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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8 02:32
귀를 막아도 글을 볼 수 있고
눈을 가려도 사람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죠.
사람을 외부로 드러내는 글과 목소리와 얼굴.
그런데
직접 만나 마주보고 얘기하고, 먹고, 마신 사이가 아니라면
그 사람의 저 세가지를 일치시키는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생김새는 점잖은데 목소리는 촐랑이거나
글은 참 새초롬한데 만나보면 그런 왈가닥이 없는,
또 목소리는 묵직한데 하는 행동은 오두방정인 사람 등등.
그런데
살다 보면 신기하게도 글과 말과 얼굴이 일치되는 그런 사람들이 드물게 있습니다.
시인들, 그중에서도 삶의 아픔을 위로하고
개인과 사회의 고통속으로 침잠하는 그런 시를 쓰는 이들이 특히 그런 것 같더군요.
그중에서도 시인들이 존경하는 시인,
지금의 제 나이인 마흔아홉의 푸른 나이에 오랜 수감의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으나
많은 이들이 삶이 부끄러울 때 다시 찾아가는 시인,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의 따사로움과 <학살2>의 시퍼런 증오를
같이 지닌.
김남주.
김광석의 노래로 잘 알려진 <부치지 않은 편지>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는 구절로 더 알려진,
<수선화에게>의 정호승 시인.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피가 끓게 만들고..
분노하고 울게 하다가
다시 처음 마음을 회복하게 만드는
우리 대통령님의 목소리.
서거 나흘 전인 5월 19일 "담배 하나 주게"라는..
마지막 육성의 진한 회한과 아픔이 아직도 마음 저리지만
듣고 기운 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