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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7 13:20
『종교의 기원』에 나오는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자면, 인간 노무현을 삶의 경계에서 억겁의 시간 속으로 뛰어내리게 한 자들은 아버지(조선과 대학제국)를 넘어서 새로운 세상을 연 아들(대한민국)의 수족을 잘라버린 친일부역의 특권층이었으므로, 그들의 원죄를 씻으려면 그들의 적자를 벌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이번 글에서 그들의 적자를 특정하지는 않겠다. 누구에게나 저만의 사연과 아픔, 희생과 분노, 화해와 용서가 있을 터, 각자의 특권층은 다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는 친일부역의 후손들일 수도 있고, 6.25 때 북한군과 미군에 빌붙어 완장을 두른 자일 수도 있고, 지독한 정경유착의 수혜자일 수도 있고, IMF를 초래한 정치경제 고위관료일 수도 있다.
아버지와 다른 세상을 열고 싶었던 아들의 꿈(민주주의의 정착)은 새로운 세상의 주민들이 풍요한 삶의 주인이 되고,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누리는 것이었다. 민족상잔의 아픔과 60년간 지속되고 있는 적대적 변천에 대해 서로가 한 발씩 양보하는 대승적 해결을 통해 통합과 번영의 대한민국을 세우는 것이 아버지와 화해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모든 사태들은 주민들에게 불리하게 진행되었다, 탐욕의 특권층이 있었으므로. 반공과 가난 탈출이란 슬로건 아래 무조건 파이를 키워야 낙수효과가 일어난다며 속도의 파시즘을 밀어붙인 자들의 잔치에 주민들의 삶과 영혼은 약속의 땅(사회경제적 평등과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주의)에 들어설 수 없었다.
불의하고 타락한 랍비(뉴라이트)들이 식민지사관을 주장하며 일제의 강제합병을 미화하는 자들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경계에 서서 진입을 가로 막고 있다. 이들 때문에 아직도 구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사막(권위주의)과 성지(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싸움은 아들의 주민들마저 서로 반목하게 만들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그리스도교의 새로운 율법, 즉 엄청난 희생을 통해 일방적 정의를 실현하려는 적의의 방법보다 이웃사랑을 통해 새로운 세계관과 구원의 여정을 열어준 바울 같은 사도가 필요하다. 아니면, 끝없는 반목과 대결의 반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평화의 불자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원의 역사이다. 무엇보다도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고도 모자라 남쪽에서의 갈등마저 야기하는 특권층의 율법(반공과 소수의 지배)부터 새로운 복음의 말씀으로 바꿔야만 한다. 수없이 많은 주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특권층의 탐욕부터 무너뜨려야 한다.
그들의 율법은 정의의 실현도 아닐뿐더러 더더욱 구원을 이루는 사랑의 메시아도 아니다. 한반도의 종교가 바뀌어야 한다. 반공과 멸공의 시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굳건한 안보란 주민들의 행복한 삶에서 시작된다. 나라를 지켜야 할 욕구가 크면 클수록 안보는 강화된다. 사회경제적 평등과 정치적 자유가 넘쳐날 때 대한민국의 안보는 난공불락의 경지에 이른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루어야 할 구원의 역사가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통일과 한반도의 번영이라면 북한과의 반목과 보복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합리적 토론과 합의 위에 보다 굳건한 평화협력지대를 넓혀가야 한다. 우리는 지금 파당적 이익과 직업 정치인들의 사리사욕에 조국의 미래에 대한 본질적 문제에서 이탈한 상태다.
노무현 대통령이 죽음으로 지키려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고민해볼 시기이다.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로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고 노력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국가와 민족의 존엄이란 친미나 친중을 통해 달성되는 것이 아니지만 국제사회와 맞서 스스로 고립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음도 그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염원처럼 21세기 한반도의 복음이란 평화와 사랑의 성지를 여는 것이 아니면 다른 무엇이 있겠는가? 죽은 노무현을 또다시 죽이기 위해 불법적으로 공개한 회의록이 노무현의 부활로 이어진 것도 어쩌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바라는 선조들의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필자만의 해몽이며 턱도 없는 헛소리일까?
언제나 그리움의 이름으로 불러볼 수 있는 대통령이 있다는 것, 커다란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