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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9 13:14
원세훈의 국정원이 국내정치는 물론 선거 개입까지 광범위하게 펼쳤다는 것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경찰이 새누리당에 수사 진행 내용을 실시간으로 알려준 정황증거도 나온 상태입니다. 이에 맞춰 검찰의 수사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실질적 증거확보도 상당히 진전된 상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세훈 전 원장의 처벌은 확정적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줄 것 같습니다. 문제는 경찰청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서 보듯 검찰특별수사팀이 MB정권의 경찰수뇌부와 국정원을 넘어 살아 있는 권력까지 수사의 칼날을 겨눌 배짱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 검찰이란 조직의 특수성
며칠 전 tvn의 ‘꿀까당’에 나온 금태섭 변호사가 노무현 대통령이 마련한 ‘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라는 본질은 생각하지 않고 더 이상 대통령이 검찰 조직을 보호해주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검찰의 자기조직 지키기가 그때부터 강화됐다고 말했습니다. 본말이 전도된 참으로 훼괴한 발언이지만 검찰이란 조직의 특성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당시에 대검 소속의 검사였던 금태섭 변호사의 인식을 바탕으로 하면 국정원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이 조직의 안위에 위협이 될 정도로 수사를 진행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수사과정은 이런 걱정이 우려에 그칠 것을 말해주고 있지만 수사의 칼날이 살아 있는 권력에 상당한 흠집을 낼 수밖에 없는 것으로 비화되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검찰은 지금 외부의 힘에 의해 대대적인 개혁을 앞두고 있는 시점인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검찰로서는 조직을 지키기 위한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것 때문에 검찰 수사의 결과가 정치적 논리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다 ㅡ 한겨레신문에서 인용
▲ 민주당과 방송3사의 보수화
민주당의 당대표가 중도보수적 성향의 김한길로 바뀐 마당이라 무려 60년 전통의 제1야당이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달려들지는 알 수 없습니다. 개성공단 잠정폐쇄에도 별다른 대응도 내놓지 않았고, 북한군이 도발하면 군의 판단에 따라 알아서 대응하라는 군통수권자의 위험한 발언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와도 별다른 토도 달지 않는 거대 야당이니 별로 바랄 것도 없습니다. 국정원 사건에 대한 민주당 토론회도 요식행위처럼 끝나버려서 김한길의 민주당이 이 사건을 끝까지 밀고 갈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 토론회에서 보여준 언론들의 행태에서 보듯,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국가권력기관의 국기문란사태에 대해 최소한의 보도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방송3사의 행태는 검찰의 수사에도 간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번 국기문란 사건을 국민적 의제로 다루지 않아 공론화가 되지 않으니 검찰 수사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습니다. 압력은 이렇게 간접적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안기부 X파일 사건 때와 비교하면 방송3사의 침묵은 도를 넘어 직무유기에 해당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뉴스의 한 꼭지를 할애하면서 정치개입이란 용어만 고집하니 사건의 핵심사안인 선거 개입의 중대성은 묻혀버리곤 합니다. 국내정치 개입도 전 정권의 국정운영에 도움을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민의식의 보수화에 일조합니다.
극도로 중앙집중화된 정부의 권한의 절대적인 현대의 민주주의에서 선거가 가지는 영향력은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투표율이 너무 낮아 지역적 몰표가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돼지 못하게 하는 중차대한 사건임에도 방송3사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 검찰 성역 없는 수사의지 보여줄 수 있을까
오늘 새벽 한미정상 기자회견에서 미군의 성폭행 문제가 미국 기자의 질의대상이었을 만큼 중요성을 갖는 것처럼, 국가권력기관인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현 정권의 정당성까지 흔들 수 있는 중차대한 사건입니다.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국정원의 조직적인 정치 개입과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가장 핵심 사안이었지만 그들의 영향력 때문에 국정원이 개입된 각종 사건들은 축소·은폐되기 일쑤였고 그 전모가 제대로 밝혀진 적이 없습니다.
어제는 국정원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권은희 송파수사과장을 불러 경찰수뇌부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참고인 진술이 10시간 동안이나 강도높게 이루어졌습니다. 권 수사과장은 당시 경찰수뇌부의 국정원 사건의 축소·은폐 압력에 대해 소상한 답변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가 이제는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형국이지만, 시일이 너무 많이 흐른 까닭에 관련 증거와 증언 확보가 어디까지 가능할지 의문이 듭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검찰 특별수사팀의 칼끝이 살아 있는 권력에게까지 미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찰의 칼끝이 전 정권의 인사들을 현 정부에서 솎아내는 정도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원세훈 전 원장의 구속수사 및 기소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황적 개입에 대한 심정적 의심, 즉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 유예되는 선에서 그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해 보입니다.
▲ 수사 결과에 따라 요동칠 정국
검찰의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에까지 이를 수만 있어도 상당한 수확을 이룬 것입니다. 어차피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계량화해 표로 환산할 수 없는 노릇이라 국민적 저항이 4.19 수준에 이르지 않는 한 지난 총선과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에 대한 심증적 확신 정도만 줄 수 있어도 현 정권의 정당성은 임기 내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경우 용동치는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다른 곳에서 정치적 정당성을 만회해야 합니다. 이는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보다 좋은 복지나 정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사의 결과에 따라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국가권력기관에 의한 여론조작과 선거 개입이 상당 부분 불가능해집니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연루 여부가 심증적 차원에서 그칠지라도 그 영향은 4대강공사와 부실덩어리 자원외교 등 MB정부 5년 동안의 문제들에 대한 조사에 탄력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 위기가 커지면 권력을 잡은 쪽에서는 다른 이슈를 초대형 갈등과 엮어 정국의 방향을 180도 바꾸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정치적 희생양을 찾아 국민적 불만을 해소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비록 억울한 패자일수도 있는 문재인 의원에게 특별한 플러스 요인은 되지 않더라도 이번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결과가 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출발점임은 분명합니다. 경찰이 제 머리 못 깎는 상황에서 채동욱의 특별수사팀이 대한민국 검찰의 역사에 있어 획기적인 업적을 이루어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성역을 두지 않고 모두 밝히겠다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의지가 끝까지 가기를 기원하면서.
이명박을 넘어서 당시의 새누리당 대선캠프까지 수사가 진행될 수 있을까?
정말로 시민들이 진실에 대한 촛불을 들어야 할 시기가 지금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