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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7 15:40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중 미국 업계관계자와의 라운드테이블에서 GM 회장이 요구한 통상임금 문제를 노사정위원회에서 타협을 도출한 뒤 법제화하는 쪽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GM 회장의 요구인 통상임금 문제는 법원에서 이미 판결을 내린 것이고 GM 건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박근혜 정부가 법제화 의사를 밝힌 것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GM의 요구가 관철되면 임금 노동자는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업주만 이익을 챙기게 됩니다.
▲ 박근혜 정부의 입장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정부에서는 현재까지 노사정위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다루도록 요청하고 타협이 이뤄지면 법제화를 하자는 것까지 논의가 된 상태”라고 밝힌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라운드테이블 미팅에서 GM 회장에게 이미 법제화를 약속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세일가스의 경제성이 확인된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은 해외에 흩어져 있는 생산시설을 국내로 복귀시키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포드처럼 GM 역시 해외에 있는 생산시설을 미국 본토로 가져오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GM이 80억 달러의 투자를 핑계로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것은 이런 연장선상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GM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인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이는데, 사법부 판결을 구하지 않고 노상정위원회의 합의를 거쳐 법제화를 하겠다는 것은 GM의 꽃놀이패에 걸려든 모습입니다. GM의 철수를 막으려면 이 땅의 노동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통상임금 문제를 손봐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GM에게 철수의 빌미를 제공하니 나름의 묘수를 꺼내든 것입니다.
연합뉴스에서 인용
▲ 노동계의 입장
노동계 입장에서는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판례가 있기 때문에 노사정위원회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다루는 것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보통 통상임금이라 하면 한 달 주기(소비를 늘리기 위해 주 단위를 채택한 나라도 많다)의 임금 지급기 내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소정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금품으로, 연장, 야간, 휴일근로 가산 수당을 산정하는 기초가 되며 퇴직금 정산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통상임금에 상여금과 퇴직금, 수당 등이 반영되지 않으면 직원 복지 같은 후생비용이 턱없이 부족한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는 임금의 실질적인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GM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됐을 때 정규직·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 각종 법원에서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한 판결이 여러 개 나온 상태이며, 각급 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관련 소송도 대법원에 11건, 전국 법원에 100여건 이상 계류 중일 정도로 노동자 입장에서는 양보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양극화가 빈곤화를 동반하는 상황에서 직원 복지가 충분한 대기업 사업장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영세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이번 법제화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 누구를 위한 통상임금 법제화인가?
조 경제수석은 노사정위 논의를 통해 상여금과 퇴직금, 각종 수당 가운데 어떤 것을 통상임금에 넣을지 분류작업이 일어날 것이며 타협점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 말하며 그 타협을 근거로 법제화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그는 또한 타협이 이뤄지면 각 사업장 별로 논의가 이어지고 그러다 보면 굳이 법원의 판결을 받을 필요도 없지 않겠냐며 삼권분립을 부정할 수도 있는 위험한 말을 남겼습니다.
조 수석의 말이 합당한 효력을 가지려면 노사정위원회가 사측만이 아니라 노동계를 진정으로 대표할 수 있어야 하며, 아울러 미래세대의 노동자들도 함께 대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GM이 요구한 통상임금 문제는 미래세대의 임금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GM의 80억 달러 투자나 국내 철수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종소기업의 자생력을 높여준다고 했으면서도 그 자생력이 사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면 이는 경제민주화에도 역행하는 행태입니다. 게다가 GM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국내 노동자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면 이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 통상임금이 졸속처리 되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
노사정위원회가 모든 노동자를 대변하지 못하는 실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이번 법제화 추진은 엄청난 후폭풍을 초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계는 OECD가입국 중 임금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하고 최장인 근로시간에 비해 실질임금도 낮은 상황이라, 노사정위원회의 결과가 GM(타 기업의 대규모 사업장 포함)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나오면 총파업도 불사할 태세입니다.
GM의 요구에 따라 통상임금의 정의를 내리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업장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성급한 법제화는 어마어마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상임금의 정의를 내리는 일은 몇 년에 걸친 사회적 논의를 거친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거의 모든 노동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이 선행되지 않은 채 경제위기와 방미성과를 극대화한다는 차원에서 통상임금 문제가 졸속으로 처리된다면 박근혜 정부는 가늠하기 힘든 저항에 직면할 것입니다. GM의 투자액수가 우리나라 경제를 되살리지도 못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 철수한다고 해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만큼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사법적 판단을 받지 않겠다는 것을 넘어, 모든 노동계를 대표하지도 못하는 노상정위원회의 합의를 통해 통상임금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방침에 강력한 반대를 표명합니다.
박근혜가 미국에서 또 무엇을 퍼주고 왔는지 알 수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