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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감 / 모르는 척

댓글 5 추천 11 리트윗 0 조회 188 2013.06.19 14:48

1

조금은 시무룩해져 들어온 아이에게

엄마는 예리한 감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

 

딸아이는 급하게 표정을 수습하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능청을 떨었지만,

엄마는 자신의 느낌을 확신하듯

재차 따져 물었고,

아이는 하는 수 없이

오늘 있었던 일을 울상을 지으며 털어놓기 시작했다.

 

"난 수경(가명)이가 싫지 않은데,

민지(가명)는 날보고 수경이랑 놀지 말라그래!"

 

이게 무슨 소린가?

말로만 듣던 따돌림 아닌가?

 

"민지가 나한테 내편 할꺼냐 수경이편 할꺼냐고 물어서

난 그냥 니편 한다고 그랬는데에~ 그게 그냥 기분이 나빠!"

 

이럴 때일수록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면 안된다.

침착함을 잃지 않고 아이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괜찮아

모두 말해봐!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모두 서툴러서 그런거니까

모두 엄마아빠한테 말해봐!

모두 말해도 돼!

 

"민지는 왜 너한테 그런 요구를 하는거지?"

 

"민지랑 수경이랑 사이가 안좋은데에~

민지가 애들한테 수경이랑 놀지 말라고 말하고 다녀,

나도 니(민지)편 한다고 그랬는데, 내가 오늘 수경이랑 말하고 놀고 그랬거든~

그런데 누가 민지에게 그 사실을 알려줬어~

그래서 민지가 누구편 할꺼냐고 확실히 하라 그래서 민지 니편한다고 했어~"

 

드뎌 내게도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말로만 듣던 왕따현장 한가운데 내 딸이 있고,

그 속에 아이는 갈피를 못잡으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2

한 달 쯤 전이었다.

아이를 지도해 주는 독서선생님으로부터

딸아이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이제 선생님과의 만남이 4-5개월이 넘어가면서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내 아이는 어떤 모습일 지

학업성취도보단 삼자가 느끼는 아이의 인성과 품성 같은 것들이 좀 궁금했다.

 

"아이 마음 속에 정의감이 있어요."

 

아이의 아비 앞에 서비스맨트임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내게 있어 최고의 찬사였다!

공부야 좀 못하면 어떤가~

아이가 슬하를 벗어나서

사람 속에 씩씩하게 섞여 사는 것이

아비가 자식에게 바라는 최선의 바램일 것인데,

정의감만큼 사람 속에 섞일 수 있는 무기는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만 나쁜건 아니에요"

"모르는 척 하며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나빠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말했다지만,  

난 딸아이의 이런 인식과 용기에 기꺼이 만족했다. 

 

정의감이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과학적 인식이다.

더 나아가 그 판단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까지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의감이 살고, 사회는 그 정의감으로 더욱 밝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왕따를 시키는 주체 뿐만 아니라

방관자들도 함께 가해자라는 내 아이의 인식은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지 않은가.

 

3

어제~

우울한 얼굴을 하고

엄마 앞에 자신의 비겁함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던 아이는

지금 실천의 문제 앞에 갈등하고 있다.

 

진짜 정의감은 용기를 동반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험하며,

아이는 이 상황을 혼자 힘으로 돌파할 수 있을까?

따돌려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친구 아이의 요구를 뿌리칠 수 있을까?

 

부모는

아이에게 그런 용기를 줄 수 있는 근원이다.

부모로 내가 사는 유일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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