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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5 02:34
모든 기본입자들은 고유의 스핀을 가진다. 스핀이 0인 입자는 점과 같이 보인다. 어떤 방향에서 봐도 동일한 모습을 보이는 입자가 이에 속한다. 스핀 1의 입자는 화살과 같다. 이런 입자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 에이스 카드처럼 360도를 돌아야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
스핀 2인 입자는 양쪽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과 같다. 따라서 반 바퀴인 180도만 돌아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J, P, K 카드를 연상하면 된다. 반면에 두 바퀴를 돌아야 처음의 모습과 같아지는 입자가 있는데 이들의 스핀은 1/2이다. 주로 반물질을 이루는 것들이 이런 스핀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들은 크게 스핀이 1/2인 입자와, 물질을 구성하는 0, 1, 2의 스핀을 갖는 입자들로 나뉜다.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더 이상 나뉠 수 없다고 여기지는 입자)가 0, 1, 2의 스핀을 가지는 이유는 비슷한 입자들이 서로를 밀어낸다는 베타원리에 의해 설명이 가능하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들은 동시에 같은 위치(입자적 성질)와 속도(에너지적 성질)를 가질 수 없다. 그 이유는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라는 공간 속에서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마이너스 값)와 양성자(플러스 값)가 서로 충돌해서 소멸하지 않으려면 베타원리에 의해 하나의 입자(전자를 말함)가 서로 다른 궤적을 끊임없이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원자라는 공간이 엄청나게 작은데 전자가 하나인 수소 원자를 제외하면 여러 개의 전자를 가진 원자들이 불확정성의 원리가 적용되는 공간 안에서 부딪치지 않으려면 원자핵 주위를 도는 각각의 궤도가 단 한 번도 겹쳐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다른 극을 가진 전자와 양성자가 부딪치는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며 양 입자는 소멸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원자가 존재할 수 없게 되고, 원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원자들의 결합이며 물질의 특성을 가지는 최소 단위인 분자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면 우주 안에 있는 모든 물질은 종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물질과 반물질로 이루어진 우주도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물질이 없는데 반물질도 존재할 수 없고, 당연히 모든 우주도 존재할 수 없다. 물질은 언제나 반물질과 만나면 에너지를 방출하며 소멸된다.
인간에게도 반인간이 있으며 이들이 만나는 순간 인간도 에너지를 방출하며 소멸된다. 아무튼 이런 논리를 거꾸로 가면 우주의 탄생 순간인 빅뱅이 일어나기 전의 특이점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다.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이 서로 다른 스핀을 가진 덕분에 베타원리에 의해 동시에 같은 지점에 있을 수 없고, 서로를 밀어내는 이런 힘에 의해 지금도 팽창하고 있는 우주에 속해 있는 모든 물질들을 특이점이라는 설명하기 힘든 공간(차원을 특정할 수 없는 무한정의 에너지 덩어리로 보아도 무방하다)에서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이점이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극도로 작은 공간에서 전체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물질과 반물질들이 베타원리에 의해 끊임없이 움직이며 극한의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그러다가 특이점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순간 빅뱅이 일어난 것이다. 그 상상도 할 수 없는 힘들은 127억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주를 팽창시키고 있다. 참고로 이런 힘들의 종류는 크기별로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으로 나뉘고 이중에서 핵력이 가장 강한데 원자폭탄의 힘도 여기서 나온다.
그러면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은 왜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일까? 양자역학에 따르면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들은 일정 시점(임계점)에 이르면 힘-전달 입자(질량을 갖지 않는 에너지 덩어리로 광자라고 한다)를 방출해서 움직이게 된다.
이때 방출되는 힘-전달입자(광자)는 다른 물질입자에 의해 흡수되고, 거기서 동력을 얻은 물질입자는 또다시 광자를 방출하며 움직인다. 이런 식으로 물질입자들이 무한히 움직이면서도 서로 충돌하지 않는 이유가 설명될 수 있다. 사실 양자역학의 핵심이 불확정성의 원리인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헌데 문제는 특이점 차원에서는 별로 문제가 없었던 무한대의 기본입자들이 빅뱅 이후 전체 우주로 방출됐는데 그들 중에는 빛의 파동처럼 순수한 에너지일 뿐 질량이 없는 것들(전자와 중성자가 대표적이다)이 있다. 헌데 물질이라 함은 질량을 갖는 것을 말하기에 이들 질량이 없는 기본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또 다른 기본입자가 필요했다. 물질의 탄생을 이해하려면 이런 일을 하는 기본입자가 반드시 있어야 했다.
