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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노무현 자서전

댓글 4 추천 5 리트윗 0 조회 189 2013.03.25 15:12

2009년 4월 나는 교회를 사임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등졌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그주에 나는 까만 양복에 까만 넥타이를 매고 교회에 갔다. 그리고 베란다에 조기를 내걸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도 그렇게 했다. 모두들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어쨌는지는 알길이 없다. 그저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고 3-4개월 나는 그야말로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내가 그를 죽도록 좋아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사실, 나는 그를 욕하기도 했다. 내가 그를 속속들이 아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는 내게 소신있는 정치인이었다. 그가 그렇게 황급히 세상을 등졌을 때, 나는 대한민국이 싫었다. 산다는 건 내게 별 의미가 없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의 희망이 보이질 않았기에, 절망은 깊었다. 

 

사실, 그가 세상을 등지기 며칠 전, 밥을 먹으며 아내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저 양반, 저렇게 몰아부치면 안 되는데.... 저 사람 성격에 저런 수모를 참아내기 힘들 텐데... 저러다가 스스로 세상 등질지도 몰라..."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그는 그렇게 세상을 등졌다. 자신과 가족이 검찰의 수사를 받을 때, 그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말했었다. 

"여러분, 노무현을 버리십시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그러자 그가 스스로를 버렸다. 

왜 그랬을까? 왜 그는 지지자들에게 "여러분 나를 버리십시오"라고 했을까? 그는 왜 스스로를 버렸을까? 

 

자신의 꿈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꿈꾸던 세상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제 자신이 자신의 꿈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그를 밟지 않고는, 그를 버리지 않고는 그가 꿈꾸었던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2009년 그의 죽음을 보면서 내가 내린 결론이었으며, <운명이다>에서 유시민이 내린 결론이기도 했다. 

 

 

자신의 존재가 그 꿈을 모욕하고 짓밟는 수단이 되고 말았다.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기에 그는 생명을 버렸다. 그가 생명을 던진 그 자리에 이제 '사람 사는 세상'의 꿈만 혼자 남았다.(351쪽)

 


나는 어쩔 수 없는 목사다. 목회를 하지 않아도, 설교를 하지 않아도 나는 어쩔 수 없는 목사다. 2009년 그의 죽음을 보면서 주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목사들과 노무현을 비교했었다. 목사들도 꿈을 꾼다. 하나님 나라의 꿈을 꾼다. 이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뤄지는 꿈을 꾼다.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뿌리내리는 꿈을 꾼다. 자신을 통해 그 꿈이 이뤄지길 꿈꾼다. 그러다가 조금씩 교만해진다. 조금씩 변질된다. 그러면 자신을 버리는 게 아니라 그 꿈을 버린다. 하나님의 꿈을 버린다. 하나님을 버린다. 하나님의 꿈을 죽이고 자신이 살려고 한다. 

 

그러나 노무현은 반대였다. 자신의 꿈이 위태로워질 때, 자신이 품었던 "사람사는 세상"의 꿈이 위태로워질 때, 그는 그 꿈을 버리지 않았다. 자신을 버렸다. 자신이 그 꿈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자, 그 꿈을 좇는 사람들에게 그 꿈을 버리지 말고 자신을 버리라고 외쳤다. 자신을 버리고 그 꿈을 선택하라고 했다. 자신이 죽어야 그 꿈이 살기 때문이었다. 그 꿈은 자신을 바쳐서까지 지켜내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실패는 노무현만의 실패여야 한다고 외쳤다. 

 

언젠가 페이스북에서 누군가의 몸글에 그런 댓글을 달았던 적이 있다. "목사는 모름지기 자신이 엇나갔을 때 노무현 전대통령처럼 '여러분 나를 버리십시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목사를 버리고, 목사가 꾸었던 꿈, 목사가 전했던 하나님의 꿈을 살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사람들은 결과로 사람을 평가한다. 이것은 세상의 방식이며, 자본주의의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과정이 공정하지 않아도, 반칙을 해도 개의치 않는다. 과연 좋은 결과를 낸 사람이 성공한 사람일까? 노무현은 스스로를 실패한 대통령, 실패한 정치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과연 실패한 대통령이며, 실패한 정치인일까?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었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 그런 사람이 실패자일까? 100년 혹은 200년이 흐른 후, 우리의 역사는 우리의 시대를 어떻게 평가할까? 우리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한 평생 붙들고 살아갈 수 있는 삶의 기준을 남겨준 한 사람의 지도자를 어떻게 평가할까?  

