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5
0
조회 291
2013.06.16 22:40
지난 대선에서 패한 문재인 의원이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국정원 선거 개입사건과 경찰수뇌부의 은폐작업에 대해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기자들과의 산행에서 문재인 의원은 국가권력기관이 자행한 국기문란사건과 헌정파괴범죄에 대해 상당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문 의원의 발언은 그를 지지하거나 정권 교체를 열망했던 국민들의 바람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것이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겨놓았습니다. 특히 살아 있는 권력에게는 한없이 약한 검찰이 법리적 모순을 자처하며 내놓은 수사 결과에 상당수 국민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문 의원의 발언은 후폭풍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경찰수뇌부의 의도적인 왜곡과 조직적인 은폐 시도가 박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비록 그들의 범죄행위를 표로 계량화할 수 없지만 선거 자체가 공정하지 못했기에 선거 결과에 대해 무효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검찰의 수사 결과로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 확실해졌고 경찰수뇌부의 왜곡 때문에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캠프 관계자들이 연루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지난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한 문 의원의 발언은 다음 선거에서의 승리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체제의 장점은 지금의 소수 야당이 다음 선거에서 거대 여당을 꺾고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문재인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문제를 일으킨 국정원과 경찰, 미흡한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검찰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한 것은 맥이 빠졌지만 민주적 모범답안에 가깝습니다.
정치인이라면 당장의 이득을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미래의 이득을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훨씬 적다면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적합한 것입니다. 특히 당장의 이득을 취하는 비용에 지지자들의 상당한 희생이 예상된다면 당장은 허약한 지도자로 보일지라도 훗날을 기약하는 것이 정치인의 도의라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나무와 같습니다-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그렇다고 해서 문 의원을 지지하거나, 국가권력기관들의 선거 범죄를 용납할 수 없는 국민들은 선거 결과에 대해 무효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극도로 부패시킨 이명박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도 새누리당의 후보였기에 다음 선거에서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국민들은 현 정부의 정당성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해야만 합니다.
민주주의체제에서 정치적 행위란 일상의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인간 및 집단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이 정치와 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에 의해 극도로 축소된 정치의 역할을 되살리기 위해서도 문 의원과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국민의 권리입니다.
정치란 지도자 혼자서 하는 것도 아니며, 정치지도자란 여론을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할 수도 있지만 이미 형성됐거나 형성되는 여론의 추이에 따라 자신의 행태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적 관점이나 시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당시의 주도적 여론ㅡ그것이 민주주의와 헌법에 반하지 않다면ㅡ을 따르는 것입니다.
현실정치 공간 내에서 문재인 의원이 취할 수 있는 스탠스가 국정원과 검찰 및 경찰의 민주적 개혁과 정치적 중립을 보다 충실하게 하는 것이라면, 개개의 국민들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민주주의와 헌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면 됩니다. 어느 것이 주도적 여론이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여론과 일전을 치러 승리를 따내면 됩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그것을 따르게 강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 선거에서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국민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쳐 주변의 사람들을 감염시키거나 동의시키는 작업을 지속하십시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지만, 민주주의체제에서는 권리와 함께 책임이 함께 주어지기에 더욱 많이 노력해서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전염시킨 쪽이 권력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국가권력기관의 정치와 선거 개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작금의 각종 불평등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하면, 시장의 실패를 인정하며 더 높은 차원의 민주적 재분배를 원한다면, 각종 성별 인종 문화적 차별을 인정할 수 없다면, 언론의 공정성과 남북 간의 평화 증진을 원한다면 포괄적 의미에서 보다 진보적인 정당과 그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면 됩니다.
몇 년에 한 번씩만 나라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면 이런 고민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언제나 나라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면 정치에 무관심해서는 안 됩니다. 왜 일부 정치세력과 이익집단들은 한사코 정치가 문제라고 하는지 그 속내를 파악하는 작업을 등한시하면 우리는 영원히 굴종과 예속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민주주의체제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권리가 주어졌다는 것을 깨달을 때, 자본과 지위, 지식과 정보, 출생과 환경이 권력의 원천이 아니라 보조적 수단임을 확신하며 그에 굴하지 않으며 대등한 인간으로 당당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존재 이유이며 정치의 핵심이자 게임의 룰입니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사실 노무현 대통령의 신념이었는데 안철수가 들고 나왔네요.
최장집과의 만남에서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지만 왠지 너무나도 어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