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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2 13:39
요즘 사람들은 AFKN이 뭔지 잘 모를 것이다. 그건 공중파 방송을 대부분 케이블이나 위성 혹은 IPTV를 통해 보기 때문에 여전히 남산에서 공중파로 발송하는 주한미군방송(AFKN)은 잊혀진지 오래다. 우리 같이 나이 든 세대는 AFKN을 통해 비틀즈도 엘튼 존도 보았고, 마이클 잭슨의 어린 시절도 추억 속에 간직 했으며 또 각종 드라마와 영화를 스크린 영어 교재로 삼아 지금 애들 어학 연수 갔다 온 것 못지 않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이뿐 아니다. 군부 독재 시절 늘 전쟁의 위협과 왜곡 조작된 안보 정보 속에 속아 살던 우리에겐 오직 진실을 알려 주는 언론(?)이 있었으니 그게 AFKN이었다.
이웅평이가 미그기를 몰고 넘어 왔을 때였나? 기억이 가물 가물 하지만 좌우간 그 때 공습 경보가 울리고 방송에선 서해 상에 북한의 포격이 시작되었다는 뉴스도 있었다. 프로 야구 중계 중이었지만 큰 동요는 없었고 약간의 사재기 열풍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후일 정권이 민심의 동요를 실험해 보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명이 있었다.
나는 이 때 경보를 듣는 순간 본능적으로 채널 2를 돌렸다. 사무실에 있는 다른 동료들에게 진짜 전쟁이 일어났다면 AFKN에서 자막으로 미군 및 군속들에게 대피 명령 같은 메시지가 뜰 것이라 진정시키면서 말이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서울 시내에 시위가 있으면 돌아가라는 안내까지 하던 그들임에도 그날은 아무런 경고가 없었던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연일 북한의 핵실험과 위협을 중계 방송하고 있지만 우리에겐 또 하나의 AFKN가 같이 북한의 진심을 알려 주는 곳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개성 공단이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 부지런히 출퇴근 하고 열심히 공장은 돌아 간다. 그건 전쟁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만약 우리에게 개성공단이 없었다면, 김정은 사진 한장조차 구하지 못한 취약한 대북 정보 취합 능력에 비추어 보아 심각한 위기 상황을 겪었을 것이 뻔하다. 개성 공단이 국정원보다 낫지 않나?
퍼 줘서 핵을 만들게 했다고 친일 매국 세력들이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북한은 햇볕정책 이전에 핵개발을 시작했고 이미 경비 조달에 관한 구체적 계획이 수립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오히려 개성 공단 같은 북한을 들여다 보는 창문이 있어 말로 허풍 떨며 북풍을 정치에 이용하는 안보무능 정권의 재집권이 가능했다는 반성을 해야 한다.
핵을 포기하면 도와 주겠다는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은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과 다를 바 없어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할 것 같다. 다행히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움직이 있어 그나마 위안이다. 금강산 관광 역시 개성 공단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가 미군 철수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라는 것은 상호 불평등 적이다. 북한의 핵은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 북핵은 미군의 북한내 침공을 방어하는 역할도 하지만, 또 일본이 미국의 묵인 하에 북한 땅을 접수하는 흉계를 막는 민족 방어적 기능도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에 지혜롭고 현명한 정권이 집권한다면, 북핵과 미군 주둔을 상호 인정하면서, 상호간에 대결 국면을 상쇄하여 자폭하지 않고 상생 번영의 길이 무엇인지 속히 교류와 협력을 재개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이명박 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박정희가 휴전선을 넘어 북에 사람 보낸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남북관계를 이용한 후엔 더 큰 재앙이 있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