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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홈쇼핑 출연에서 보는 한국의 슬픈 자화상

댓글 2 추천 3 리트윗 0 조회 123 2013.03.25 02:39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박태환 관련 보도는 천민자본주의의 대명사로 전락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맨얼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박태환의 상품가치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점과 비교할 때 박태환의 공식 후원사였던 SK텔레콤과 대한수영연맹의 행태는 우리 시대의 천박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뉴스를 보도한 뉴시스에 따르면 “박태환이 최근 홈쇼핑TV에 나와 건강보조식품을 광고에 출연한 이후 네티즌들이 대한수영연맹 홈페이지 게시판에 수영스타에 대한 홀대를 비난하는 글”이 폭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한수영연맹은 올 초 박태환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한 런던올림픽 포상금을 다이빙유망주 육성기금으로 돌렸습니다.

    

                    

                                                                                 월스트리트 아시아판 화면 캡쳐

 

 

▲ 사건의 발단은 박태환이 제공했다?

 

대한수영연맹은 올 초 박태환에게 지급하기로 했던 런던올림픽 포상금 4만5천달러(5천만 원)를 다이빙유망주들을 위한 육성기금으로 돌렸다고 말했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태환이 개인적인 이유로 연맹의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연맹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부정했지만 수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괘씸죄에 걸렸다는 얘기가 파다했습니다.

 

 

표면상의 이유로만 볼 때 사건의 발단을 박태환이 제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권위주의 시절에나 가능한 시대에 뒤떨어진 수영연맹 행정의 문제이지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한 박태환 선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옹졸하기 그지없습니다. 다이빙유망주들의 육성에 쓰겠다는 것도 그들에게 원하지 않는 멍에를 씌우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 투자 가치가 사라진 스타는 스타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로 다시 이슈화된 이번 해프닝은 박태환 선수에 대한 투자 가치가 더 이상 없다는 판단이 부른 천박한 기업의 마케팅 철학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입니다.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스타 마케팅에 집착하는 한국의 기업들은 어떤 선수가 정상에 오르면 거의 모든 CF를 독식할 만큼 성공지상주의를 극대화합니다.

 

 

경제가치가 수천억 원에 이른다는 경제연구소들의 발표는 이런 현상을 극단까지 부추기며 모든 성공에 돈을 매치시킴으로써 물질만능주의를 은연 중에 주입시킵니다. <슈퍼스타의 경제학>이나 <승자독식 사회>를 보면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얼마나 슈퍼스타에 의존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승자독식을 당여한 논리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슈퍼스타에 의존한 매출 극대화를 일체화시킵니다.   

 

 

기업들은 이런 슈퍼스타를 동원한 승자독식 마케팅 전략에 따라 선수의 가치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빨아먹음으로써 자사 제품의 매출을 극대화합니다. 헌데 상업 CF에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하는 스타들은 자신의 가치를 단명시키는 함정에 빠져들기 십상입니다. 제품의 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는 추세를 감안할 때 슈퍼스타에 대한 기업들의 구애는 철저한 승자독식을 불러옵니다. 한 때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나오는 김연아 CF로 인해 ‘돈연아’로 회자됐던 것도 여기서 나온 현상입니다.

 

 

박태환의 공식 후원사였던 SK텔레콤이 더 이상 마케팅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자 그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이런 시각은 대한수영연맹이라고 다르지 않았을 것이기에 박태환 선수를 두 번 울리는 일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승자독식은 기업의 마케팅이 추구하는 최대의 가치이며 이는 스포츠 정신을 타락시켜 자본주의에 종속시킵니다. 스포츠에 대한 각종 승부조작도 심리학적 근원을 따져보면 이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한수영연맹의 홈페이지에는 네티즌들의 항의성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박태환은 지난 달 자신의 팬클럽 사이트에 “올림픽 포상금을 받지 못한 것 때문에 속상하지는 않다. 그러나 연맹이 그 결정을 아버지나 매니저에게 먼저 알려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글을 올림으로써 연맹에 대한 섭섭함과 함께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새로운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박태환은 자비를 들여 호주훈련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천박함과 1등에게만 열광하는 우리의 성공지상주의, 잠깐 달아올랐다가 금세 식어버리는 팬들의 냄비근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번 해프닝은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물든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피겨 역사상 최고의 선수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김연아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거나 더 이상의 상품 가치가 없어지면 박태환 선수와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벌써부터 제2의 김연아 CF 전성시대가 예고되고 있는 것도 그리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김연아 선수의 경지가 이미 다른 선수들이 넘볼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서 필자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국민남동생에서 하강하고 있는 A급 선수로 평가절화된 박태환 선수가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멋진 선전을 펼치겠다는 다짐은 한편으로는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교차합니다. 박태환 선수는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명예회복을 다짐했지만 설사 그의 뜻을 이룬다고 해도 그 영광이 잠시 동안만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큽니다.

 

 

▲ 진실된 의미의 성공을 향해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라이벌 쑨원을 제치고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 선수가 시상대 맨 위에 오를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힘듭니다. 자신을 체계적으로 도와줬던 전담팀도 없는 상황에서 세계 최강자를 이기는 것은 가능성 면에서 많이 떨어집니다. 쑨원의 성장이 마이크 펠프스에 못지 않을 정도여서 박태환의 도전은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다시 정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박태환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실된 의미의 성공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의 성공여부를 따질 때 결과를 중시하는 풍조는 과정의 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이는 또한 어떤 방식으로든 일등만 하면 된다는 편협한 관점을 강화시킬 뿐입니다. 자칫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최악의 상황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무릇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때 비로소 즐기는 단계에 접어들 수 있고, 그럴 때만이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또한 과정의 중요성에 눈 뜨면 결과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인생을 대하는 자세 자체가 달라집니다. 아직 박태환 선수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불과합니다. 살아갈 나날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습니다. 

 

 

부디 박태환 선수도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도전 그 자체에서 커다란 행복을 찾았으면 합니다. 최상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박태환 선수를 사로잡으면 원하는 결과에 이르지 못할 뿐더러, 최종 결과에 따라 최선을 다해 준비해온 과정에 대한 후회가 죽을 때까지 뇌리를 떠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래의 결과를 정하는 완벽한 준비란 없습니다. 정상에서 물러날 필요도 없으며 해피엔딩에 집착할 필요도 없습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했습니다. 박태환 선수가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위해 수십 만 km에 이르는 물을 가르는 연습 과정에서 이미 승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박태환 선수는 물속에 있을 때 가장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지금까지의 결과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했기에 이후의 결과란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준 것에 대한 일종의 보너스였으면 합니다. 박태환 선수의 멋진 레이스를 기대합니다.  

 

 

                   

                박태환의 홈쇼핑 출현은 기업의 마케팅의 희생양이 아닐까 합니다. 

               저간의 사정을 모두 다 알 수야 없겠지만 어쨌든 마음이 편치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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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바보 jir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