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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 (수필)

댓글 8 추천 6 리트윗 0 조회 296 2013.04.24 11:40

박석薄石

<우리노짱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

반듯한 바닥 포장 돌 속에서 또렷이 비춰주고 있는 글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내려놓으시고 편안한 안식을 기원하는 마음의 빛을 담은 뜻을 나는 사각의 납작한 돌 앞에서 새기고 있다. 그 속에는 간절한 그리움과 절통한 아픔과 못다 이룬 한이 절절히 녹아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 뜻을 비석화하기 까지는 그 만큼 고인에 대한 깊은 애정과 슬픔이 배어있음을 말해준다.

 

돌은 영원불변성을 의미한다. 쉽게 찢어지고 탈색되는 물체와는 다르게 견고해서 쉽게 마모되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기에 그곳에 우리는 영원성을 부여 하는지는 모르겠다. 뜻이 너무 고결하기에 더욱 단단해야하고 정이 너무 돈독하기에 지워지지 않아야하는 염원이 박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태어났는가도 싶다. 두께 10센티 가로세로 20센티미터의 얇은 돌에 얌전히 앉아있는 글귀에서 나는 한없는 비애와 사무치도록 보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다.

 

얼마나 긴 세월 고단한 삶이었을까. 상처의 두께가 첩첩이 쌓여 더 이상 도려낼 살점하나 없을 만큼 컷을 그 아픔을 나는 이 단어 속에 다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태산이 무너지는 굉음은 물론 폭탄에 뒤집히는 땅의 큰 울음조차도 이 내용만큼 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도저히 이렇게 떠나리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아니 보내야한다는 것은 더더욱 가져볼 수 없었기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절절함이 사각모의 박석에서 잘 나타내주고 있다.

 

한 방울의 빗물도 이 글자위에는 스며들지 않기를 바랄 것이고 세찬 바람도 고이 지나주기를 기도하였으리라. 아니 벌래 한 마리도 이 글귀 위에는 범접을 하지 않을 것이다. 힘없고 약한 이들을 위해 생을 바친 님의 순정을 미물인들 모를 리 있겠는가. 정갈하게 놓인 박석이 주인공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

가난을 숙명처럼 안고 살았던 노무현대통령께 그를 가장가까이 모셨던 동지께서 새긴 글귀다. 법관 초년부터 함께해온 사이이기에 누구보다 그 가치관을 잘 아는 터이다. 대통령이었지만 철저히 몸에 밴 가난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동여 메었고 구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힘없고 아픈 사람을 외면하지 못했고 그들에 의해 결국은 대통령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 자리도 끝내 가난으로 인해 무너져야했으니 그 고충은 누구보다 헤아리고 남을 일이다.

 

그러니 누구보다 가시는 길에 염원이 깊었을 것은 사실이다. 정말 그곳은 가난과 시기와 보복은 다시없을 것으로 믿고 또 믿었을 게다. 이승에서 이루고 뿌려둔 행적들을 저 세상에서는 다 거두어 주리라 바랐을 게다. 더 이상 경제적으로 허약한 남편도 아닐 것이며 더 이상 나약한 정치인도 아니기를 말이다. 뚜렸한 조건과 이유 없이 비하 당하던 그런 일은 더더욱 없어야하며 지금껏 도와야했던 처지보다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는 주인으로 태어나고 살아가기를 간절한 기도도 하였으리라. 한 줄 흐트러짐 없이 새겨진 글귀가 애절하리만치 그 감정을 잘 전해주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느낌도 들었을 것 같다. 차라리 주어진 법관으로 충실한 길을 걸었더라면 가난했던 집안자손으로 편하고 칭송받을 삶을 살았을 걸 무엇 하러 인권변호사 길을 택했느냐는 반문을 말이다. 한 가정 건사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가난을 만회하고 적당히 욕심도 챙기는 생활을 할 일이지, 그 배고픔이 지긋 지긋하지 않아서 남을 챙기는 마음을 가졌을까? 내 나름인 동지의 상상을 박석에 살짝 담아보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내 생각이 참 소인배적임은 틀림없다. 자신의 밥그릇만 챙겼더라면 오늘날에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겠는가. 어디서든 늘 함께 더불어 살아야함을 일찍부터 깨우쳤기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고 그런 가치관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돌의 문화를 우리 앞에 낳은 것임을 모르다니.

 

‘이제 편히 쉬십시오.’

적어도 스스로 목숨 끊는 세상은 되어선 안된다했던 말씀 앞에 박석의 동지께서는 대통령이 겪었을 삶의 무게를 다시 크게 실감하였을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평생 신조를 바쳤건만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혼자 막아내기는 어려웠음을 돌과의 영원한 약속에서 그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절대 잊어질 수 없고 잊혀져서는 아니 될 일이며, 긴 세월 수많은 희,로,애,락을 누구의 손길과 거친 풍우도 쉽게 지울 수 없는 물체에게 그 모든 뜻을 묻어 두기로 하였는가도 싶다. 그래서 현재의 박석이 지금보다 훗날 진정한 명언을 낳고 질서가 되고 법이 되기를 간절한 소망으로 이어가려는 뜻이었으리라.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작은 비석의 염원을 모았고 일만 팔천여명의 신청 기부를 통해 일만 오천 개의 수량으로 박석이라는 이름이 우리 앞에 남게 되었던 것이다. 조각보처럼 이어 붙인 무늬가 애틋한 마음들을 대변해 주는 듯해 그 애절함이 더욱 가슴을 저미게 한다. 한마디 한마디가 어디 님의 가슴에 살아있지 않은 이가 있으리. 그리움의 농도가 세상 끝을 향하고 있음을 가지런히 자리한 박석의 모습들이 그 사실을 전해주는 듯하다.

 

63세 일기로 서거하신 대통령을 기리는 의미에서 6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설치된 길을 따라 걸으며 나는 다시 한 번 돌의 신비와 고마움을 절감했다. 세상에 썩지 않고 변질되지 않는 게 어디 잘 있으랴. 그런데 박석은 영원히 살아있는 말씀들이다. 천상과 지상을 오가는 영혼의 소통공간이며 영원불변한 진리의 전당이기도하다.

 

이제 우리는 이곳에서 민주주의 정신도 더욱 깊게 배울 것이며 미래의 꿈과 이상도 한껏 높이 쌓아갈 것이다. 그래서 세상 어느 곳에서도 박석의 유래와 진실을 꿈꾸고 역사가 되는 그런 날을 우리스스로 만들어가는 시간들이되리라 믿는다. 참으로 값진 날들을 말이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

‘정말 꼬~옥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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