이미지와 함축적 서정으로 시작한다. 해마다 사월이 되면 앞부분이나마 떠올리게 되는 명시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우리에게는 이맘 때 쯤 요절한 저항시인 신동엽의 ‘사월은 갈아엎는 달’이 아픈 함성으로 다가온다. 사월은 눈부신 신록과 함께 찾아오는 변화와 혁명의 달이다.

"…광화문서 목 터진 사월의 승리여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의 불야성
갈아엎었으면 갈아엎은 한강연안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날이 오기까지는, 사월은 갈아엎는 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사월은 일어서는달"

 

부지런한 농부가 땅을 갈아엎어 새 생명을 키워가듯이, 지금은 언론사 노조들이 눈물과 땀으로 사월을 사월답게 만들고 있다. 특히 언론인에게 올 사월은 충격 그 자체다. 언론인이 지금처럼 신동엽의 저항 시에 공감하게 되는 때도 드물 것이다.

왜곡편파 보도에 저항하고 김인규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KBS 새노조가 최근 독자적인 뉴스보도 채널을 통해 정부의 엄청난 불법사찰 문건을 특종 폭로했다. 2009년 작성된 이 문건은 ‘BH(청와대) 하명’에 따라 정부기관의 언론사에 대한 불법사찰이 이뤄졌고, 그 결과 지금의 김 사장과 배석규 YTN사장 등이 언론사를 장악하게 된 배경을 명료하게 보여 준다.

KBS에 대한 문건은 ‘수요회 등 친(親) 김인규 세력의 활동으로 KBS의 색깔을 바꾸고 인사와 조직개편을 거쳐 조직을 장악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 사장 쪽은 실제로 일을 그렇게 꾸며갔다. YTN에 대한 문건 역시 ‘친노조· 좌편향 간부진을 인사조치하고,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을 사장으로 임명하여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YTN 또한 이에 충실히 따랐다.

정부가, 그것도 최고의 행정기관이 민주주의를 근원적으로 부정하는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자행했다는 점이 우리를 경악시킨다. 불법사찰 당한 곳은 언론사뿐이 아니다. 정부는 집권세력과 생각이 다른 많은 민간인들을 엿듣고 감시하고 미행하고 불이익을 주었다. 이명박 정부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대형(Big Brother)’을 연상시킨다. 선량한 시민 하나하나까지 감시하고 통제하고 유린하는 공포와 전율의 대상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불법사찰을 했을 뿐 아니라, 그 증거를 은폐조작하기 위한 입막음용으로 거액의 검은 돈을 거래했다. 또한 명백한 증거 앞에서 반성하는 빛도 없이 ‘사찰문건의 80%는 노무현 정부 때 만든 것‘이라는 거짓말로 4월 총선의 위기를 어떻게든 모면하려는 가증스러움도 보였다.

언론인으로 지내온 자신이 부끄럽다. 시대정신에 맞는 철학과 진정성이라곤 없이 국민과 언론을 겁박하는 정부, 능멸당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방송사 사장, 부패한 인물들로 둘러싸인 국가최고기관·…. 그 동안 사회의 파수견이라는 언론은 무엇을 감시했기에 국가기강이 이 지경까지 무너져 버렸는가? 많은 언론이 지금도 진실보도에 충실하기보다 정권의 동맹 세력이 되어 이권에 탐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 8명의 언론인이 해고되는 등 200여 명이 징계를 당했다. 그것도 모자라 MBC 김재철 사장은 최근 정영하 강지웅 등 2명을 해고하는 등 또 한 번 사원을 무더기로 중징계했다. 이런 사회를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가? 나는 해고나 중징계를 당한 언론인들이 모두 우파나 보수주의자가 아니듯이, 모두 좌파나 진보주의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모두 배우고 꿈꿔 온대로 언론의 정도를 걷고자 하는 순수한 언론인들이라고 확신한다.

 

언론사 동시 파업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불법사찰의 각본대로 정부가 언론을 장악한 배경이 낱낱이 밝혀짐에 따라 언론계는 또 한 번 분노와 저항으로 들끓고 있다. 여야당 모두에서 대통령 하야 주장이 나왔고, 언론인들의 강력한 기자회견문이 발표되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하명에 따른 언론장악, 민간인 불법표적 사찰 지휘, 청와대 비서실이 지시한 증거인멸, 검찰의 축소·은폐수사 개입 등 총체적인 헌정유린 범죄행위에 책임을 지고 즉시 하야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 전 타계한 김근태 선생의 유훈이 ‘2012년을 점령하라! 투표하라! 참여하라!’였음을 기억한다. 올해의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단호하고도 간곡한 유훈이었다. 외람되지만 그 위에 덧붙이고 싶은 말도 있다. 지난 해 세계의 99%들이 부르짖던 ‘분노하라!’라는 외침이다. 소크라테스 식으로 말하자면, 불의를 보고 분노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삶은 삶으로서 가치가 없다.

 

http://blog.daum.net/zlxkek2150/29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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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핀꽃 무엇ì?¸ê°€ 

꽃이 져도 그를 잊은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