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6
0
조회 517
2013.04.04 08:16
아래는 워싱턴불나방님이 한 동호회에서 올리신 독서감상문입니다.
한국 정치는 물론이요 삶의 지표로 자리매김된 고 노무현 대통령과 분리해서는
이해나 해석이 불가능한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에 대한 필자의 감상이 절절합니다.
같은 듯 다른 두 분과 달리 필자와 우리네는 비슷한 마인드의 정치소비자가 아닌가 합니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기 시작했다.
제목이 무겁지만 유시민처럼 깔끔/경쾌할 줄 알았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유시민의 그 힘찬 박동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 동안 유시민의 모습은 펄떡펄떡 살아있는 활어였다.
이 책에서 유시민은 눈은 껌뻑거리되 아가미로만 숨을 쉬고 있는 물 밖을 나온 물고기다.
전혀 유시민스럽지 않다. 안쓰럽다.
많은 생각이 지나간다.
‘책 속에서 유시민이 말한대로 생각이 자라서일까. 그래서 세상 모든 것에 이해가 더 커진 것일까. 아니면 너무 깨져서 이제는 마음이 다치고 싶지 않은 걸까.’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에서 유시민은 상식에 편에 서기를 요구하는 하늘로 높이 쳐든 주먹이 있었다.
그게 유시민이다.
현재까지 읽은 내용에서 유시민은 본인이나 독자나 원하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크라잉넛을 비유한다. 본인이 가장 행복하고 원하는 삶은 책을 읽고 쓰는 것이란다.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유시민은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이 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원 김해선거나 경기도지사 선거를 통해서 유시민은 배신감과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사건이후 유시민에 대한 손가락질은 절정을 이뤘다.
이 모든 일련의 패배와 좌절이 유시민 자신을 쪼그라뜨리고, 자신이 했던 젊은시절의 선택과 정치인으로서의 과거에 후회를 하는 듯 하다. 책에서 독자들이 원하는 대로, 즉 꼴.리.는 대로 살라고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안티유시민을 의식한 듯 하다. 기가 죽었다.
복지부 장관 내정자 청문회에서 유시민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이렇게 변명(?)했다.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이게 유시민이다.
노통 서거 며칠 전 봉하마을을 방문한 한 여인은 며칠동안 울면서 이재우 조합장에게 말했다고 한다.
“자꾸 꿈 속에서 울 노짱께서 나타나신다. 제발 나쁜 맘 안 잡수기를 바란다.”
그러나 노통께서는 그 여인의 소원을 외면했다.
유시민에게는 모토바이크를 좋아하는 늦둥이 아들이 있어서 다행이고,
유시민이 힘들 때 그에게 위로가 되어준 [김형경-좋은 이별]이란 책이 고맙다.
언제부터인가 [노무현]은 내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꾸려가야 하는가에 대한 양심이고 지표가 되었다.
두 갈래의 길에서 노무현을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때로는 경제적인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노무현답게 판단하고 행동하면 세상에 대해서 당당하고 자유로워진다.
노통이 떠난 후 유시민은 위안이고 지팡이었다.
하지만 나의 욕심만 채울 수는 없는 일.
국가를 대표할 지도자가 되길 원하지만,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딸아이의 정신적인 변화와 성장을 바라보고, 찌덕거리는 늦둥이 아들녀석을 달래는 그런 아버지로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선택하더라도 그를 존중하고 지지한다. 자신의 인생이니까.
책 뒤편으로 가면 기개 넘치고 살아있는 유시민을 기대한다.
꿈꾸는 유시민이 되길 바란다.
힘들어도 한결같이 그를 지지하는 이들을 기억해서 힘내길 바란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책은 유시민 그의 수액 한방울 한방울을 짜낸 느낌이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나는 맹인 점자 읽듯 한글자 한글자 정성스럽게 읽어간다.
내가 할 수 있는 그에 대한 무언의 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