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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슬렁슬렁 주말걸봉: 성주 - 현풍, 시외버스터미널

댓글 3 추천 9 리트윗 0 조회 145 2013.05.20 13:34

 

걸봉이 봉하에 가까워갈수록 출발시각은 앞당겨지지만 해 뜨는 시각도 점점 일러지니 항상 비슷한 기분으로 집을 나선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늦은 표를 끊은 승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다 선행 버스에 빈 자리가 나면 그 버스편을 탈 수도 있었다.

 

 

점점 중간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교통편 옵션의 숫자가 줄어든다. 평택까지는 전철을 이용해 출퇴근이 가능했지만 천안부터 추풍령까지는 무궁화열차편을 이용해야 했고 그 이후로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슬렁슬렁도 좋지만 왕복 여섯 시간 이상을 차에서 보내게 되기 시작하니 적어도 차량 이동 시간 정도는 걸어줘야 진도를 맞출 수 있는 형편이 되고 만 것.

 

13차 주말걸봉도 여러 도상연습을 통해 짠 일정에서 어긋난 결과였다. 원래 무박2일로 성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창녕군 대합면까지 약 51km였다. 그러나 이용하는 자료가 부족하고 부실하거나 적절한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이 부족하면 이런 연습과 준비는 현장에서 좌절될 수 밖에. 사전답사 없는 1인도보여행의 한계.

 

 

그렇게 (기도를 드리고) 신경을 썼건만 출발일 저녁부터 경상북도에 비가 온다는 날씨예보를 보지 못한 게 첫 번째 큰 실책이었다. 두 번째 실책은 지도상으로 용케 찾아 거리를 단축할 수 있겠다고 좋아 했던,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휘감으며 덩굴처럼 남으로 뻗은 산길이 실제로는 대단히 위험한 코스였다는 점.

 

가로등이 사라져 어둠에 휩싸인 문성로를 타고 2시간 정도 걷다보면 남성주휴게소의 뒷문이 나온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우비를 챙겨 입었다. 중간 목적지인 용암우체국이 있는 용정세거리를 향해 1시간을 걸었다. 지도에 따르면 그곳에서 800m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두 실개천이 나와야 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타나는 첫 번째 우회전 골목을 타야 했다. 그 게 최선의 지름길이었으니. 첫 번째 개천은 잘 찾았는데 복개되었는지 어땠는지 두 번째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스테어웨이 투 헤븐인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머리 위로 떡허니 나타나고 말았다.

 

 

예상했던 산길과 가고 있는 도로는 목적지까지 거리상 약 10km의 차이가 난다. 야간도보에서는 세 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이다. 할 수 없이 10여분을 후퇴하여 지나쳐온 공장을 찾아들어갔다. 엄청 커다란 공간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규칙적으로 기계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는 게 귀곡산장 응접실 같았다. 지금 이 나라에 이런 야밤에 야근을 하는 공장이 있다니 ... 젊은 관리인의 도움으로 우리가 가는 길의 방향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리 렌턴이 있다 하더라도 산길 트래킹의 위험을 강력히 경고하였다.

 

결국 용정마을로 계속 후퇴. 한 중년의 경찰관이 마당에서 담배를 태우고 계신 계용암파출소가 나타났다. 소개를 하고 근처에 마땅한 숙박시설이 있느냐 물으니 없다면서 선뜻 “제가 모셔다 드리지요.” 제안한다. 파출소 내 소파 한 귀퉁이에서 잠시 눈을 부칠 수 있기만을 바랐던 입장에서는 언감생심의 배려이다! 새벽 1시가 넘었다. 군에서의 경험도 그렇고 정치적 관점에서도 경상도는 늘 타국이었다. 그 타국의 행정공무원이 새벽에 관용차를 이용하여 우리를 가까운 숙박시설로 모시고 가겠다는 거다.

 

10여분 넘게 차 한 대 다니지 않는 칠흑 속의 어둠을 뚫고 모텔에 도착했다. 그의 친절에 작은 성의라도 보이고자 정중하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담뱃값이라도...” 말을 꺼내니 정색을 하며 사양하신다. 차에서 떠밀리듯 나오자 10여 미터를 후진하더니 그대로 유턴하여 돌아갔다. 경상도에서 사람을 만났다는 이 느낌은 시작에 불과했다.  ...
 

