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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차 밭에서 (수필)

댓글 3 추천 5 리트윗 0 조회 119 2013.05.18 18:26

장군차 밭에서

 

<우리 노짱님>

김소희

‘장군차 흰 꽃 필 때 다시 오세요.’

참으로 아름다운 초청장이다. 아직도 이곳에는 그분의 생생한 목소리와 체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듯하고 굽혔던 허리 활짝 펴며 두 손 흔들어 답례하던 그날의 영상이 산비탈을 지키고 있는 것도 같다. 당시의 시간을 수놓았던 메아리는 더욱 선명한 화음으로 전해오는가 하면 그 화음은 하모니를 이루어 독특한 연출자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진정 살아있는 생명의 출렁임, 생동감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느껴질 만큼 환희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 서면 누가 그를 떠났다고 여기겠는가. 아직도 땅에는 든든한 호미 꽂히는 소리와,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 뚝뚝 떨어지는 소리, 조심조심 나무들의 뿌리내리는 소리가 봉화산을 가득 메우고 있는듯하니 말이다. 조근 조근 아이들에게 나무 심는 법을 가르치는 할아버지의 자상함이며, 쫑곳 귀 바투 대고 초롱한 눈망울로 경청하는 손주 녀석 벌의 해맑은 모습들의 영상도 고스란히 전해오는 현장이다.

 

그런데 어디로 어떻게 가셨단 말인가. 흙을 잘잘하게 부셔 뿌리를 고루 펴서 묻어주고 위에는 마른풀을 덮어줘야 습기가 유지된다는 묘목 심는 노하우를 일러주던 그 목소리도 또렷이 살아 있지 않는가. 나는 들리고 또 들린다. 나무가 1미터 가까이 자라기까지 노심초사했던 그 흔적을 싱싱 푸른 잎들이 탄탄하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어른 손 한 뼘 크기의 묘목이 이만큼 자랐다면 어찌 농부들의 신조인 여든 아홉 번의 손길과 발길이 닿지 않고 가능했겠는가. 겹겹이 뻗어 나온 가지들이 지금까지의 노고들을 세세히 전하고 있다.

 

지난 주말 봉삼이 동호회 회원들과 봉하마을 장군차밭 풀 뽑기를 하였다. 이곳 전경이 영상을 통해 전해 올 때 마다 새롭고 반가운 마음에 들뜨곤 하던 기억도 생생히 전해온다. 나무가 어떻게 생겼으며 맛은 어떨까. 가꾸는 방법은 어떤지. 궁금증과 호기심에 내 마음은 늘 이곳으로 달려오곤 했다. 어쩌면 주로 자원봉사로 가꾸어가는 자리여서 애정이가고 사랑스러운 기분도 더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 저런 정황들을 수년이 흐른 후에야 경험하고 있으니 내 일상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무디었나 하는 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정말 잎이 잘 생겼다. 잎이 넓고 색상도 검푸르도록 짙고 장군감이라고 장군차라 불리었다면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가도 싶다. 일찍 선견지명이 있는 차였을까. 가야국 수로왕의 허 황후가 인도에서 시집올 때 가져올 만큼 귀한 차였다면 분명 차나무가 전하는 전래는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된다. 누구 던 그 차로 건강을 되찾고 회복 되었던지 아니면 음용하므로 더 맑은 생활이 지속되었거나, 또는 모양새나 형태가 어떤 이의 마음을 끌었는지 분명 독특한 성질을 품었기에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으리라 여겨진다.

 

더구나 이 차는 이름도 고려 충렬왕이 붙였을 뿐더러 지금껏 여느 나라 지도자에 의해 유래 보전되고 있다는 것도 좀 격이 있는 의미이기도하다. 근래에 와서는 우리 노무현대통령이 장군차라는 이름을 전혀 모르고 있던 나에게 전해주었으니 분명 여느 차들보다 효능이며 품격이 뛰어나리란 믿음을 가져보게도 된다.

 

‘참 잘자랐구나.’ 나는 타원형의 제법 넓은 진초록의 잎에 입과 눈을 바투대고 시각과 후각의 멋을 다 느껴 보려했다. 아니 아예 나무 전체를 안으며 있는 정성을 다 쏟으셨던 대통령의 체취에 흠뻑 빠져보고도 싶었다. 이른 봄 여린 묘목 심으며 이 나무가 빨리 자라 도농교류의 싹이 되기를 기대했던 대통령의 부풀었던 꿈도 아주 고이 남아있으리란 기대도 갔다. 그 꿈이 곧 농촌 부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훌쩍 커가는 차나무들이 씩씩하게 일러주는 듯도 하다.

 

나도 오늘 지난날 대통령과 자원봉사자들의 손길과 마음 길을 따라 당시의 시간들을 답습하고 있다. 애지중지 모셔 심었던 장군차나무의 장애물들을 제거하고 있는 중이다. 가지를 목을 죄듯 감고 올라가는 칡 줄기들을 사정없이 잘라내는가 하면 지천으로 돋아나는 산딸기나무들을 범접도 못하게 캐내버렸다. 한편 생각하면은 어릴 적 더 할 수 없이 반가운 주전부리였던 칡뿌리와 산딸기를 이제는 적으로 간주해버리는 듯해 미안스러운 감정이 들기도 한다. 허지만 우리 농촌을 살리는 일원으로서 자신들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 주인공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네들도 먼저 알고 있으리란 짐작도 해본다.

 

이런 저런 눈에 익은 잡초들이 장군차나무를 에워싸고 사월의 달디 단 신록의 향기를 한껏 즐기고 있는 침입자들과의 싸움은 세 시간 가량 지속되었다. 너희들이 힘이 강하면 얼마만큼 강할 것이냐? 있는 힘을 다해 깊이 박힌 뿌리마저 제거하는 기운을 쏟아 부었다. 우리 대통령이 제대로 뿌리가 내릴까나 노심초사 심은 나무에 좀도둑처럼 숨어들어 이렇게 많이 자랐다니 ‘에끼, 요 녀석들을 씨앗도 하나남기지 않을 테다’ 호미가 꽂히는 나의 손놀림은 제법 숙련된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뽑아낸 자리에는 반드시 흙을 돋우어주는 일도 잊지 않아야한다. 즉, 북을 돋운다는 말이다. 잡초를 캐내면서 흩어진 흙들을 다시 뿌리 주변으로 모아주어야만 그 흙이 뿌리를 견고하게 지켜주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흙덩이를 잘게 부셔 나무 심는 방법을 가르치던 그 원리와 같은 맥락이라 할까. 나무들에게 밥은 역시 흙이다. 그 영양을 저희들도 먹고살겠노라고 사촌 오촌 어께동무하고 눌러 붙어 살아가는 잡풀들의 소행이, 마치 이 사회 소갈머리 없는 얌체족들의 자화상을 보는듯해 씁쓸하기까지 하다.

 

이제 이곳에는 더 이상 얌체족도 더 이상 좀도둑도 발붙이지 않을 것이다. 현대 공해의 최대적인 다이옥신을 물리치는 장군기질을 풍기는 튼튼한 나무가 자리하고 있고, 항산화 효소함유량을 듬뿍 지녀 영원히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고귀한 차가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 대통령이 그림자처럼 이곳을 지켜주기에 차나무는 장군의 기질을 더욱 굳건히 발휘할 것이다. 그 이름 따라 튼튼한 체력을 꿈꾸며 어서 장군차 꽃필 날을 기다려야겠다.

 

‘장군차 흰 꽃 필 때 다시 오세요’

'네, 대통령님! 장군차 흰 꽃 피는 가을날 다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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