 

그가 가장 즐겨 불렀다는 애창곡이 귀에 쟁쟁하다.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와 
너와 내가 부둥켜안을 때 
모순덩어리 억압과 착취 
저 붉은 태양에 녹아버리고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와 
너와 나의 어깨동무 자유로울 때 
우리의 다리 저절로 덩실 
해방의 거리로 달려나간다 


 

아, 우리의 승리 
죽어간 동지의 뜨거운 눈물 
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두려움 없이 향해 나간다 
어머니 해맑은 웃음의 그날 위해 

 

 

지난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일에 딸과 함께 봉하마을에 가서 사온 책이다. 

 


 <나누고 싶은 구절> 

  * 그는 반칙과 분열주의에 항거했으며 기회주의와 분연히 맞서 싸웠습니다. 힘이 없을 때에도 부당한 특권 앞에 굴복하지 않았으며, 권력을 쥐었을 때에는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았습니다.(6쪽, 문재인 서문)


* 내 인생의 실패는 노무현의 것일 뿐, 다른 누구의 실패도 아니다. 진보의 실패는 더더욱 아니다. 내 인생의 좌절도 노무현의 것이어야 마당하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좌절이 되어서는 안 된다.(36쪽) 

* 정의와 진보를 추구하는 분들은 노무현을 버려야 한다. 나의 실패가 모두의 실패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37쪽)

* 여러 번 낙선하면서도 부산을 아주 떠나지 못한 것도 그분들과 함께 이루었던 모든 것, 그분들의 아름다운 삶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87쪽)

* 한때 나의 영웅이었던 김영삼 대통령은 '일그러진 영웅'이 되고 말았다. 나는 20년 동안 그가 만든 지역 분열의 정치구도와 싸워야 했다. 그가 만든 기회주의 정치문화와 대결해야만 했다. 
 
* 1988년 7월 임시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을 하면서 참담한 노동 현실에 대한 분노를 있는 그대로 터뜨려 버렸다. "국무위원 여러분, 아직도 경제 발전을 위해서, 케이크를 더 크게 하기 위해서, 노동자의 희생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런 발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니네들 자식 데려다가 죽이란 말야! 춥고 배고프고 힘없는 노동자들 말고, 바로 당신들 자식 데려다가 현장에서 죽이면서 이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란 말야!"  국회의원관 사무실로 수없이 많은 격려 전화가 왔다. 그러나 당장 현실을 바꿀 수는 없었다.(103쪽)

* 나는 백범 김구 선생을 존경했다. 김구 선생은 민족의 해방과 통합을 위해 목숨을 빼앗기는 순간까지 뜻을 꺾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현실의 권력 투쟁에서 패배했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우리 현대사의 존경받는 위인은 왜 패배자뿐인가? 우리 역사는 정의가 패배해 온 역사란 말인가? 정의가 패배하는 역사를 반복하면서, 아이들에게 옳은 길을 가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일인가?(160쪽)

* 인터넷 세상에서 나는 '바보 노무현'이 되었다. 유리한 종로를 버리고 또 부산으로 가서 떨어진 미련한 사람. '바보 노무현'은 '청문회 스타'이래 사람들이 붙여 주었던 여러 별명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내가 바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다만 눈앞의 이익보다 멀리 볼 때 가치 있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당장은 손해가 되는 일이 멀리 보면 이익이 될 수가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두 '바보처럼' 살면 나라가 잘 될 것이다.(161, 163쪽)

* 정몽준 씨가 노무현과 후보단일화를 한 것은 사실상 보수의 분열을 의미했다. 이회창 후보는 1997년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약점을 노출시켰다. 그렇게 하고서도 우리는 60만 표를 채 이기지 못했다. 대한민국 정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축구 경기와 비슷하다. 보수 세력은 위쪽에, 진보 세력은 아래쪽에서 뛴다. 진보 세력은 죽을힘을 다해도 골을 넣기 힘들다. 보수 세력은 뻥 축구를 해도 쉽게 골을 넣는다. (204쪽)

