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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6 20:41
슈퍼갑의 횡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번 남양유업 사태는 정치의 본질인 갈등의 사회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긍정적인 면을 명료하게 보여줍니다. 남양유업과 대리점 간의 작은 규모의 갈등이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면서 전국 규모의 갈등으로 확산되며 갈등의 사회화가 이루어진 예입니다. 사회적 약자나 경제적 패자들이 압도적인 힘의 우위에 있는 집단과 맞서 어떻게 싸워야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지 남양유업 사태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 갈등의 규모를 키워라
샤츠슈냐이더가 『절반의 인민주권』에서 밝힌 것처럼 “민주주의에서 모든 권력관계는 상호적”이어서 “어떤 갈등이 정치화될 때 그 갈등은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됩니다. 슈퍼갑의 위치에 있던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영업 관행(거의 모든 업종에서 발생한다)은 그 자체로 불공정거래임에도 그 동안 남양유업의 대리점들이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둘 간의 갈등이 이해당사자 범위 내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양유업 영업팀장과의 통화내용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둘 간의 갈등에 수많은 참여자들이 가세하게 되면서 갈등의 규모가 커지는 사회화에 성공하게 됐습니다. 즉 사적 갈등의 정치화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의 갈등이 정치의 장으로 들어가게 되면, 갈등의 참여자로부터 갈등의 내용과 사용 가능한 자원”이 변하게 되면서 힘의 균형, 또는 역전이 가능해집니다.
▲ 사적 갈등을 공적 갈등으로 변모시켜라
남양유업 대리점주가 본사 영업팀장과의 통화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한 것은 “갈등에 대한 이해당사자들 간의 힘의 비율이” 네티즌의 참여로 역전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밀어내기가 일상화된 갑과 을의 불공정한 갈등이 사적 영역에 머물러 있으면 힘과 자원 등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는 갑이 언제나 승리합니다.
결국 을과 이해관계가 비슷한 ‘저강도의 힘을 가진 다수의 참여’로 인해 갈등의 규모가 커져 사적 갈등이 공적 갈등으로 변하면 비로소 정치가 가동됩니다. 갈등이 협소한 영역에 머물러 있으면 다수를 위한 공간이 사라집니다. 을의 입장에게 갈등의 규모를 키우는 방법이 없다면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 정치는 패자와 약자를 위한 공론의 장이다
슈퍼갑 앞에 무력한 대리점주가 인터넷을 통해 도움을 청한 것처럼 “공적 권위에 도전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강자가 아니라 약자”입니다. “갈등을 사회화하고자 하는 사람들, 즉 힘의 균형이 변할 때까지 더욱 더 많은 사람을 갈등에 끌어들이고자 하는 사람은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고도화된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는 이익집단들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에 “사적 권력관계에서 패배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정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허나 현재의 대한민국처럼 상류층과 기업들의 이익집단 정치가 만연한 국가에서는 사적 갈등을 사회화하는 방법이 언론과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정부부처밖에 없습니다.
즉 “공적 권위의 기능은 갈등의 범위를 넓혀 사적 권력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에 있는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공적 권위를 지닌 집단이 이들 뿐이기 때문입니다. 헌데 이런 역할을 해야 할 언론과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권력과 자본을 동원한 이익집단에 무력하면 인터넷 이외에는 탈출구가 없습니다.
▲ 인터넷을 통한 갈등의 사회화를 활성화하라
인터넷은 근본적으로 제한없는 참여자들의 소통을 통해 약자나 패자들을 위한 공론의 장을 연출함으로서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의 실현에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 아고라처럼 모든 분야와 기호에 관해 막힘없는 토론의 장을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은 한정된 영역에 머물러 있는 사적 권력관계의 불균형을 사회화해 힘의 균형을 찾아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갈등의 규모가 커지면서 정치화에 성공한 이번 남양유업 사태의 본질에는 인터넷이란 약자와 패자들의 공론장이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지 모범적 사례를 제공합니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민주적 방법에 의한 연대의 확장을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개별적 이해관계를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 올릴 때만이 힘의 비율에서 압도적인 열세에 있는 다수의 약자와 패자들이 슈퍼갑과의 싸움에서 비로소 대등해질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도입보다 유지하거나 키워나가는 것이 더욱 힘든 제도입니다. 민주주의는 또한 언론 등을 동원한 이익집단의 여론조작을 통해 축소되거나 왜곡되기 일쑤입니다. 특히 양당제 하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갈등의 규모를 키우지 않기 위해 두 당이 야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 이 땅의 모든 ‘푸어을’들을 위해
이런 면에서 볼 때 인터넷은 사안에 따라 이합집산이 일어나는 일종의 초단기적 대중정당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갈등의 규모를 키워 사회화하는 것이 약자와 패자들을 위한 인터넷이 가진 최상의 덕목임을 이번 남양유업 사태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공정한 언론과 공적 규제기관과 권력기관들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최후의 보루인 인터넷은 반드시 지켜나가야 합니다.
Little, Low, Lean, 작고 낮은 사람들이 서로 기대어 연대할 때 사적 권력관계의 일방적 힘의 불균형도 얼마든지 역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남양유업 사태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승리의 경험들이 쌓일 때 민주주의는 확대되고 슈퍼갑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개인민주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푸어을(poor乙)’들을 위해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