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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슬렁슬렁 주말걸봉: 부곡온천 - 주남저수지

댓글 4 추천 6 리트윗 0 조회 168 2013.05.26 07:08

오늘 숙제는 19km. 돌아보건데 중늙은이 걸음으로 어제부터 내일까지 걸을 거리는 이틀이면 충분한데 3박4일로 늘려놓았다. 아무리 슬렁슬렁이 모토였다지만 ... 그래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늘 봉투를 받을 분은 또 누구일까 하는 진한 호기심도 있었고 서울에서 재단 회원 일행이 응원을 온다는 기대감도 컸기에.

 

 

위 사진에서 작은 창에 파란색으로 표시한 약 1km의 짧은 부곡국립(정신)병원 코스가 걸봉의 장정(長程)에서 가장 훌륭했다. 온천물에 뇌가 불었는지 그냥 걷기에 취해 오른쪽으로 꺾어야 할 2번 지점을 놓치고 앞으로 앞으로 간 실책 덕분에 만난 아름다운 길이다.

 

 

성당 문이 닫혀 있을 때 깨달았어야 했었지.

 

 

그 전에는 멀리 고등학교 때 두발 단속을 상기시키는 정상을 인 산도 만나면서

 

경남으로 넘어가면서부터 수시로 만나는 현수막이다.

 

 

낙동강여과수(이른바 江邊 濾過水): 경상남도가 부산시의 음흉한 식수공급계획을 의심하여 경남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불거진 지역 문제이다. 6천260억원이 투입될 이 사업이 준공되면 강변여과수 68만t을 확보해 부산에 62만t, 양산에 6만t을 공급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글자 그대로 강변의 모래층을 통과한 지표수( 주로 강물)가 모래층을 통과하면서 걸러진(여과) 상태로 지하에 존재하는 물을 지하에서 펌프로 뽑아 올린 물이다. 실제로는 강변의 둔덕에 있는 모래층에 집수정을 약 40m이상 깊이로 파서 그 속의 물을 펌프로 양수하여 수돗물로 사용하는 곳이 강변 여과수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통해 홍수조절과 수량확보는 물론 수질개선까지 한다고 해놓고는 낙동강 표류수를 포기하고 엄청난 예산을 다시 투자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이 사업 자체가 4대강 사업을 끝낸 수자원공사 조직을 계속 유지하고 수익을 보장해 주기 위한 것 아니냐며 따지고, 경남도 관계자는 "이미 유럽서 확인된 인공습지를 통한 청정수를 확보해 경남ㆍ부산이 '우정수'를 나눠 먹는 방안이 바람직“하단다.

 

 

11시가 조금 넘자 오붓한 숲속의 도로가 끝나고 뙤약볕이 작렬하는 넓고 넓은 신작로가 기세 좋게 뻗어 나간다.

 

 

수다리 수다천의 장승부부. 표정이 바뀌지 않았는지 잠시 성차별적 감상에 웃다가 옆에 있는 자그만 비석이 눈에 띈다. ‘웃어른께 공경하는 마을’이란다.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경상도 웃어른들께, 단체로다가.

 

인교사거리에 도착해서야 방향에 착오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림자로 짐작하건데 동쪽으로만 가고 있었던 것. 동이든 서든 어느 쪽으로 가도 봉하에야 가겠지만 약속된 기착점이 있으니 본포교를 타야 했다. 멀리서 출발하려는 집배원 총각에게 다급히 손짓하니 그대로 달려오신다. 필승! 목적지를 대니 왔던 길을 조금 되돌아가 좌측으로 꺾어 계속 가야 된다네.

 

 

1시간 정도를 걸으니 멀리 남휘·정선공주 묘 안내판이 나온다. 300여 미터의 발품이 필요한 딴짓이지만 언제 여기를 또 지나가겠는가. 南暉(남휘)는 남이장군의 祖父(조부)였고 貞善公主(정선공주)는 태종의 넷째 딸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두 묘는 서로 다른 장소에 있었다가 1974년에 합장했다는 안내문 내용이다.

 

 

백두산석마도진 (白頭山石磨刀盡)
두만강파음마무 (頭滿江波飮馬無)
남아이십미평국 (男兒二十未平國)
후세수칭대장부 (後世誰稱大丈夫)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가는데 쓰이고,
두만강의 물은 말을 먹이는데 쓰인다.
남아 20대에 나라를 평안하게 하지 못하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부르겠는가?

