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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1 10:14
어제 시내 서점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4,5편인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하편을 다시 읽었습니다. 로마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바뀌기 전의 내전 시기를 다루고 있었는데, 작금의 대한민국의 정국과 한치도 다르지 않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당시 로마의 상황을 보고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번 18대 대선 연장전이 단순한 정치투쟁이 아닌 당시 마리우스로부터 시작해서 카이사르를 거쳐 아우구스투스에 의해 끝나는 로마의 내전기와 다를 것이 없단 겁니다.
로마의 내전기의 시작은 호민관이던 그라쿠스 형제부터 시작하지만, 본격적인 막은 평민 귀족이면서 신참자였던 마리우스의 등장부터입니다. 마리우스는 48세까지 무명으로 지내다 유구르타 전쟁을 맞게 되고, 그 전쟁에서 회계감사관으로 온 술라를 발탁하여 유구르타 전쟁을 끝내게 되는데, 이점에서는 박근혜를 통일부장관으로 기용하려던 노대통령의
개방적인 포용 인사의 모습을 연상하게 합니다. (사견이지만, 이것이 현실화가 되어 노무현 사람들 만들기까지 성공했다면 지금의 지난한 내전 양상도 없었을 것이고, 새누리당 역시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구르타 전쟁에 이은 게르만족 퇴치까지 성공한 뒤, 호민관 사투르니누스의 과격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해 귀족층의 지지를 잃고 다시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하다가, 60대가 되서야 오리엔트 원정군 사령관이자 집정관이 되지만, 옛 회계감사관이었던 술라의 로마진군으로 인해 아프리카까지 도주하다가 술라의 원정을 틈타 다시 로마를 장악하는 데 성공하지만 곧 죽습니다. 본인이 노대통령을 그 시절의 마리우스와 비교하는 것도 2008년 화려한 복귀를 앞두고 서거하신 때문입니다.
그 후 술라는 다시 로마를 장악하고 마리우스의 기념비와 세력을 일소하고 종신독재관이 되어 보수파,귀족파의 나라를 만듭니다. 그리고 세상은 마리우스파(노무현계)에서 술라파(이명박근혜계)로 주도권이 넘어가게 되는데, 여기서 술라의 독재 당시 살아남았던 카이사르(문재인)가 활약하게 됩니다. 그리고 삼두정치를 통해 원로원을 무력화하고 갈리아와 브리타니아를 원정한 뒤, 루비콘 강을 건너 폼페이우스파가 된 술라파 의원들과 싸우게 됩니다. 물량이나 자원에서 폼페이우스파가 압도적임에도 카이사르의 놀라운 지휘력과 병사들의 충성,숙련도의 월등함으로 인해 에스파냐,그리스를 잃고 이집트로 도망친 폼페이우스의 죽음까지 확인한 뒤 로마로 개선해 술라와는 다른 탕평정치를 펼치게 됩니다.
(아참, 술라를 MB에 비유하는 것쯤은 제목에도 나왔으니 각설합니다.)
이렇게 해서 제 1차 삼두정치는 끝이 나고 카이사르의 집권이 계속되다가, 불만파들에 의해 카이사르가 암살되면서 그와 가장 가까운 측근이었던 안토니우스가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그리하여 안토니우스,레피두스(카이사르의 고관,정동영,한명숙 등),옥타비아누스 3인에 의해 제 2차 삼두정치가 시작되는데, 당시 옥타비아누스는 겨우 18살에 불과했고,
카이사르의 기반은 대부분 안토니우스가 접수한 상태에 있어 옥타비아누스는 끼어들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안토니우스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에 빠지면서 불만을 품은 로마의 세력가들이 옥타비아누스에게 돌아서고, 레피두스가 전사하면서 둘 사이의 대결이 현실화되고, 결국 악티움 해전에서 로마-이집트 연합함대가 참패하고 옥타비아누스가 이집트 왕조를 멸망시키면서 내전이 끝나고 제정이 섭니다.
지금 대한민국 정국의 위치는 막 폼페이우스가 한창 성가를 올린 뒤 원로원을 꽉 잡고 있고 카이사르는 원정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딱 그 시점으로, 최근의 NLL 정국까지를 고려하면 루비콘 강을 건너고 있는 그 시점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거기에서 폼페이우스는 수도 로마를 탈출해 그리스로 돌아갔지만, 박근혜도 중앙을 벗어날지는 미지수입니다.
카이사르가 주사위를 던지고 루비콘 강을 건넜듯이, 문후보 역시 주사위를 던져 NLL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NLL 원본을 공개해 포기가 사실이라면 정계은퇴를 하겠다는 것만큼 확실하게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폼페이우스가 로마를 탈출해 카이사르보다 한발 빨리 이탈리아를 떠난 것처럼 박근혜 정부와 집권당이 책임과 징벌의 권역을 떠나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문후보의 10.4 선언 정신 계승으로 대표되는 김대중,노무현 정신 계승 요구가 그러한 취지에서 나온 것입니다.
(P.S. 본인을 옥타비아누스에 비유한 것은, 작금의 노무현 사람들은 안토니우스처럼 카이사르 사후의 권력과 실세를 모두 쥐고 있었지만 본인과 같이 아웃사이더로 시민사회권에서 뛰는 사람들은 옥타비아누스처럼 내세울 것이 노무현 정신의 친구이자 계승자라는 <나 자신의 존재>외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내세울 거라곤 자기 자신밖에 없던 옥타비아누스가
로마의 실권에다 제 1인자, 이집트 여왕의 사랑까지 받고 있던 안토니우스를
이기고 내전을 종식하며 아우구스투스(황제)로 추대했습니다. 물론 이런 가정과 전개는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내전이 한참 격화되고 있는 현재에는
시기상조이며, 어떻게 술라파와 폼페이우스파를 몰락시킬 것인가? 어떻게 마리우스의 민중파를 되살리고 복권시킬 것인가에 전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