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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0 16:52
한국의 보수들의 뿌리를 파고 들어가면 그 핵심에는 뉴라이트와 종편으로 대변되는 사대주의적 역사관과 상업적인 자유방임 및 자의적 반공을 고수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도를 넘은 행태 때문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허약할 수밖에 없고 극단적 불평등으로 인한 적대적 분열이 커질 수밖에 없었는데 오늘은 이에 대해 논하고자 합니다.
▲ 뉴라이트의 사대주의적 역사관의 뿌리
미국의 신보수주의 운동을 차용한 뉴라이트는 자신의 형이 ‘뼛속까지 친미이고 친일적 사고’를 가진 동생이라고 설명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촛불집회의 영향으로 MB정부에서 개혁주의자들이 밀려나면서 극우적 성향으로 돌아선 이명박의 기회주의적 변신은 식민지사관에 집착함으로써 자신들의 추악한 뿌리를 세탁한 뉴라이트의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뉴라이트의 뿌리가 친일 세력(특히 서울대에 많다)에 있기 때문에 이들은 대한민국 건국에 모든 초점을 맞춥니다. 민족국가 고조선에서 “의견의 다원성 즉 공적영역이 존재”했던 조선까지 한반도 역사의 대부분을 폄하하면서 일제 36년의 식민지 기간 동안 근대적 개혁과 산업화의 초석이 이루어지면서 대한민국이 탄생(이승만 정부)했고 압축성장(박정희 시대)을 통해 민주화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뿌리가 친일 부역에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역사를 일본 군국주의의 식민지 시대를 기준으로 나누어 대한민국 이전의 역사를 폄훼하는 자기 부정적 인식을 보여줍니다. 이런 자의적 구분은 조선과 대한제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광복 이후에는 민주 세력을 자처하며 극우적 반공이념을 내세운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들은 집권 기간 내내 권위주의 정치로 일관했던, 그래서 국민의 하야 요구가 빗발쳤을 때 미국조차도 정치적 정당성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억지 추앙하는 역사 왜곡도 서슴지 않습니다.
일제의 한반도 강제병합을 미화하는 식민지 근대화론도 이승만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를 옹호하기 위해 들고 나온 것에 불과합니다. 극단적인 반공을 국시로 정한 것도 일제 부역자들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호도하기 위해 들고 나온 정치적 선택에 불과합니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밝힌 것처럼, 뉴라이트의 뿌리는 이승만을 지지했던 친일 부역자의 후손에서 출발합니다.
▲ 종편의 상업반공주의와 자본 편향적 뿌리
조중동이 상업적 반공주의와 친자본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한국 정치의 전면에 나선 것은 유신 독재를 자행했던 박정희의 급작스런 죽음이 불러올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입니다. 적당한 정도에서 언론의 저널리즘을 표방했던 이들은 박정희가 그의 오른팔인 중앙정보부장(현 국정원장) 김재규의 총에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구태여 정치 전면에 나서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박정희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촉발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인 요구와 수없이 많은 희생을 감내한 민주화 운동에 이들은 극도의 위협을 느낍니다. 그 동안 관언유착으로 누렸던 기득권의 뿌리가 통째로 뽑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비극은 ‘서울의 봄’과 5.18광주민주화항쟁을 무력진압한 폭력적인 군부 권위주의 정권의 등장이 이들에게 기적적인 터닝포인트를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5.16군사쿠데타와 유신 독재로 정치적 정당성이 극도로 빈약했던 박정희에 이어 전두환까지도 정치적 정당성이 너무나 허약하자 이들은 극단적이고 상업적인 반공몰이로 민주 세력들을 아예 질식시켜버리려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낮은 군부 권위주의 정권이 지배하고 밤은 조중동이 지배하는 방식으로 이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극도로 후퇴시켰고, 광고주인 자본 권력을 공고히 구축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습니다.
뉴라이트의 세력화가 이때부터 상당 부분 진행됐습니다. 또한 대중의 정치인식을 순치시키고 권력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했던 대형교회가 뉴라이트와 공조체제에 들어갔고, 서울대 위주의 정치·사법·경제 관료들이 모피아를 형성하고 토건족과 손을 잡고, 교육계와 방송을 장악해 나갔습니다. 이 때는 오직 카톨릭만이 민주 세력의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뉴라이트와 조중동의 반민주적 행태는 ‘민주정부 10년’까지 뒤흔들어 실패한 정부로 만들거나, 국민들이 그렇게 믿도록 호도했고 이는 대한민국의 보수화로 이어지며 이명박근혜 정부의 연속적인 탄생에 절대적 공헌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온갖 술수와 초법적인 방법을 동원한 종합편성채널의 무더기 허가는 이들의 노력에 보답하는 보수 정부의 작은 선물이었습니다.
