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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3 19:33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가 최근 국정원 계정 및 의심 계정(이하 '국정원 관련 계정')에서 작성된 23만여 건의 트위터를 공개한 가운데, 국정원이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에 집중적인 개입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본지가 23만 건의 원본 데이타를 바탕으로 키워드 검색을 실시한 결과, 통합진보당 사태가 한창이던 2012년 5월 2일부터 2012년 7월 31일까지 국정원 관련 계정(658개 중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512개 계정)에서 작성된 통합진보당 대상 트윗(통합진보당 및 소속 인사들을 직접 언급한 것만 포함)은 2천 606건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에 국정원 관련 계정에서 작성된 전체 트윗 2만 6천 31건의 10%이며 민주당 대상 트윗(660건)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만일 <뉴스타파>가 분류한 '정치 관련 트윗'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이 기간에 국정원 관련 계정에서 작성된 정치 관련 트윗(9348개) 가운데 통합진보당을 타겟으로 한 트윗은 24.09%(뉴스타파의 분류에 따른 '정치 관련' 트윗에서 추려낸 통합진보당 대상 트윗인 2,252건을 기준으로 함. 동일한 기간을 대상으로 본지가 찾아낸 통합진보당 대상 트윗은 2,606건)에 달한다. 즉 국정원 및 의심 계정에서 작성된 4건 중 1건 꼴이다.
원세훈 前원장의 불법 정치관여, 선거개입 지시 개요도ⓒ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이미 2012년 2월부터 '경기동부'에 타겟팅
흥미로운 사실은 국정원 관련 계정들이 통합진보당을 대상으로 한 활동을 개시한 시점이다. 원본 데이타를 분석해보면 이들 국정원 관련 계정들이 실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1년 12월 무렵이며, 통합진보당을 목표로 한 여론조작을 개시한 것은 2012년 2월 중순 이후다. 그런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2년 2월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선거 시기의 사이버 활동을 더욱 강화하기 위하여 심리전단 사이버 팀을 4개 팀 70여 명으로 확대하였다"고 돼 있다.
이 시기는 또한 원 전 원장이 국정원 '全부서장회의'에서 "종북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 다시 정권을 잡으려 한다" "확실하게 조치하고 대응해야 한다. 금년에 잘 못 싸우면 국정원이 없어진다"고 말한 시점(2012년 2월 17일)과도 일치한다.(6월 14일 검찰의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결과 발표문') 즉,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의 외견상의 시작점이었던 '조준호 진상조사보고서'가 발표(2012년 5월 2일)되기 수개월 전에 국정원의 통합진보당 및 '경기동부'에 대한 종북 시비와 여론몰이가 시작됐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실제 트윗 내용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들 국정원 관련 계정들이 여론 조작을 개시한 것은 대선 1년 전인 2011년 12월 22일이며, 2012년 2월 15일까지 작성된 3천 5백여건의 트윗 가운데 통합진보당을 대상으로 한 내용을 한 건도 없다.
반면 2월 16일부터는 이들 계정에서 "南에 민통 통진 촛불폭도들" "정동영, 이정희, 박지원, 박원순, 문성근 등은 고통받는 북한동포들의 인권에는 단 한번도 말을 하지 않는다. 김씨 왕조의 똥개들"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를 위해 국익을 차버리는 민주통합당" 등 통합진보당과 이정희 공동대표를 대상으로 한 대량의 트윗들이 작성·유통된다.
이어 3월 하순부터는 '야권연대'의 중심축이었던 이른바 '당권파' 혹은 '경기동부'에 대한 집중적인 여론 조작이 시작되는데, "북한정권을 추종하는 이정희,김선동,황선 같은 통합진보당 추종자들" "경기동부연합의 핵심브레인이 ○○○라는 말이 있죠. 그는 6.25남침을 부정한 인물" "정치권 내부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는 '경기동부연합' ... 종북세력의 핵심이다 북한체제를 찬양한다는 둥 설이 많은 만큼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급선무" 등이 그 내용이다.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여론조작 위한 컨텐츠도 직접 생산
2012년 4월까지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정원 관련 계정들의 여론조작 활동이 주로 트윗의 '유통'에 치중했다면, 5월 이후엔 국정원 계정들이 직접 트윗 생산까지 도맡아하게 된다.
역시 2012년 5월 2일부터 2012년 7월 31일까지 국정원 관련 계정이 직접 생산한 트윗들을 대상으로 키워드 분석을 해보면, 국정원이 통합진보당 사태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이 3개월간 국정원 관련 계정들이 직접 생산한 글(非국정원 계정들에서 유통된, 중복 트윗들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임)은 308건으로, 서로 중복되는 내용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 308건 가운데 79건이 통합진보당을 직접 언급한 내용으로 전체의 4분의 1이며 이는 민주당 관련 트윗(27건)의 3배를 웃돈다.
통합진보당 대상 국정원 관련 계정에 대한 분석은, 엑셀 프로그램에서 키워드를 조합해 검색하는 방식으로 실행했다. 분석에 사용된 원본 데이타는 지난 26일 <뉴스타파>가 공개한 '국정원 계정이 작성하거나 RT한 전체 트윗 23만7,494개' 등이며, 검색 키워드는 '강종헌, 경기동부, 경동, 김미희, 김선동, 김제남, 김재연, 남쪽정부, 남측정부, 노회찬, 리석기, 리정희, 박원석, 서기호, 심상정, 오병윤, 유시민, 윤금순, 이상규, 이석기, 이정희, 정진후, 조준호, 통진, 통합진보당, 황선'을 사용했다.
국정원 및 의심 계정에서 만들어진 23만건의 엑셀 화면 일부분ⓒ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