 

 

세조 치하에서 27세에 병조판서에 올랐으나 유자광이 위 시를 '나라를 평안하게 하지 못하면'을 '나라를 얻지 못하면'으로 고쳐 모반을 꾀하고 있다고 예종에게 이야기해 거열형 (팔다리, 머리등을 묶어 찢어 죽이는 형벌)에 처해 죽음을 당했다.

 

 

마을은 듬성듬성 나타나도 식당이 없다. 마실 물이 떨어졌을 때 구산보건진료소가 나타났다. 여성 소장에게 빈 물통을 내밀며 부탁하니 냉장고에 얼어있던 물병까지 덤으로 주신다. 봉투로 인사치례를 하고

 

 

마침 인근 동네에서 마실 나오셔서 막걸리를 기울이시는 어르신들께도 하나를 드리고 30분을 더 걸으니 본포교가 나온다. 그 직전에 나온 모래 채취장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분에게도 한 통을 드렸다. 입고 있는 노란 티셔츠에 그려진 자전거에서 대통령님을 아는 체 하신 유일한 분이기에.

 

 

약 5백미터의 다리를 건너니 나오는 게 횟집 하나다. 횟집을 끼고 좌회전을 해야 했는데 다리 밑으로 난 길을 택했다. 진드기에 물려 어떻게 되는 것보다 옷 버리는 게 싫다. 배낭에서 간이 매트를 꺼내 다리 밑 그늘 속에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누웠다.

 

 

충분한 휴식으로 간만에 느끼는 시장기를 다스리며 다시 출발. 3시 조금 지나 만난 첫 식당이다. 식당 옆에 붙은 노래방에서는 쿵짝 소리가 요란해 일부러 찾을 곳은 아니라는 인상이었지만 뱃속은 그런 걸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실내는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매우 깨끗하고 상당한 면적이었다. 서빙하는 아주머니에게 가장 빨리 나오는 음식을 달라니 소고기국밥을 추천하신다. 조미료는 조금만 넣어 달라 부탁했다.

 

나온 반찬이 범상치 않다. 배추김치와 깍뚜기, 숙주나물, 가지무침 등의 모양과 맛이 일반 식당과 확연히 달랐다. ㅎ ~ 기어코 소주를 한 병 시키고. 반찬만으로 한 잔을 기울이다 보니 그 큰 식당에 손님이라곤 방에 있는 한 팀을 빼고 나밖에 없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아줌마가 자꾸 옆을 왔다갔다 하신다(고 느꼈다). 주방일도 하시냐 물으니 주방장님은 따로 있단다. 직접 만드신 반찬이 담백해 입에 딱 맞는다 칭찬을 드리니 그때부터 반친구 모드.

 

 

어따 좋다고 화답해서 봉투를 하나 드리니 그걸 들고 조르르 주방으로 들어가신다. 잠시 후 중년의 여성께서 주방장겸 사장이라며 나와서 인사를 하신다. 대통령님 서거 때랑 봉하를 몇 번 다녀오셨다고 한다. 벌써 4주기냐며 아름다운 눈매에 언뜻 회한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간다. 서로 간에 몇 번의 의례적인 대화로 우리는 우리가 같은 물결을 타고 가고 있음을 알았다. 걸봉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기쁨을 맛 보았다.

 

 

조금만 더 앉았다 가자는 엉덩이를 살살 달래면서 ...

 

 

나무숲산님이 예약해 놓은 팬션. 객실은 2인실 두 방이 전부였다. 건물의 외양 만큼 예쁜 마음씨의 쥔장 덕분에 3+5로 자고, 각 한 분은 설송님이 봉하 추도식을 위해 특별히 렌트한 차량과 나무숲산님의 차에서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나무숲산님이 챙겨온 텐트에서 잤다. 텐트 옆에는 내일 물고기 대학살이 벌어질 주남저수지가 코. 넉넉한 안주상까지 저렴하게 챙겨주신 사장님에게도 봉투 하나 드리고.

 

누적: 19.1km//388.8km 비공식 누적: 405.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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