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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4 15:57
원래 야구를 좋아하진 않았다.
어렸을적 농사짓고 살림하며 피로와 스트레스를 사람과 어울리기보단 스포츠시청으로 달래던 친정엄마때문에 좋아하는 만화와 야구중계가 겹치면 제발 비라도 쏟아져라 빌다가 절대 야구중계만큼은 양보없으셨던 엄마에게 져서 만화를 못보는 좌절을 맛봐야했기에 야구는 참 저주스런 스포츠였다.
암튼 야구 좋아하는 엄마때문에 오비베어스의 원년 우승 때 같이 박수치며 우리팀이 이기는구나 하는정도로 대충 같이 보긴했다.
어렸을때니 걍 엄마옆에 붙어서 보며 엄마 분위기에 맞춰 같이 좋아해 준 정도?
그때 박철순의 대단함은 지금도 뇌리에 박혀있다. 시즌 22승도 아니고 22연승을 했으니 아마 절대 깨지지 않을 기록일 것이다.
오비가 충청도 팬을 뒤로하고 서울로 떠난 뒤, 대전엔 빙그레이글스가 둥지를 틀었고 빙그레이글스가 한참 잘나갈땐 우리팀이 이기는 재미에 엄마옆에서 종종 같이 즐겼다.
정규시즌에 맨날 1위하고 포스트시즌 우승을 번번히 놓치던 그 안타까움이란..
이정훈. 장종훈. 이강돈등 정말 대단했던타자들의 잊지못할 대박플레이.
정민철. 송진우같은 정신력 강한 투수들..
그렇게 90년대 초반즈음까지 야구는 가끔 즐기다 20년 가까이 생판잊고 살았다. 대단히 좋아한건 아니었으니..
난 대전 연고의 팀은 팬들이 좀 썰렁해도 걍 잘 하는 팀일 줄 알았다.
충청도가 양반님들이라 신나는 응원 같은거 별로 안 했거든.. 팀이 계속 좋은 성적을 내도 팬들이 워낙 응원을 안해서 힘이 안난다나?
그런데 개막전부터 내리 13연패? 우리 한화가? 뭐데?
암튼 그렇게 다시 야구를 보기 시작했는데,
와~ 그동안 이 재미를 왜 모르고 살았을까?
13연패후에 신생팀 NC에 3연승을 하며 김태균도 울고 팬들도 울고..
늙다리 김응룡의 절묘한 경기운영. 매번 지다가도 혼신의 힘을 발휘해 한번씩 이길때의 그 갈증해소.
무쟈게 잘 나가는 삼성팀의 경기에 비해 한참 앞서다가도 언제 뒤집힐지 몰라 절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경기력.
야구팬된지 약 한달..
아직 스트라이크와 볼 정도의 구분이나 가능하고 포크니 슬라이더 커브니 싱커니 하는 변화구는 뭐가 뭔지도 아직 잘 모르지만 그날의 기운이나 분위기에 휩쓸려 승패가 갈리기도 하는 감정적인 스포츠라는게 같이 감정이입하여 즐기게 되는 정말 흥미진진한 스포츠인 듯 하다.
오늘은 선두 1, 2위를 다투는 삼성과 붙는다. 혹시나 승리의 기쁨을 안겨줄까하여 오늘도 본다.
삼성 오빠들 살살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