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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3 02:36
개성공단의 잠정폐쇄로 인한 피해의 확산은 입주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당장 입주기업에게 지원되는 자금이 세금에서 나온 것이므로 이중의 피해로 봐야 합니다. 입주기업들의 바이어가 끊기고 이들에 대한 피해보상까지 따지면 피해액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국민의 혈세가 어디까지 투입될지 첨예한 갈등이 계속되면 개성공단은 완전폐쇄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한반도에 남은 전쟁의 완충지대는 완전히 사라집니다.
▲ 개성공단 잠정폐쇄의 피해는 수출기업 모두에게 나타난다
보통 수출기업들의 해외 거래선은 상당한 신용이 쌓이기 전에는 뚫기가 힘듭니다. 게다가 힘들게 구축된 거래선이 정치적인 이유로 끊기면 회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기업들에게 불확실성만큼 위험한 것이 없기 때문인데, 끊긴 거래선이 피해보상을 요구해오면 꼼짝없이 물어줘야 합니다.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이라 해도 한반도리스크는 피해갈 수 없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적인 사례인 한반도리스크는 경쟁기업들이 제기하는 단골 메뉴로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주범 중에 하나입니다. 특히 한반도리스크가 극에 달한 현재 같은 경우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만이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개성공단의 잠정폐쇄가 입주기업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한국에 본사나 공장을 두고 있는 모든 수출기업들에게 한반도리스크가 적용됩니다. 입주기업들의 피해액이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이란 주장도 나오지만 드러나지 않은 피해는 수출기업들 모두에게서 나타납니다. 이들의 피해까지 고려한다면 개성공단 잠정폐쇄의 피해액은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증폭됩니다.
▲ 각종 무기 수입에 따른 재정지출
개성공단의 잠정폐쇄로 재래식 무기 도입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가격 대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닌 아파치 중고헬기를 대량 구매한 것에 이어 글로벌 호크까지 수입한다고 합니다.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어쩌면 영원히 완성되지 못할 수도 있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항하는 대칭적 전력 구성을 이런 무기들로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입니다.
무려 1조원 이상이 드는 이번 무기 구매를 통해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큰돈을 벌었지만 대한민국의 재정건전성은 그만큼 나빠졌습니다. 차세대 전투기가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로 록히드 마틴의 F-35 정해지면 8조3000억 원이 아니라 17조원을 넘는 돈이 들 수 있음은 록히드 마틴의 의회보고서에 이미 나와 있습니다.
개성공단 잠정폐쇄로 더 이상 남북한의 완충지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국방예산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서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이 강해질수록 외국의 첨단 무기를 사들이는 국방예산은 늘어납니다. 이는 전쟁 발발과 상관없이 다른 분야에 투입돼야 할 자금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런 일자리 창출도 없이.
▲ 모두가 패자인 게임
개성공단이 잠정폐쇄까지 이르게 된 데는 북한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그 다음이 군 면제자가 즐비했던 이명박 정권의 안보라인이고, 한반도 긴장을 통해 이익을 챙기는 미국과 일본의 정치권이 다음입니다. 피해는 각국의 국민들과 납세자 및 기업들에게 역순으로 작용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이 땅의 젊은 세대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됩니다.
오직 극우적 신념에 불타오르는 자들과 단체들, 그들 덕분에 먹고 사는 정치인들, 그리고 미국 군산복합체와 협력업체들만 개성공단 잠정폐쇄의 덕을 봅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과 그들의 협력업체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보겠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개성공단 잠정폐쇄는 거의 모든 이해당사자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게임입니다.
▲ 더욱 멀어진 평화통일
우리는 평화통일을 지상과제로 알고 살아 왔습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평화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도 북한에 상당 부분 있다는 것에 동의할 것입니다. 개성공단의 운영으로 적어도 북한 노동자 5만 명은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살고 훨씬 자유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헌데 이번 개성공단 잠정폐쇄로 우리는 평화통일의 길에서 역주행을 하게 됐습니다. 남북한이 단절되고 문화·사회·경제적으로 멀어지면 질수록 평화통일의 시기는 그만큼 늦춰집니다. 한반도리스크라는 최악의 족쇄에서 벗어나려면 북한 노동자들의 인식 변화를 통해 60년간 벌어진 서로의 이질감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독일이 치르고 있는 통일비용과 사회적 갈등에서 보듯이 준비된 통일이라 해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지출됩니다. 하물며 준비되지 않은 통일이었다면 그들이 지불해야 할 통일비용이 수천 조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지 개성공단의 재가동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무리 기업과 관련된 일이라 해도 계량화가 불가능한 부분도 있습니다. 평화통일이라는 민족적 사명을 기필코 달성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당장 눈에 보이는 부분에만 얽매여선 안 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개성공단이 바로 그러합니다. 정치와 경제가 분리될 수 없다고 해도 정치논리로 경제논리를 압도하는 것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노통의 4주기가 코앞인데 그분의 흔적들이 갈수록 지워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마음 답답할 때 들러주십시오. 늙은도령의 세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