이래서 탄생한 것이 가상입자로서 기본입자(표준모형을 참조하면 기본입자의 종류에 대해 알 수 있다)이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이중에서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들 중의 하나로써 제시된 것이 힉스라는 물리학자에 의해 기본 개념이 정의된 힉스입자가 나왔다.
표준모형에서 여전히 비어 있는 힉스입자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들과 상호작용해 질량이 없는 물질에 질량을 부여한 입자로 가정됐다. 즉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본입자가 힉스라는 과학자의 상상력과 창의성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한 물리학자들은 힉스입자를 ‘신의 입자’라 한다.
빅뱅 이후 질량이 없는 기본입자(진공상태에도 존재하는 소립자도 포함되어 있다)들에 질량을 부여한 힉스입자는 그동안 신비 속에 있는 발견하지 못한 입자로 남아 있었다. 수천억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자금이 투입되는 입자가속기가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도 힉스입자의 발견을 위한 것이다.
전자를 수십 km에 이르는 입자가속기 안에서 회전시켜 빛의 속도에 최대한 근접했을 때 충돌시키면 전자가 깨지면서 힉스입자가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양자역학 물리학자들의 주장이었다. 스티븐 호킹은 10의 25승 분의 1의 시간만큼 존재하는 힉스입자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는데 100달러를 걸었지만 힉스입자에 대한 연구가 축적되면서 힉스입자의 발견이 멀지 않다는 것이 물리학계의 일반적 평가(또는 기대)였다.
W-입자를 최초로 발견했고 CERN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스 그라스만에 의하면 CERN을 마냥 믿을 수 있는 조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오늘 이탈리아 라투일레에서 열린 연례 물리학회에서 CERN의 조 인칸델라 연구팀장이 “어떤 종류의 힉스 입자인지 알아내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개인적으로 지금 갖고 있는 것이 힉스 입자라는 점은 명확하다”는 발표를 했다.
지난해 7월 대형강입자충돌기(LHC)에서 검출된 소립자가 ‘힉스 입자’임이 확실시된다고 밝혔지만 물리학계에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중성미자의 속도가 빛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발견을 했다는 발표가 측정 오류로 해프닝으로 끝난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였다.
이 때문에 그의 발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실험결과에 대한 분석이 확실치 않다며 더 많은 발견들이 나오기 전까지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물리학자들도 있었지만 표준모형의 마지막 빈 공간이 머지않아 채워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처럼 엄청난 연구비가 필요한 CERN이 실적에 급급해 내놓은 거대한 사기로 귀결될 수도 있다.
필자가 죽기 전에 99.94%의 확률 안에 CERN에서 발견한 소립자(아직 기본입자로 확정되지 않았으므로)가 들어갈 수 있다면 신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창조의 비밀에 대해 99%의 이해는 하고 갈지도 모른다. 힉스입자가 발견되면 우주 탄생의 비밀도 거의 다 풀리기 때문이다.
아무튼 물리학은 철학적인 사고를 분출시키는 학문임에는 틀림없다. 진화론자들이 생명에 필요한 모든 물질들이 녹아 있다고 주장하는 ‘원시 스프’도 어쩌면 물리학자적인 상상력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특이점’과 생물학에서 말하는 ‘원시 스프’가 그 논리의 구성 면에서 동일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힉스입자가 발견되면 우주 탄생의 비밀뿐만 아니라 최초의 복제자를 탄생시킨 ‘원시 스프’의 비밀로 풀릴지 모르겠다. 창조론이 옳은지 진화론이 옳은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비유럽 출신의 최초의 교황이 탄생된 날에 CERN에서는 멋진 카운터펀치를 날린 것만은 분명하다.
천주교 신자인 필자의 머릿속이 매우 복잡하다. 정치 문제로 씨름하는 중에 갑자기 블로그 방문객이 늘어 이상하다 했더니 힉스입자 때문이었다. 그래서 급히 새로운 글을 쓰긴 썼는데 같은 이탈리아에 있는 CERN과 교황청의 서로 상반되는 행태가 필자를 헷갈리게 만든다, 대한민국 정치판처럼.
특히 상대당인 새누리당 하고는 싸울 생각도 못하면서 같은 당에 속하는 친노들만 공격해서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려는 민주당 구주류들의 이해할 수 없는 저급한 행태는 더욱더. 정말로 발견해야 할 것은 그들의 의식구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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