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련의 행태들은 국정원을 중심으로 하는 컨트롤 타워를 창설하기 위해 사이버 테러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한 대대적인 여론몰이가 시작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문제로 경찰과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오히려 국정원의 역할을 강화시키는 새누리당의 입법 추진과 지상파의 여론 몰이는 사이버 테러를 빌미로 사이버 공간에 대한 통제강화를 시도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이에 대해 “사이버 공간의 빅브라더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입법 추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최근 종편에 출현한 변희재가 다음(아고라)이 종북좌파의 소굴이며 진보매체 기자들과 암묵적 합의가 있다고 말하면서 다음을 맹비난한 적이 있어, 이번 새누리당의 입법 추진에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인터넷침해대응센터ㅡ뉴스1에서 인용
▲ 빈대 잡으려다 초가산간 다 태울 수 있어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26일
“국가 사이버 위기 관리법”을 대표 발의키로 하고, 오는 29일 국회에서 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고 합니다. 국회 공청회야 요식 행위이므로 새누리당의 입법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정부 때 NHN(네이버)의 친정권화와 탈정치화에 성공했듯이 이번에는 다음 아고라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초대형 사이버 테러가 내부 IP를 통해 일어난 형편없는 보안 시스템 때문에 발생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핑계로 국내정치 개입을 일삼았던 국정원에 사이버 공간을 상시 감시하고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산간 다 태우는 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종편 허가에 이어 사이버 공간마저 감시의 대상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마치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를 위한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대응 방법도 순서도 모두 다 틀렸다
형편없는 보안 인식과 시스템 때문에 발생한 사태를 빌미로 국정원에 총괄적인 사이버 타워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사이버 공간에 대한 관치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이런 식의 대응이라면 언론사들의 통신망까지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국정원에 주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습니다.
새누리당의 입법 추진은 대응 순서 면에서도 틀렸습니다. 사이버 테러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 사이버 테러(내부 소행)를 당한 각 방송사와 금융사 및 기업들로 하여금 방화벽 강화와 보안 인력 충원 같은 직접 조치를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 우선돼야 합니다. 정부 예산을 투입해 권력기관인 국정원에 사이버 공간의 감시를 위한 컨트롤 타워를 두겠다는 발상은 지독히 편의주의적인 발상에 다름 아닙니다.
특히 법안을 대표발의 하기로 한 서 위원장의 입법취지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발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고도화·대형화된 사이버 테러는 민간 부문에서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상주 인력과 노하우를 가진 국정원이 국가 간 사이버전(戰)등 위기 상황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함으로써 국정원이 민간의 사이버 영역까지 감시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습니다.
이럴 경우 사이버 테러가 발생했을 때 국정원장 산하 국가 사이버안전센터가 공공과 민간 부문 모두를 지휘할 수 있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 대한 국정원의 지배력이 무소불위의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IP나 비정상적 트래픽이 발생하면 국정원이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사이버 공간마저 공안정치가 판을 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 국정원에 힘 실어주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 상에서 사이버 테러 대응 조직이 국가정보원, 경찰청, 방통위 등으로 흩어져 있다고 지적하며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물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니 만큼 박 대통령이 컨트롤 타워의 주체로 국정원을 특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서상기 국회정보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파악한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사이버 공간에서 정치 개입의 길을 열어주는” 입법이라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의사표명이고 우려인데도 불구하고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보도한 방송은 없었습니다.
▲ 사이버 공간에 대한 공안정치 방지책 마련돼야
국가에서 민간에 걸친 통신망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사이버 테러를 대비한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은 점점 증대한다 할 수 있습니다. 갈수록 지능화하는 사이버 테러의 위력이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컨트롤 타워는 민관협동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국정원의 여론조작 사실을 폭로한 진선미 의원의 이메일이 해킹당했다ㅡ연합뉴스에서 인용
그렇다고 해서 참여정부 시절을 제외하면 국내정치 개입을 멈추지 않았고, 지난 대선에서 여론조작을 하는 등 국가내란죄에 해당하는 중대범죄의 주체인 국정원에 민간 영역의 사이버 공간까지 감시·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것은 선후가 바뀐 잘못된 처방입니다. 국정원에 사이버 테러에 대한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주려면 국정원의 민주화와 투명성 강화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최근 국정원의 여론조작 사실을 폭로한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의 이메일과 이를 보도한 한겨레 기자의 이메일이 해킹당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해킹 당사자가 누구인지 밝히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현역 국회의원과 언론사 기자의 이메일이 해킹당한 것에서 보듯, 국정원에 사이버 테러에 대비하기 위한 컨드롤 타워 역할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최소한 국정원의 인사와 예산 집행에 대한 국회의 감시권과 사법기관에 의한 사후적 감사를 법제화한 이후에 국정원에게 사이버 테러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하게 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니면 인권위처럼 독립적인 기관을 신설해 사이버 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겨도 됩니다.
아울러 민간 영역의 자율적인 의사소통과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에 침해가 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제한을 세부화하고 위반 시에는 엄격한 처벌을 명문화해 사이버 테러의 컨트롤 타워를 맡은 정부기관의 정치개입 여지를 원천 차단해야 합니다. 또한 국내정치에 대한 개입 여부가 발견되었을 때는 기관장까지 연대책임을 물어야 하고 민간 영역에서 이의를 제기했을 때는 감시 업무가 자동적으로 중단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의원의 입법 추진에 있어 이런 여러 가지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거나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진행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절차적인 면에서는 발전을 했지만 그 실질적 내용 면에서는 보수화 일색으로 후퇴한 면이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빈대 잡다 초가산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요즘은 제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기만 합니다.
비이성의 일상화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이라면 단연코 거부합니다.
특히 정부편에서 여론몰이에 들어간 KBS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