* 5월 1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기각할 때까지, 나는 63일 동안 청와대 관저에 칩거했다.(237쪽)

* 이라크 파병은 옳지 앟은 선택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당시에도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옳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을 맡은 사람으로서는 회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서 파병한 것이다. 때로는 뻔히 알면서도 오류의 기록을 역사에 남겨야 하는 대통령 자리, 참으로 어렵고 무거웠다. (245쪽)

* 김선일 씨의 죽음을 접하고 마음이 괴로웠다. 내 탓인지 모른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국가가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을 희생시켜도 되는가? 정답을 찾을 수 없었다.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젊은이들을 징집해 전쟁터로 내보내는 일을 지금까지 모든 국각가 다해 왔다. 인류 문명이 아직 그런 수준에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업는 세상이 올까? 확신할 수 없다.(246쪽)

* 북한에 대한 증오와 대결주의를 조장하는 정치인과 언론인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었다.(253쪽)

* 내가 대통령으로 있던 대한민국은 '굴욕 외교'를 하는 나라가 아니었다.(259쪽)

* 나는 제왕적 대통령이 되기를 거부했다.(269쪽)

* 국세청과 검찰에게 당한 수모보다 더 아프고 슬픈 것은, 올바른 이상을 추구한 행위를 어리석은 짓으로 모욕하는 세태, 그런 현실을 보는 것이다.(276쪽)

* 나는 그 신문들과 끝없이 싸웠다. 그들은 몇 백만 부의 발행부수로 표현되는 막강한 미디어의 힘으로 나를 공격했다. 논리의 힘, 사실의 힘, 진실의 힘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싸움에서 대통령의 권력을 무기로 쓰지 않았다. 국민이 언론과 싸우라는 데 쓰라고 그 권력을 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치인의 권리, 시민의 권리만 가지고 싸웠다. 사실의 힘, 논리의 힘, 진실의 힘만으로 싸웠다. 그렇게 해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당하게 살기를 원하는 한,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싸움이었다. 그렇게 믿었기에, 패배했지만 끝까지 포기하거나 굴복하지 않았다. (276쪽)

* 언론은 시민의 권력이어야 한다. 시민을 대신해 정치 권력과 시장 권력을 감시하고 제어함으로써 권력이 시민의 권리와 가치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다.(279쪽)

* 가장 막강한 권력은 언론이다. 선출되지도 않고 책임지지도 않으며 교체될 수도 없다. 언론은 국민의 생각을 지배하며 여론을 만들어 낸다. 그들이 아니라고 하면 진실도 거짓이 된다. 아무리 좋은 일도 언론이 틀렸다고 하면 틀린 것이 된다.(280쪽)

* 심지어 내가 자주 가던 식당도 세무조사를 당했다.(323쪽)

* 그는 자기 자신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이었다. 물려 받은 재산이 없었다. 화려한 학력도 없었다. 힘있는 친구도 없었다. 고통 받는 이웃에 대한 연민, 반칙을 자행하는 자에 대한 분노,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는 열정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346쪽, 유시민의 에필로그)

* 내가 아는 그는 연민과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었다. 30대 중반을 넘긴 평범한 변호사 노무현을 양심수와 노동자를 돕는 인권운동으로 인도한 것은 그 어떤 빛나는 이념도 아니었다. 정의와 생존권을 지키려고 싸우다 박해 받는 동시대인에 대한 소박한 연민이었다. 불의가 횡행하는 세상에서 호자 안온한 삶을 누리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이었다.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고 시대를 외면하려 했을 때 가슴 밑바닥을 때린 수치심이었다.(347쪽)

* 연민의 실타래와 분노의 불덩이를 지니고 살았던 그는 반칙하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했다. 대한민국을 그런 믿음 위에 올려놓으려고 했다....

* 자신의 존재가 그 꿈을 모욕하고 짓밟는 수단이 되고 말았다.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기에 그는 생명을 버렸다. 그가 생명을 던진 그 자리에 이제 '사람 사는 세상'의 꿈만 혼자 남았다.(351쪽)

 

http://blog.naver.com/ctrans01/140185080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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