뉴라이트에 그 뿌리가 있고 조중동의 도움을 받은 이명박 정부 동안 일본의 역사왜곡과 도발이 극심해진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일본 총리인 아베와 미래의 총리로 여겨졌던 하시모토 같은 극우주의자들의 망언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는데도 최대 피해당사자 국가인 박근혜 정부의 대응이 가장 소극적인 것도 그 연원을 들여다보면 설명이 가능하고도 남습니다.
▲ 사이버 공간 장악과 역사왜곡의 정점을 찍다
네이버가 MB정부 들어 순치되고, 오유나 일베 같은 인터넷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것도 언론생태계를 장악한 뉴라이트와 조중동, 국정원과 대형교회가 다음의 목표로 사이버 공간을 선정했기 때문입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인권 탄압국가에서 인권 모범국가로 발전한 것이 역주행을 거듭해 인권 후진국이 된 것도 이들의 반민주적 행태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마저 잠식당해 언론탄압 감시국가로 다시 선정된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노조가 파괴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갈라서고, 최장집 사단 등 진보지식인마저 민주정부 10년에 대해 맹공을 가하니 통치엘리트와 군부, 보수언론, 대형교회, 재계 등으로 이루어진 보수화 메커니즘이 극성에 이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권불십년이란 말을 실감케 하는 극우 세력들의 온갖 실족들입니다. 뉴라이트는 일본의 우경화로 빛을 잃기 시작했고, 종편은 5.18왜곡과 지나칠 정도로 선정적인 상업반공 때문에 1%대의 시청률과 수백억의 적자, 영향력의 급속한 추락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공약 축소와 파기, 윤창중 사태로 대변되는 권위주의적 인사문제, 깨알 지시와 폭풍 받아쓰기로 대변되는 권위주의적 행태와 불통의 이미지, 사이버 공간 장악의 역효과를 불러온 오유와 일베 회원들의 집단적 광기와 일탈, 개성공단 폐쇄,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 밀양송전탑 문제까지 더해져 보수화 메커니즘은 최대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재벌 발 각종 추문과 대형사고, 조세피난처를 통한 역외탈세, 수없이 터져 나오는 갑의 횡포, 썩을 대로 썩은 원전마피아, 3무세대의 출현과 좌절 등은 자본 편향적 논리마저 뿌리부터 흔들고 있습니다. 그나마 민주정부 10년 동안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사태에 저항할 국민적 힘도 지리멸렬했을 것입니다.
베리 웨인개스트는 국민이 정부의 위법하고 반민주적 행태에 언제 저항할지 알 수 있는 국민적 합의나 헌법적 이해가 있을 때 민주주의는 지속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수없이 많은 정치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것입니다. 작금의 대한민국 보수 세력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민주주의의 지속이 불가능할 정도로 도를 넘었습니다.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이들의 반민주적 행태를 막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옷을 걸친 소수의 전제정치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단순 다수결원칙(유권자 총수의 50% 이상이 아닌 최다득표자가 권력을 잡는 것)으로 정권을 잡은 세력들이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권력을 위임받은 것이라 오판할 때 무너져 내립니다.
민주주의는 또한 이념의 스펙트럼에서 양극단에 위치한 자들의 수를 줄이거나 그들을 보다 안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에서 지켜질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국가에서의 갈등을 당연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자신들의 논리가 지배적 지위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뉴라이트와 종편, 일베 등의 권위주의적 행태는 이제 끝내야 합니다.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정치적 평등과 인민주권, 사회경제적 가치들에 대한 기본적 합의 하에 각자의 견해를 피력하고 대안을 제시해 권력을 획득하고, 민주적 절차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자원을 분배하는 것에서 보수와 진보로 나뉠 수 있는 것이지, 일방적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해서 권력을 자의적으로 휘두르는 것에서 보수와 진보가 위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모든 국민들이 합의한 것이 헌법이며, 그 제1조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반하는 것은 뉴라이트든 종편이든 어떠한 것도 용납될 수 습니다. 민주주의가 인류가 경험한 정치체제 중 가장 우월하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모든 시공간과 그 속에서 살았고 살고 있으며 살아갈 인간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의원의 활동이 넓어지기 시작해서 참으로 좋습니다.
멋진 대안을 들고 나와 노통처럼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