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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7 12:45
엊그제 병원을 다녀오는 길에 들른 딸이
반겨주는 우리 초순이의 늙어가는 모습이 안스러운지,
"우리초순이 미용실에가서 예쁘게 미용좀 시켜줍시다.
초순이 털을 한 번만,딱 한 번만이라도 예쁘게 잘라보는게 내 소원이라구요"
병원에 다닌다는 그 말에 무너져서, 초순이의 미모를
전혀 고려치않고 집에서 대충 털을 깍아주던 내가 처음으로 초순이를 데리고
딸과 동물병원을 찾았었다.
"에구~ 나도 미용실을 안 다니는데 강아지에게 거금을 쓰다니~"
"그러게 엄마도 미용실에가셔서 예쁘게 머리를 손질하시라구요.
마음대로 쓰시라고 카드를 드렸는데 왜 안 쓰고 교통카드로만 쓰시냐구요?"
딸이 결혼하는 날,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지금껏
미용실을 가지 않고 살다보니, 그 동안 딸이 지돈을 쓰면서도 강아지 미용을
마음대로 못 하다가 오랜시간 미뤄온 소원으로 발전하고 마침내 소원을 이루었다.
초순이는 열 살이고 예쁘게 생긴 살구색 토이푸들이다.
나는 털이 있는 동물이 집안에 같이 사는걸 끔직하게 여기는,
동물들과 사는 사람을 심하게 혐오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딸 아이는 형제,자매가 없어서 그런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애원을 하고도 안되면,지편이 되어주는
이모들까지 동원해 나를 설득했었다.
내가 얼마나 단호한 어미였던지,딸이 잠잠하며 꿈을 속으로만 키웠나보다.
대학생이 되더니 아르바이트를 해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느닷없이 나타났다.
얼마를 견디다가 넓은 집에 사는 지인에게 보내고 안심을 했다.
웬걸, 삼학년에 지금 요 예쁜놈을 다시 안고 나타났다.
친구 강아지를 잠시 맡아주는거라고~(처음으로 딸을 흠씬 두들겨 패 주었었다)
딸이 데리고 왔는데,왜 하필이면 싫어하는 나에게 슬픈 눈동자가 되어 구애를 하냐구.
밀어버려도 어느틈에 내 무릎에 닿아있는 녀석
밤이면 내 방문을 발톱으로 긁으며 울부짖어 삼일만에 이 녀석의 구애를 받아주었다.
내가 딸에게 제대로 해 준게 뭐가 있다고, 어미가 되어 이까짓거도 못 들어주나,
딸을 미워하게되니 내가 힘이들어 못 견디겠더라.
피할수 없다면 즐기자.로 마음을 홱 틀어버리고나니 어미를 거역했다는,
딸에대한 미움도 말끔히 사라지면서 이 녀석이 기쁨으로 변해만 갔다.
결혼하기 전까지 귀신이 무서워 혼자 못자는 딸이 공부를 하고 늦게 내가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올라치면 이 녀석이 으르렁거리며 딸을 위협해 내가 안고 있어야
안심하고 방으로 들어올수가 있었다.
하루는 내가 깊은잠이 들었었나보다.
딸아이가 새벽녘 외출복으로 현관을 들어서기에 보니 얼굴에 붕대를~
잠도 안자고 어딜?
강아지가 입술바로 아래를 물어 목동이대병원에 차를 몰고가 꿰메고 오는길이라니....
내 손도 이 녀석이 물어 성한데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 모녀는 이 놈을 최대한 배려하며 살고 있다.
우리 딸은 이 녀석이 오래 살아야 한다고 갖은 노력을 한다.
딸 결혼식에 동물병원에 맡기고 여행가면서도 맡겨보았다.
그때마다 이 녀석은 내가 데리러 갈때까지 먹지도 않고 현관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그 이후 나는 이 녀석을 딸이 맡아주지 않으면 아무데도 못 간다.
같이 여행가자고 동생이 전화를 해도, 동생이 놀러 오라고 해도 강아지 때문에~
딸은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 오래산다고 엄마는 강아지를 키워야한다고 세뇌를 시키지만
나는 이 녀석과 이별하면 절대로 강아지를 키우지 않을것이다.
병원에다 쓴 돈도 나보다 많은 우리 강아지~
미용실에도 다녀온 우리 강아지는 주인인 나보다 월등하게 우아하고 세련된
팔등슨 미모를 자랑한다.
미용을 하니 그 눈부신 미모가 한결 돋보인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의 소원을 들어 준 나도 어쩐지 흡족하여 행복에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