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6
0
조회 141
2013.05.21 12:32
얼마 전, 재단으로부터 선물을 받았습니다.
후원회원에게 주는 예쁘고 작은 탁상시계였습니다. 받고 또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아직도 눈물 흘리지 않고는 재단 홈페이지나 뉴스레터를 보지 못합니다. 추모행사에도 가지 않고, 여기 글을 쓰는 일도 없었지만, 겨울이면 몰래 봉하에 가서 제 이름이 담긴 박석을 보며 또 눈물 흘립니다.
저는 못난 사람입니다.
저는 참여정부에서 열린우리당의 한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습니다. 그 국회의원이 17대 국회 말미에, 인기없는 노무현에 반대하며 집단 탈당했을 때 앞장서서 찬성하고, 그것을 합리화하고, 지역구민에게 홍보했습니다. 나름대로 많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결국 그건 다음 총선을 의식한 비겁한 합리화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대통령을 앞장서서 비난했던 정치인들은 저마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에 몰두했고, 저는 지역구에 설치된 분향소에 하나 가득 나부끼는 노란 리본들을 바라보면서, 거기 적힌 수많은 사랑들을 읽으면서 부끄럽고 참담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재단의 후원회원이 되었고, 봉하 묘역의 박석에도 제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노무현 대통령은 돌아가시고 난 후에 제 마음에 들어오셨습니다. 그것은 아마 노무현 대통령이 생면부지의 저에게 남긴 선물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저는 고민입니다.
재단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이 시계를 어디에 두어야,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아주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한다는 착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낼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마음 맞는 친구에게 주어서 그 친구 마음에 노무현 대통령을 조금 더 머물게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때가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재단 관계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모든 회원 여러분도 건강하시고,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강물이 되어 언젠가 바다에서 함께 하기를 기대합니다.
2013년 5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