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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0 02:56
방송사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맹활약(?)을 보도하기 바쁜 지금, 미국은 키 리졸브 훈련과 한미정상회담의 첫 번째 계산서를 내밀었습니다. 뉴시스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과 미국 기업계가 가진 라운드테이블에서 GM이 국내 투자와 관련해 2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는데 이것이 논란을 불러올 것 같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부시와의 정상회담에서 받아온 계산서 때문에 나라가 발칵 뒤집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계산서들을 받아올지 걱정이 앞서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 학습된 최악의 기억 때문입니다.
▲ GM 회장과 청와대 경제수석의 이중주
뉴시스는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 중인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근혜 대통령과 미국 기업계의 라운드테이블에서 나온 대화를 전하는 중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 수석에 따르면 라운드테이블에서 대니엘 애커슨 GM 회장이 80억달러 규모의 대한 투자 조건으로 엔저현상과 퇴직금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서 보너스와 퇴직금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조 수석은 이어 GM 회장이 이 두 가지가 이루어질 경우 GM은 한국에서 절대 철수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헌데 이 발언을 뒤집어 보면 두 가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한국에서 철수하겠다는 의미가 될 수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GM 회장의 요청 중 엔저현상은 우리 정부가 직접적으로 좌우할 수 없는 부분이고 한국은행이 엔저현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신을 꺾고 금리인하를 단행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통상임금 부분은 노동자의 실질임금과 직결되는 노사현안이고 퇴직금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원 판례가 나온 상태라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것이 자명합니다. 특히 GM이 이 문제를 놓고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고 노조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여서 조 수석의 발언이 사법부와 노조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 정상회담에서 차세대 전투기사업 얘기가 나왔을까?
GM의 한국 철수는 일자리 문제와 수출 감소 등 국내 경제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사안이지만, GM이라고 해서 당장 한국 철수가 가능한 상황은 아니어서 당장의 피해는 적을듯합니다. 이것보다는 8조 3000억 원이 책정된, 경우에 따라서는 수조에 이르는 추가비용이 투입될 가능성도 높은 차세대 전투기 기종 선정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계산서에 포함됐느냐에 있습니다.
현재 치열하게 각축 중인 3개 기종 중에서 한국으로서는 기술 이전까지 약속한 유로파이터가 가장 유리하지만 한미동맹이란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한민국의 사정상 미국 보잉사의 F-15SE나, 록히드마틴의 F-35 중 하나로 기종 선종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중에서 문제투성이인 록히드마틴의 F-35가 선정될 수 있도록 오마바와 박근혜 대통령 간에 어떤 언질이라고 오고 갔다면 이는 문제(무기구입 예산과 유지비용 등이 두 배 이상 뛴다)가 심각해집니다.
특히 최근에 미국 보잉사의 무기중계를 대행하는 한국 업체의 차세대 전투기사업과 기타 사업에 대한 기밀누출 때문에 기무사가 수사에 돌입했기 때문에 록히드마틴 사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오바마 입장에서도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는 F-35를 추천하기는 힘들었을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를 받아들이기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볼 때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면 원론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익집단 정치의 본산인 미국 워싱턴에서 록히드마틴사와 보잉사가 전방위적 로비에 나섰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재정절벽 가동에 따라 국방 예산을 460억달러(50조원)나 줄여야 하기 때문에 록히드마틴 사의 F-35가 선정되는 것이 가장 이득이 되기 때문에 미국의 내밀 두 번째 계산서가 두려운 것입니다.
▲ 그밖에 무엇이 있을까?
국방에 한해서 보면 차세대 전투기사업 이외에도 ▲대형 공격헬기 ▲K-2 전차 ▲장거리공대지유도탄(JASSM급) ▲해상작전헬기 ▲3천t급 잠수함 ▲무인정찰기 ▲탄도ㆍ순항미사일 등의 전력증강 사업이 즐비하게 널려 있습니다. 하나같이 수백억에서 수조에 이르는 사업들이고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 미국이 내밀 계산서의 양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 것입니다.
헌데 한 가지 꺼림직 한 것은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된 상황에서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거의 일 년 내내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지나친 호들갑도 남북한의 긴장을 갈수록 고조시키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강경책이나 한미정상에서 북한에게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경고만 무성했던 것도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것이라 미국의 추가적인 계산서가 결재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장기적인 경제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나칠 정도의 양적완화를 펼쳤던 미국으로서는 출구전략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오바마가 경제회복의 카드로 밀고 있는 세일가스 개발에 투자할 자금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거의 백조에 이르는 내부유보금을 쌓고 있는 한국 재벌들의 에너지 계열사와 공기업 및 정부 출연기관의 참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국이 가장 중시하는 쇠고기수입 전면개방과 지적재산권 확대 문제도 다루어졌을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 등 한국 경제를 독점하고 있는 오너들이 동반했기 때문에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동안 국민들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얘기들이 오고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을 5년 동안 이끌어갈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방미를 통해 어떤 손익계산서를 국민들 앞에 내놓게 될까요? 이명박 정권 이후로 워낙 비밀들이 많아진 보수 정부라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물들을 앞두고 있는 국민들의 시선이 마냥 편할 수만은 없습니다. 남북한의 평화통일이 멀어질수록 미국과의 거리는 좁혀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당수 국민들은 MB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손익계산의 대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폐쇄의 정당성 말고 어떤 계산서를 내밀었을까요?
정치에 조금 눈이 뜨인 늙은도령의 세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