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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2 21:59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발언이 국민과 정치권의 질타를 받자 안보 위협론을 들고 나와 아예 정치를 하고 있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막장 행태와 불법 댓글을 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이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 국정원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언급을 기점으로 국방부가 가세하고, 여권 커넥션에 의해 NLL 논란이 재점화 된 것에서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이번 사건이 제대로 밝혀지면 국정원을 행동대장으로 하는 여권 커넥션의 실체가 지난 대선 결과를 무효화시킬 만큼 파괴력이 엄청나다는 추론입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한 다음 날 총리공관에서 여권 커넥션의 핵심 9인방이 모인 이후로 출구전략을 추진하던 집권 세력이 NLL 논란을 재점화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입니다.
남재준 원장과 국정원 직원들의 안보에 대한 남다른 사고방식으로 치부하기에는 도를 넘은 정치행위와 재판에서 댓글혐의도 부정하는 막가파식 행태를 보이는 것은 상식의 수준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국정원법에 정치 개입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음에도 또다시 안보 위협론을 들고 나온 것은 박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여론의 질타에 한 발 물러섰지만 NLL 논란의 진실을 알고 있는 김관진(참여정부 때 합참의장으로 김장수 현 청와대 안보실장과 함께 남북정상회담에 관여했다)의 국방부까지 나서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의 취지는 NLL 포기에 해당하며 이는 국가의 안보에 치명상을 준다고 주장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정원과 국방부, 새누리당과 총리까지 박 정부가 총출동해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국정원의 수장부터, 검찰의 고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일개 직원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불법적 정치개입과 선거개입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으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그들이 벌인 국기문란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면 이 땅의 보수 진영이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이들의 막장드라마를 단순히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보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특수한 인식으로 설명해야 한다면 국정원의 역할을 정보 수집 이외에는 어떠한 것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정보의 분석과 대응, 수사와 검찰 고발 등의 역할은 별도의 기관들에 분산시켜야 합니다.
특히 인공지능 덕분에 빅 데이터 저장과 분석 및 활용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것을 고려하면 구태여 국정원의 존재이유가 정보 수집 이상일 필요는 없습니다. 정보 수집으로 축적된 빅 데이터의 분석에 인공지능 기술의 무차별적인 적용을 허용하면 통신사나 포탈이 국정원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정보기관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구글이나 애플처럼.
결국 남재준 국정원장의 깨놓고 하는 정치개입과 재판에서 댓글혐의조차 부정하는 국정원 직원의 뻔뻔함, 국방부의 가세, NLL 논란 재점화, 방송3사의 토론 등으로 이어지는 무차별 공세는 지난 대선에서 여권 커넥션을 통해 이루어진 불법과 탈법들이 현 정부의 정치적 정당성은 물론 이 땅의 수구세력의 맨 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더 이상 정치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힘을 받게 됩니다.
두 번째는 국정원이 증거가 될 수 있는 관련 자료들을 거의 다 제거했거나 제거하기 위해서 시간을 벌고 있는 중이라는 추론입니다. 남 원장과 국정원 직원들이 보여주는 행태와, 범죄자에게 스스로 판결을 내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셀프 개혁 주문도 어쩌면 국정원의 존재가치와 특수한 자기보존 본능을 핑계로 국정원에게 모든 증거들을 제거하도록 유도하거나 시간을 벌어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국정원이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할 지경에 이르러서 국정원의 존폐까지도 언급될 정도인데도 전혀 반성하거나 자숙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을 넘어 아예 역공에 나선 것을 설명하려면 두 번째 추론이 불가피합니다. 어쩌면 여권 커넥션에서는 이미 재판의 결과와 국정원 개혁을 최소화하는 청사진이 나와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 심하게 추론하면은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청사진을 넘어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전 정지작업이 끝난 것인지도 모릅니다. 여권 커넥션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면 이명박근혜로 이어지는 이 땅의 보수 진영의 맨얼굴이 드러나기 때문에 모든 살아 있는 권력과 수단을 동원해 국정원 문제를 최소화하는 작업이 완결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들이 NLL 논란을 키우고, 방치하던 개성공단 문제를 뒤늦게 들고 나오고, 이산가족상봉 문제와 4대강사업까지 도마에 올린 것은 보수의 가면을 쓰고서 반칙과 비리를 일삼던 이 땅의 불의한 특권층이 갈수록 거세지는 국민의 저항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더 이상 MB정부에 대한 감사를 미룰 수 없다는 글을 쓴 이유도 합리적 보수조차 거부하는 이 땅의 불의한 특권층의 맨얼굴을 드러내려면 이명박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부터 밝혀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땅의 국민들이 이들의 실체를 제대로 알게 됐을 때만이 절대다수의 국민에게 유리한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경쟁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공존이 가능합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불의한 1%가 평범하거나 정의로운 99%를 이용하고 버려가면서 무한대의 이익을 착취하고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막강한 카르텔 때문에 권력의 감시자 노릇을 해야 할 언론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으며, 국회가 좋은 의원들이 있음에도 국민의 질타를 받는 형편없는 곳으로 추락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촛불 이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정치권 곳곳에 포진해 있는 이들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고 쏙아 내려면 정의를 향한 순정한 분노와 저항의 상징으로서 압도적인 촛불 이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막강한 자유주의의 헤게모니에 대항해 '좌파로부터의 감염'을 통해 내용적 민주주의를 충실하게 만들어온 진보정당이 몰락한 것도 치명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썼던 글과 언론의 직무유기, 바람과 함께 사라진 민주주의에 있는 부분을 다시 인용하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더 이상 민주주의가 후퇴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으며 국민의 힘으로 되돌려놓아야 합니다.
권력을 독점한 불의한 특권층과 거기에 기생하는 언론과 사이비 엘리트와 지식인이 활개 치는 세상 속에서의 개인이란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존엄을 상실한 수동적 소비자로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깨어 있는 것은 귀찮고, 분노하는 것은 힘들고, 행동하는 것은 두렵지만 이 모든 것이 사라지면 민주주의도 함께 사라집니다, 바람과 함께.
꿈꾸면서도 외치지 않는 자에게 용기를, 지켜보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자에게 투지를, 결말을 상상하면서도 처음에 저항하지 않은 자에게 결단을, 현실의 한계에 짓눌려 침묵하는 자에게 참여를, 개인의 자유와 견해의 다름을 주장하는 자에게 연대를, 그리고 모든 이들이 죽음에 이르러 마침내 내려놓을 고뇌의 여정과 대가 없는 평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