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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 셋 (수필)

댓글 2 추천 6 리트윗 0 조회 354 2013.03.18 00:24

사저私邸

<우리 노짱님>

 

 

 

이곳에 들어서면서 나는 솟을지붕을 기대했었다. 과거의 부엌 환기창으로 쓰였던 지붕위에 작은 지붕 한 채가 더 있는 그런 집이 보고 싶었다. 이 시대에 무슨 옛날 환기창이 필요한냐는 반문도 있겠지만 왠지 흔하지 않는 집이 그리운 거였다.

 

또 용마루 없이 하나의 꼭지 점에서 만나는 모임형태의 지붕도 그려졌고, 서울 남대문, 광화문의 우진각처럼 지은 지붕도 만나고 싶었다. 무엇보다 용마루와 내림마루, 추녀마루도 아주 높고 웅장하게 만들어진 경복궁과 같은 팔작지붕은 반드시 있으리라 믿었다. 거기다 현대적 기술을 가미한 어쩌면 한 번도 보지 못한 초현대적 타입은 물론 누구 던 상상으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지붕도 당연히 만나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정말 영영 아니었다. 그 옛날 낮은 흙 담장을 얌전히 감싸고 그것도 모자라 담장 아래로 처마를 드리우던 초가지붕을 연상시켜주는 아주 낮은 지붕을 만났던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저 고대광실지붕은 어디로 갔을까? 하늘을 날 듯한 뉴스타일의 화려한 지붕도 반드시 있어야하고 예술적 혼에 매료될 정도의 기품을 풍기는 지붕도 분명 만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지금껏 우리나라 건축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세계최대 고가高價의 지붕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그저 허탈했다. 세상인심이 두렵고 무서울 뿐이었다. 한 점, 한 점, 다가서는 사람들의 횡포가 미래의 무대를 장식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듣고 배워온 상식이니, 지식이니 하는 말들은 생활에서 이탈된 용어들로만 느껴졌다. 아니 차라리 몰랐으면 이처럼 회의에 몰입되지는 않을 것이라 여겨졌다. 어느 기점에서 질서이고 불법인지 혼란스런 감정도 숨길 수 없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왜냐면 그렇게나 몰아세우던 반대파들에게 그들이 주장한 액수에 맞는 사저를 돌려받지 못하고 이용당해버렸으니 이곳에 서 있는 나로서는 차라리 세상을 향해 눈과 귀를 차단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정말 어느 것이 검고 흰 것이란 말인가. 남의나라 일까지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고도화된 이 시대에 내 나라 가정사 하나 바로보고 평가하지 못하는 근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문화니 문명대국을 논한다는 것이 정말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닌가싶다.

 

나는 자꾸 그 옛날 내 고향 초가집에 온 느낌이고 우리 노짱님 생가에 선 기분이다. 한나라 대통령 사저에서 지붕 낮은 흙집을 만나리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으니까. 지금껏 대통령자리는 철저히 권위로 이어져온 이유이기에 더더욱 지금의 사저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시골집 구조가 곳곳에 배어있는 사저의 형편을 우리는 수백억의 가치에 현혹되고 분개하고 했으니 이곳 지신地神 얼마나 놀라고 통탄했겠는가.

 

이래서 우리 노짱님을 바보대통령이라 불렀나보다. 정말 바보였다. 얻어맞을 줄만 알았지 상대를 공격하지를 못했으니 삭이는 고통이 얼마나 아팠겠는가. 낮은 지붕에 올라가 그 통한을 만방에 알리는 기를 좀 살리기라도 했더라면 이처럼 덜 억울할 텐데, 무엇이 우리 노짱님의 힘을 그렇게 나약하게 만들었는지. 지붕을 바라보고 있으니 썩어내려 앉았을 대통령의 가슴이 내 마음을 아리게 한다.

 

항상 낮은 곳으로 임했던 대통령! 그 정신은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소유물도 작고 낮게 설계 계획하고 가지려했다. 갖은 비난과 모욕도 그는 자기 소신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언론의 자유라 여겼고 민주주의로 가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길이 너무 방종이 되어버렸을까. 안하무인으로 돌변한 민심은 이곳까지 침투했고 급기야 궁전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말았으니 인간은 자유를 바라면서 그 자유가 주어지면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는 누군가의 말이 참으로 진실 되게 와 닿는 순간이기도하다. 자유가 방종으로 이어지면 결국은 구속을 낳는다는 것을 왜 우리는 일찍 모르는지.

 

좀은 훤칠한 지붕을 세워 부러움의 눈길을 키워주기도 하련만 밖에서는 안의 공간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낮은 지붕이니 오히려 답답함을 주는 것 같아 웅대한 지붕을 기대해보는 것이다. 바람도 마음껏 뒹굴고 노닐다가고 햇살이종일 편하게 앉았다 갈 수 있는 그런 덩실한 공간이면 얼마나 좋으랴. 낮은 지붕은 그런 호사를 적게 누릴 수밖에 없으니 욕심이 없어도 너무 없는 우리 노짱님이 오히려 답답해 보이기까지 한다.

 

왜 모든 것을 낮추기만 하였을까? 자연의 조건마저 아낄 만큼 가난을 자처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안타깝게 다가서는 의혹은 자꾸 커지기만 한다. 물론 소박함에서 행해지는 일이라는 것은 다 아는 일이지만 불편을 불러들이는 듯해 좀 불만스럽기도 하다는 게다.

 

당장이라도 지붕위에 올라가 만방을 향해 외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던 거대한 중국의 아방궁이 산골동네 봉하에 출현했으니 우리다 함께 궁전의 주인이 되어 보자고 말이다. 일만 명을 수용했던 그 자리엔 권력자의 영화도 있을 것이고 폭군의 길도 있다는 것을 동서남북을 확성기로 전파해보자는 게다. 눈과 귀에 익지도 않는 그 옛날 금은보화까지 현대적 귀금속은 물론 호화판 놀이문화는 시골구석 아방궁에 다 모셔져 있다고 전하자는 생각이 든다. 소리 없는 구름에게도 이 소식을 들고 흘러 흘러가며 전하라 할 것이고, 질서에 구애받지 않는 바람에게는 천지사방 발 닿는데 까지 이 사실을 불어라고 말할까싶다. 그래서 진정 아방궁의 진실이 어디까지이며 노방궁의 역사는 누가 창출했는지 꼬~옥 알아오라고 당부해야겠다.

 

어느새 피부에 와 닿는 바람결이 쏴~아하다.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소임을 다 하였다는 듯 경쾌한 몸짓으로 사저를 감싸는 것 같다. 그 모습은 구름이 그림으로 수를 놓고 바람과 구름의 조화 속에 낮은 지붕은 청솔가지 피워 올리던 정겨운 우리의 초가집으로 태어나주고 있다.

나는 어느새 그 메케한 연기 속에 한껏 취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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