용암면 토박이인 모텔 관리인의 도움으로 중간도보코스를 수정했다. 관리인은 걸봉 일정에 놀라움을 표하며 자기 방의 컴퓨터까지 사용하게 허락했으나 먹통이었다. 인쇄해 가지고 있던 지도를 보면서 오늘의 목적지까지 주의할 점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엊저녁 경찰관의 도움도 있고 해서 노무현 레퀴엠 기념 손수건과 봉하 CD를 선물로 드리니 매우 고마워했다.

 

 

보령부터 걸으면서 느끼는 게 유난히 다방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김치찌개로 아침을 먹으면서 이들 다방의 씀씀이를 목격하기도 했다. 아침부터 식당에서 할아버지 두 분이 자신들이 따온 토마토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고 계셨다. 이들과 비슷한 차림의 한 영감이 화장을 진하게 한 40대 후반의 여자 둘을 대동하시고 오시더니 방으로 들어가신다. 여자들은 교대로 나와 두 할아버지의 눈곱도 떼어드리고 머리도 빗겨주면서 판촉 활동을 한다.

 

 

고령이 학교 이름이 되니 쫌 그렇다 ~

 

 

우측이 고령시외버스정류장이다. 우측으로 가면 우륵박물관. 지도로만 구경하고 삼거리에서 대구방향으로 좌회전.

 

 

고개를 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산림녹화기념숲’이라는 인공숲의 공원이 나타나면 안으로 들어가 계속 오르거나 관성 대로 그냥 대나무가 둘러쳐진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거나.

 

 

이 고개, 금산재 꼭대기에서 바라본 뒷문이 있는 공원 안의 풍경이다. 멀리 건너왔던 다리도 보인다.

 

 

금산재의 구름다리에서 내려다 보았다. 올라서니 후덜덜하다.

 

 

대가야고도, 경북 고령. 영남의 젖줄 낙동강과 가야산으로 둘러싸인 고령은 42~562년까지 16대 왕에 의해 500여년간 존속하며 찬란한 고대문화를 꽃피웠지만 단지 신비의 왕국으로만 전해진다. 1977년 고령 지산동 44, 45호 고분이 발굴되면서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한 대가야 문화가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산림녹화기념숲이나 버스터미널 우측의 우륵박물관 등이 이런 찬란한 문화를 복원하고자 하는 고령군의 염원에서 탄생하였다.

 

다시 아름다운 고갯길을 계속 내려가다 우로 급하게 꺽이는 도로로 넘어간다. 거기에서 개진농공단지가 아니라 개진지방산업단지로 좌회전해서 나가야 한다.

 

30여분을 진행하다 우측으로 둑이 보이면 무조건 올라가자. 낙동강 자전거길이다. 중간에 서너 군데 자동차도로와 갈리는 곳이 나오지만 계속 2시간 반 정도 자전거길을 타고 가다보면

 

 

안내표지판이 나온다. 걸봉팀은 3번과 4번 중간에서 이 길에 합류했음을 알 수 있다. 이 표지판 뒷길을 타고 박석진교를 타고 가다 보면

 

 

 

걸어왔던 길을 멀리까지 감상해 볼 수 있다.

 

 

다리 건너 달성군 표지판이 나온다. 떠오르는 분이 있어 미소로 인사를 드린다. 여기에서 길을 건너지 않고 우회전해야 좀 더 편하고 가로수가 풍부한 길을 감상할 수 있다. 낙동강 자전거길을 이용해 여기까지 오면서 자전거를 타는 두 명의 남성과 대화를 나누었다. 한 분은 갈림길에서 확인하기 위해 내가, 또 한 분은 안내판을 읽고 있는데  설명하기 위해 직접 다가오셨다. 이들에게서 샛노란 바보의 정취가 흠씬 풍겼다.

 

 

17:55에 도착한 오늘의 목적지. 불행히 서울행 막차는 30분 전에 떠났고, 18:00 버스편으로 대구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하여 전철을 타고 대구역에 도착하니 다행히 19:30 완행열차편을 이용할 수 있었다. 빈 좌석까지 갖춰서.

 

누적: 44.9km/331.3km 비공식 누적: 348.3km

 

이 글에 대한 댓글 정중히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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