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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3일의 일기

댓글 0 추천 5 리트윗 0 조회 71 2013.05.24 10:53

2009.05.23.

 

오늘은 산부인과 가는 날.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아침 일찍 가야 하기에 8시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신랑도 1주일 내내 계속된 야근 때문에 피곤했지만 아들 보러 간다고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던 중, <노 전 대통령 음독>이라는 속보가 자막으로 뜬 것을 보았다. 저 노 전 대통령은 누굴까? 설마 노무현은 아니겠지 생각했다. 음독은 또 무슨 일일까? 노태우라면 병으로 오늘내일 한다고 들었으니 음독할 리는 없을테고, 그렇담 노무현인데, 이야, 이거 큰일 났구나, 저 사람이 독을 마셨다면 단순한 쇼 수준으로 끝내지 않을텐데, 정말 죽을텐데, 저 사람이 죽으면 안 되는데, 머리를 해머로 맞은 기분으로, 어떤 정신으로 40분이나 걸리는 병원에 갔는지 기억도 안 난다.

 

병원에 가서 텔레비전을 보니 '음독'은 '투신'으로, '위독'은 '서거'로 바뀌어 있다. 도대체 무엇이 저 사람을 죽게 했을까. 솔직하고 당당했던 사람, 지금 죽기엔 너무나 아까운 인물,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고 또 존경했던 사람이 몸을 던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대한민국에서 깨끗하고 떳떳하게 살고자 욕심을 부려보아야 결국 남는 것은 외로움 뿐인 것일까. 희망이 꺼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병원에서 아들이 잘 크고 있다는 다행스러운 소식을 접했고, 이따금 찾아오는 가진통은 당연한 증세라는 말도 들었다. 이제 36주 6일. 벌써 3kg이나 된 아들의 몸무게. 이제 1주일만 더 커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아들의 머리. 다만 아이가 덜 크도록 체중 조절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운동을 하루에 2시간은 해야 한다는 의사의 충고. 이제 아이 낳을 때가 다가왔는지, 이러한 증상이 있으면 출산준비하고 병원에 오라는 안내문도 받았다. 친정에 아들이 쓸 물건을 잔뜩 갖다 놓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 집에서는 한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 쪽에서는 너무나 억울한 죽음이 목전에 놓여 있다. 나는 우리 아들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고통없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부모는 자기 자식이 평범한 서민으로 살아가길 원한다고 누가 말했던 게 생각났다. 특출난 인물은 그만큼 고통스러운 삶도 같이 살아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굴곡진 삶은 본인에게도,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에게도 괴로운 거니까.

 

그의 난데없는 죽음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마음 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르지만 참는다. 난 엄마니까. 우리 아들이 내 뱃속에서만은 평온해야 하니까. 하지만, 정말, 이건 아니잖아.

 

저 세상에서는 평안하시길. 최소한 그 곳에서는 당신을 괴롭힐 사람들은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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