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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22:38
어제 국정원이 이판사판으로 전격 공개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의 진위여부가 의심을 받고 있다. 첫째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열람했다는 발췌본 내용이 이번에 공개된 전문에는 나와 있지 않다. 둘째 서상기를 비롯해 새누리당 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열람한 후 공개한 내용도 이번 전문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대체 국정원에는 외교부가 작성해 넘겨준 회의록 발췌본이 몇 개나 있는 것일까? 불법을 무릎 쓰고ㅡ아니 깡그리 무시하고 지금까지 새누리당 의원들이 릴레이로 폭로한 내용들이 서로 다른 것으로 볼 때 최소한 세 개의 발췌본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바보천치여서 자신이 본 것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라면 모를까 국정원이 작성한 발췌본이 여러 개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 정도면 막가자는 것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자신을 밟으려는 존재의 발목을 부러뜨릴 태세다. 국민의 혈세로 움직이는 이들은 정보기관 특유의 정치 중립과 국가 안보에 전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와 정권의 안위만 보필하기 위해 정치와 선거 개입을 자행하는 모양이다.
이는 유신독재의 중앙정보부와 군부 권위주의 정권의 안기부의 행태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역사만 20년에 이르렀는데도 이 땅의 국가정보기관은 여전히 권위주의 시대의 구태와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이제는 대놓고 국내정치에 개입해 국정조사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는 국민과 민주주의, 헌법을 상대로 무혈 쿠데타를 감행한 것과 동일하다. 국민은 영장 없이 잡아와 온갖 고문을 일삼던 시절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민주주의는 시끄럽고 비효율적이어서 타도의 대상이며, 헌법은 너무나 이상적이어서 자신들의 활동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익이고 나발이고 국정원의 권력만 영원하면 된다. 헌법과 법률이란 그냥 장식에 불과하다. 우리는 음지에 숨어 양지를 조정하는 것이다. 조직의 안녕과 이익이 최우선이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정권의 안위를 강화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개입도 서슴지 않고 국민의 주권행사인 선거의 공정성도 얼마든지 왜곡하고 호도할 수 있다, 특정 세력에게 유리하도록.
그리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중에서 최고는 종북 논란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인데, 국정원과 이익으로 얽혀 있는 집권 세력에 유리하도록 언제든지 열람이 가능한 상황별로 내용이 다른 다수의 발췌록을 마련해두면 된다. 정본 공개란 하늘에서 별따기이니 국정원의 회의록이 정본과 다름없다.
이런 것들 때문에 어제 국정원이 공개한 발췌록(새누리당 의원들이 전문을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오픈됐다)이 왜곡된 것이 아닌지, 아니면 상황별 발췌록 중에서 가장 유리한 것을 고른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2급비밀이었던 회의록을 자의적인 해석에 의해 일반기록물로 재분류한 것도 위법성이 있으며 공개 연한마저 마음대로 설정해 무작정 공개한 것도 불법적인 정치행위이다.
국정원이 회의록 공개를 하는 과정에서 국익에 반하고 외교문제를 야기하고 정치적 중립을 파기하고 논리적 모순에 빠져 있으며, 노골적인 정치개입이고 국기문란을 국기문란으로 덮으려는 불법적 행태여서 이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물론 국정원을 뿌리부터 개혁하는 읍참마속의 결단이 필요하다.
대체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 얼마나 방대하게 일어났기에 국정원의 불법을 마다하지 않고 정치와 대선 개입에 본격적으로 띄어든 것일까? 새누리당은 국정원 선거 개입에서 무엇을 숨기고 싶어서 국정조사를 거부하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적 정당성에 어떤 치명상을 입기에 자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하는가?
이번에 국정원이 공개한 발췌본의 내용이 정본의 내용과 다르다는 노무현 대통령 수행원들의 반박 내용의 구체성을 볼 때 국정원이 조직의 안위를 도모하고 정권의 안정을 보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발췌본을 가지고 있는지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고 국가에 봉사해야 하는 국정원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 파괴행위는 국정원의 존립이유를 상실토록 만든다.
대통령의 통치행위까지 국정원이 좌지우지 하려고 한다면 이는 총성 없는 쿠데타를 넘어 체제 전복의 반동적 혁명이라 할 수 있다. 권위주의 시절로 돌아가려는 국정원의 정치와 선 개입 및 발췌본 공개는 이 땅의 민주주의가 얼마든지 훼손되고 파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정원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참여정부를 대표하는 문재인 의원을 필두로 국정조사를 거부하는 새누리당의 합의 파괴를 지켜보며 지난 대선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이 땅의 유권자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 하야 운동으로 번져나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헌법보다 우위에 있는 권력이란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회의록로 공개로 발췌본이 여러 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니 이제는 국민이 직접 조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 악영향을 주고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된다고 해도, 그래서 개성공단 입주업체와 임직원들이 파산에 직면한다 해도 분노한 국민을은 이번 사건을 끝까지 가 볼려고 한다. 즉 해제까지 30년이 걸리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정본의 공개까지 요구하는 것이다. 이번 사안만큼은 국민이 직접 판단하려 한다.
정치권과 국정원은 국민이 제대로 판단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제공하라. 비록 시간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의 상당수가 정본의 내용을 열람해 무엇이 잘못인지, 아니면 성공한 회담인지 결론을 내리려 한다. 필요하다면 국민투표도 할 수도 있다.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국기문란사건을 막기 위해서라면, 또한 그에 대한 엄중한 법적 처벌을 받게 하려면 이번만큼은 국민이 정본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려지는 국민의 결정이 최종 합의로 확정된다. 이후로는 이에 대해서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고 남북관계의 복원은 이 정본의 합의 내용에 따라 북한과의 조율을 통해 하나씩 실현해나가는 것이다.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누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해도 모두 감내하고 끝까지 가서 반드시 공통의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체제의 도입과 함께 평화 정착을 위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최초의 정치적 결과물이 될 것이다. 이는 다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며 대한민국이 선진강국으로 진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권이 할 일이며 국민의 절대 명령이다. 외교적 파장은 그 다음에 생각할 일이고 설득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이번 국정원장의 회의록 공개로 노무현의 가치가 다시 조명되고 있습니다.
상식과 원칙, 정의가 승리하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