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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6 00:40
박근혜 정부의 종편 먹거리 만들어주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광고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종편에게 커다란 선물보따리를 안겨주기 위한 작업들이 하나둘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전통의 식품산업에서 방송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방향을 돌린 CJ 이재현 회장의 구속과 2TV의 광고 축소를 기준으로 책정된 KBS의 수신료 인상안의 이사회 상정이 종편 먹거리 만들어주기의 핵심이다.
사실 시장지배력을 과신한 보수신문의 방송 진출은 국내 여론의 독과점을 초래하는 것을 넘어 국내 방송광고시장의 지형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됐다. 헌데 이명박 정부가 광고시장의 크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려 네 곳에 종편 허가를 내주면서 이들의 꿈은 한낱 물거품이 되는 것을 넘어 본사의 재정마저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지상파 수준의 광고료 산정을 요구하면서 큰소리쳤던 종편들은 시청률 조사의 의미도 없는 1%대 이하의 시청률에 발목이 묶여 방송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악순환에 빠져버렸다. 광고시장을 갑자기 늘릴 요술방망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야심차게 출발한 종편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기에 몰렸다.
이명박 정부로부터 온갖 특혜란 특혜는 모조리 받았음에도 최고의 강점으로 여겨졌던 신문시장에서의 우월적 지배력이 방송시장에서는 최악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생사의 갈림길까지 내몰린 종편이 건곤일척의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50대 이후의 시선을 끌어들일 선정적 정치보도와 종북 몰이에 올인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종합편성채널에 부과된 프로그램의 다양성은 패대기치고 주구장창 정치와 관련된 선정적 보도와 토론(제작비 = 출연료)을 통해 6.25를 직접 체험했거나 박정희 향수에 빠져있는 세대들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시청률을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다. 이는 광고 수주로 이어졌고 적자의 크기를 뭉툭뭉툭 줄여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 상반기에 영업이익을 내는데 성공했다. 워낙 제작비가 적은 정치와 시사토론 프로그램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 수다 프로그램의 끈질긴 재방송의 위력은 총선과 대선이 겹친 지난해를 기점으로 종편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로써 한껏 위축됐던 예전의 고압적 자세가 되살아났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나무 같은 방송사가 하나 쯤은 있었으면 합니다 ㅡ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윤창중 사태로 피크를 찍은 종편은 거침없이 치고나갔으나, 5.18 관련 왜곡보도로 잠시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재정적으로 한숨을 돌린 상태라 특유의 정치적 집단몰이를 통해 광고시장의 재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그 첫 작품이 케이블 업계의 최대 업체인 CJ(이재현의 누나인 이미경이 총괄하며 MBC 출신의 영입과 광해를 제작했을 만큼 진보적 스탠스가 강했다)의 광고를 빼앗아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사전 회의까지 마친 종편은 모기업인 보수신문의 비호 아래 CJ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고 기다렸다는 듯이 검찰이 움직였다. 때마침 조세도피처에 역외탈세를 한 것까지 드러난 CJ는 종편은 물론 KBS의 공격까지 받아야 했다. 그 결과가 이재현 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졌으니 그 다음에 이루어질 사태란 능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어느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질 것인가, 그것만이 남았을 뿐이다. CJ에게도 최후의 보루(?)가 있다고 알려지고 있지만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지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미지수에 불과할 따름이다. 당장 CJ의 간판인 tvn의 상황을 살펴보시라. 어떤 프로그램들이 사라졌으며 콘텐츠의 질과 자유로움이 어떻게 변했고, 정부의 창조경제를 찬양하는 내용이 얼마나 많이 전파를 타는지 확인해 보시면 대강의 타협선이 그려질 것이다.
여기에 준소세적 성격이 있는 KBS의 시청료가 현재의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오를 경우 KBS 2TV의 광고 자진삭감액이 3,500억원, 5,000원으로 오를 경우 5,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니 종편의 먹거리는 흘러넘칠 정도로 커진다. 만약 총수가 구속된 CJ에게서 1,000~2,000억원에 이르는 광고수주액을 넘겨받게 된다면 종편은 비로소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정부가 종편에게 선거 관련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허용할 경우에 종편의 편향성과 선정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미래의 먹거리는 곳간을 채우고도 남을 것이다. 국정원의 국정조사와 NLL 논란은 10월 재보선까지 이어질 터, 거대 양당이 잃어버릴 정치적 이득은 지지부진한 안철수 신당과 존립이 불가능할 정도로 쪼그라든 진보정당이 겪어야 할 정치적 홀대보다 훨씬 작을 수밖에 없다.
허면, 광고시장에 대한 재편이 완료된 시점 이후의 대한민국 여론 시장의 향배는 어떻게 귀결될 것 같은가? 한 마디로 답이 없다. 게임 오버다. 따라서 공정한 여론 형성의 공론장을 기대하는 사람들이라면 국정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것과 함께 KBS의 시청료 인상안은 반드시 저지해야만 한다.
이상이 이재현 회장 구속과 KBS 시청료 인상의 평행이론의 거친 얼개며 보수화 메커니즘이 완성되는 최종 종착지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 평행이론은 뿌리 채 흔들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절차적 민주주의조차도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극단적 불평등을 해소할 시대적 사명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P.S. 정말바보(아고라와 다음 블로그에서는 늙은도령)라는 놈의 개인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궁금하신 분들은 아랫 제목을 폭풍 클릭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