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유신시대를 방불케 하는 북한의 전쟁 개시에 대한 도발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전시 선언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개성공단의 폐쇄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일련의 도발 행위에 대해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쟁이 발발되면 북한의 종말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가 입을 피해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에는 국민들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는데 어째서 한반도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북한에 돈을 퍼주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북한이 진행한 핵실험과 로켓 발사 비용들을 설명할 길이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습니다. 북한이 개성광단 출입마저 막아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 자본주의 최후의 카드, 대규모 전쟁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거대한 전쟁을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곤 했는데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 민족의 희생을 통해 전세계 군수업체(거의 대부분이 미국기업들이다)들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될 것입니다. 특히 일본이 한국전쟁을 통해 세계 최고 부국에 오른 것처럼 한국기업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각국의 경쟁기업들은 어마어마한 시장을 공짜로 얻게 됩니다.
북한이 전면전을 개시한다면 이는 북한이 체제의 종말까지 염두에 둔 옥쇄의 전쟁을 택했다는 뜻입니다. 만일 제조된 상태라면 핵무기와 화학무기 사용도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전력을 다해 대한민국을 파괴하려 할 것이고 아무리 한미 합동전력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더라도 대한민국은 치명적인 피해를 피할 수 없습니다. 수십에서 수백만에 이르는 국민들의 목숨이 전장의 이슬로 사라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 전쟁 발발은 북한이 종말을 각오했다는 뜻
사실 핵폭탄과 화학무기는 세계 어떤 나라도 사용하지 못합니다. 핵폭탄과 화학무기라는 것이 인류가 만든 최악의 대량살상무기이고 그것이 전쟁에서 직접 쓰이면 인류 종말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됩니다. 특히 핵무기 사용이란 2차대전 중에 일본에 투하된 두 발의 핵폭탄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그 당시에는 핵폭탄의 가공할 살상력도, 반영구적 피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원전이 지금처럼 많지도 않았습니다.
전세계 정치권이 핵폭탄과 화학무기 사용을 철저하게 저지하는 것은 어디에서든 한 번이라도 그것들이 사용되면 인류 생존의 마지노선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로 이어지는 핵폭탄과 화학무기 사용을 막을 방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핵폭탄과 화학무기는 체제 방어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도 전쟁 승리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핵무기와 화학무기 제조능력이 있다고 추정되는 북한이 전면전을 개시하면 승리를 위해 두 가지 무기를 사용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이는 북한의 종말을 뜻합니다. 북한이 전면전을 결심했다는 것은 체제 종말을 각오하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일단 일어났다면 끝장을 보겠다는 뜻입니다. 현재 남북 간에 연일 터져 나오는 ‘강 대 강’ 언어대결의 위험성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지 분명히 깨달아야 합니다.
양국 정치권과 군부의 적대감정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북한이 국지적 도발을 하면 박 대통령의 주문처럼 한국군이 정치적 고려 없이 원점타격을 가하면 이는 전면전으로 옮겨가는 지름길에 다름 아닙니다. 사자가 토끼를 잡을 때도 도망갈 틈을 남겨두듯이, 퇴로가 없는 상태에서의 극한 대결은 북한의 괴멸과 함께 대한민국의 회복할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지게 됩니다. 북한 주민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실질적 피해자입니다.
▲ 회생의 기회는 없다
아프가니스탄의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 보듯 전쟁이 한 반 일어나면 의외로 오래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피하려면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통해 상대를 일시에 괴멸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 미국의 국제적인 정치경제학적 이해가 달라 전쟁이 생각보다 오래 갈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장기전이 불가피한데, 이는 대한민국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무엇보다도 자원이 없는 국가로서 현재의 경제적 능력을 회복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종전 이후에 폐허가 된 한반도 재건이라는 어마어마한 시장이 열리겠지만 참여기업들의 면면에는 우리 기업들은 없을 것입니다. 전쟁의 피해는 남북한 모두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 최첨단 무기까지 동원하는 미국의 속셈은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해서 박근혜 정부의 한 달여 동안 전쟁 발발의 위험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과 대한민국 간의 설전이 너무 거칠고 험악해서 최소한의 국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김정은의 북한이란 체제 유지에 혈안이 된 상태고 군부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여 그 동안의 광적인 발언들을 무시한 채 그냥 유야무유 넘어가기에는 수위가 너무 높습니다. 어떤 식으로도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북한의 무모한 전쟁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며 미국이 지나칠 정도로 많은 최첨단 무기들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한미동맹의 합동군사훈련의 일환으로 볼 수 없습니다. 미국이 자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 행동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간의 역사들이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스텔스 폭격기 한 대가 출동하는데도 60여억 원에 이르는 경비가 소요되는데 그에 대한 대차대조표를 미국이 그냥 넘길 리가 없습니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미국의 속셈 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5월에 방미했을 때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나 한미FTA 재개정 문제, 강정마을 해군기지, 소고기 전면개방, 차세대 전투기사업(거의 9조 원에 이른다)의 미국 전투기 선정 같은 자국에 유리한 의제들을 선점하겠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갑니다. 이명박의 방미했을 때 미국이 무엇을 요구하고 이명박이 어떻게 화답했는지 되돌아 보면 답이 쉽게 나옵니다.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필요한 시기가 지금이다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면서 북한과의 전쟁 공포에 이렇게까지 심하게 시달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매년 국방비로 지출되는 비용의 일부만 깡패 집단 북한을 다스리기 위한 목적(인도적 지원)으로 사용하는 게 낫지 연일 북한과의 전쟁 위협 때문에 국민들이 정신적으로 시달리고, 경제가 불안정성에 빠져들고, 수십조 원에 이르는 외국무기 구입에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이는 삼척동자라도 얼마든지 계산이 가능한 단순한 손익계산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정책의 핵심으로 들고 나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진행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가 지금입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그것이 아무리 작은 국지전이라 해도 상당한 피해를 동반할 수밖에 없고 그 후유증은 여러 분야에서 복합적으로 일어납니다. 평화유지비용이 전쟁비용보다 훨씬 적고 장기적으로 생산성이 높다는 것은 수없이 많는 국내외 연구를 통해 밝혀진 상태입니다.
개성공단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누리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며 그런 개성공단 같은 남북한의 경제협력이 활발하면 북한은 대한민국에 종속적인 경제 환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의 속성이 그렇기 때문이며 현실적으로 이보다 저렴한 평화구축비용은 없습니다. 김대중의 햇볕정책에 노벨평화상이 주어진 것도 그것보다 나은 평화정책이 없기 때문이며 이는 여전히 유효한 정책입니다.
일단 북한이 대한민국 경제에 종속되면 북한으로서도 대한민국과의 협력관계를 파괴할 정도의 무모한 짓거리를 하지 못합니다. 개성공단 출입에 문제가 생긴 지금, 남북한이 윈윈하면서도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통일로 가는 작업을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햇볕정책보다 진일보한 것이라면 지금보다 그 정책의 필요성이 절실한 때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정치적 의도도 배제된 상태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해당 부처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전쟁 억제에 필요한 예산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한반도 평화는 유지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부상한 차체대 전투기 사업에만 9조 원에 근접한 천문학적인 돈이 듭니다. 그중 일부만이라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축에 사용해 주십시오. 제발 국민들이 자신의 일에 전념하면서 평안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개성공단 출입이 제한된 오늘 종편의 보도행태가 가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