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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에게

댓글 6 추천 4 리트윗 0 조회 120 2013.04.28 20:15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에게

어릴 적, 무척 알뜰하셨던 엄마는 일 년에 몇 번 연례행사로 미장원엘 가셨는데 설과 추석, 그리고 운동회 전날이었다. 설과 추석은 할머니 댁이 시골이라 며칠 전에 일찌감치 다녀와서 괜찮았는데 유독 운동회 전날 밤이 무척 고역스러웠다. 동네 아줌마들이 몇 안 되는 미장원에서 너도나도 파마를 하다보니 밀려서 한밤중에 돌아오시게 마련. 유난히 보수적이었던 아버지께서 9시 뉴스가 끝나고 나면 현관문을 잠그시며 “문 열어주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까닭이다. 그리고 빨리 자라고 하셨는데 그때부터 오던 잠도 확 달아나곤 했다. 어린 동생들은 세상모르고 잘도 자는데 ‘내가 보기엔 하나도 안 이쁘더만 파마는 머하러 하노?’ 한 숨도 못자고 애태우다 보면 한밤중이나 새벽이 되어서야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큰 방에 계신 아버지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조심 일어나 현관문 쪽으로 가노라면 마루에서 삐걱대는 소리에 터질 듯한 심장소리... 그때쯤 아버진 노기띤 목소리로 “문 열어주지 말라고 했제.” 하시면서 발목을 잡으셨고 엄마는 계속 문을 두드리고... 그 와중에 “아버지...” 하며 머뭇거렸다가 별 말씀 없으시면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그래서 문고리를 잡을라치면 다시 아버지의 엄포, 엄마의 애타는 두드림... 가운데서 어쩔 줄 몰라 “아버지가 열어주지 말라카는데...” 울먹거리면 엄마는 “괘안타. 경아야, 열어라.” 큰방과 현관을 번갈아 보며 한참 망설일 때쯤 큰방에선 말씀 대신 가벼운 코고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손에 불똥이라도 떨어질새라 어렵사리 연 문 사이로 들어오며 엄마가 하는 말, “괘안타카이...”  

“괘안타카이...”
이 말을 개성공단 기업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명령도 아니고 권고인데, 북한도 폐쇄하지 않았는데, 뭘 그리 서둘러 철수를 하는지 모르겠다. 탈탈 털고 맨손 되는 판에, 이판사판 차라리 개성공단에서 죽겠다고 배째라고 덤벼 볼 요량은 왜 못하는지. 언제까지 불안에 떨며 공단에서 사업할 것인가. 북한 절대로 총구 겨누지 않는다. 모르긴 몰라도 영웅 대접 받을 게다. 수구 극우 땜에 박근혜도 뜻대로 다 못하지 않는가. 남한에서 인권 운동가들이 나서 국제 여론에 호소하면 혹시 아는가. 그대들 덕분에 통일이 앞당겨질지... 정 안 되면 그때 가서 철수해도 될 일. 최대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라. 박근혜 미국 다녀올 때까지만이라도.

“괘안타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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