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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4 13:19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전 후보 간에 있었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오고갔던 정치적 거래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이런저런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상진 교수가 불을 지피고 연합뉴스를 필두로 해서 경향신문과 조중동문 및 방송3사 등의 주류 매체들이 이를 반복적으로 보도하며 의도적인 이슈화에 몰입하고 있다.
그들의 지속적인 이간질은 둘 사이에 오고갔던 말들이 녹음되어 있지 않는 한ㅡ녹음을 했다면 그것 자체가 정치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다ㅡ진실 여부를 가리기 힘든 것인데 무슨 숨은 의도가 있어 이것에 대해 자꾸 이슈화하려는 것일까? 이는 마치 김정일 의원장과 노무현 대통령 간에 있었던 ‘NLL관련 발언 의혹’을 떠올리게 만든다.
오늘도 연합뉴스를 필두로 경향신문까지 둘 간의 진실공방을 부추기는 기사들이 보도됐다. 대체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일까?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지역의원 한 명을 뽑는 것인데 왜 문재인과 안철수 사이에 오갔던 지난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의 말들이 중요한 것일까? 그 진실 여부가 노원병 주민들의 삶에 무슨 의미를 지닐까?
주류 매체들이 이런 무책임한 보도들은 아직까지도 안철수를 부산 영도로 나가라며 노무현의 길을 주장하는 인터넷 논객들을 자극시키고 있다. 안철수와 노무현이 너무나도 다른 성향의 사람이고 지지층과 삶의 여정은 물론 출신조차 다른 사람들인데 어째서 안철수에게 혈혈단신 대통령에 오른 노무현 의원의 실패를 반복하도록 강요하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시대에 살았었고 성품 자체가 적당한 타협을 몰랐었다. 그리고 이 시대는 바보 노무현처럼 시련을 자청하며 대통령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 다시 나오기 힘든 세상이다. 이처럼 세상과 시대가 변했는데 왜 자꾸 안철수에게 노무현의 길을 가라고 하는가? 지역선거에 불과한데 지난 대선에서 두 사람 간에 오관 대화에 대한 진실공방까지 들고 나오는 것은 대체 무슨 의도인가?
이런 소모적인 진실공방은 그 내용과 형식 상 문재인과 안철수가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들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두 사람 모두를 한국 정치에서 매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양측에서 오간 대화들은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로가 자신의 말이 옳다고 할 텐데 그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단 말인가?
따라서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사안을 가지고 두 후보 간에 오간 거래의 진실을 밝히라고 하는 것은 두 사람 모두를 죽이기 위한 정치적 음모라고 볼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하나의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이 공멸할 때 이득을 보는 개인이나 집단은 누구일까? 왜 기득권 매체들은 안철수가 귀국하는 시점에 맞춰 이런 말도 안 되는 보도들을 쏟아내는가?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다. 두 사람 간의 진흙탕 싸움이 커지면 커질수록 수혜를 받을 사람이나 집단은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수혜자는 김지선씨다. 허나 이것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다. 물론 이런 결과는 노원병 주민들이 안철수보다 김지선씨를 통해 지역현안을 풀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정치 도의에 맞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새누리당의 후보다. 안철수가 무너져 내리면 자금과 조직, 언론의 간접 지원 등에서 절대적 우위에 서있는 새누리당 후보가 최대의 수혜자가 된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최고의 선물로 이어진다. 방송 장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부조직법개편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박근혜 대통령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인사 문제에서의 독선과 불통, 잡음도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민주당 비주류다. 필자는 이들이 가장 의심스러운데 이들의 목표는 문재인 의원과 친노들의 정계 퇴진이나 세력 축소이다. 지난 대선에서 보여준 이들의 행태는 오직 자신들의 당권 장악과 정치 생명 연장 이외에 다른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일개 야당 의원으로써만이 아니라 진보 진영 전체를 생각하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했다면 이들은 무조건 문재인 후보의 유세를 적극적으로 도왔어야 했다.
헌데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고 자당의 후보를 흔들기에 바빴으며 밖에 있는 정체가 모호한 자-안철수 후보를 옹립하려는 시도까지 숨기지 않았다. 지난 대선 단일후보 협상에서 오간 말들의 진실 공방이 커질수록 이들에게는 당권 장악과 친노 세력 척결이라는 두 개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안철수가 당선되면 그와의 연대에 나서면 되고 안철수가 떨어지면 자신들이 범야권의 대표주자로 떠오른다.
네 번째는 어제 민주당 혁신위에서 내놓은 안을 5월에 있을 전당대회에는 적용하지 못하도록 만든 민주당 내 기득권 세력(지역위원장들이 핵심이다)들이다. 이번에 혁신위에서 내놓은 안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향식 공천을 제도화하고 지역위원장들의 기득권을 일정 부분 박탈하는 것이어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는 개혁안이었다. 헌데 그 적용이 2년 후로 미루어졌다.
솔직히 필자 역시 안철수의 노원병 보선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것은 정치 도의 상에도 문제가 있고 새 정치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고 안철수라는 사람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심정적으로는 반대한다. 또한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믿음이 아직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의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의 대부분이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처럼 교수나 엘리트 위주라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 생각들은 현실정치와 맞지 않으며 안철수의 정체성을 타자가 정의하려는 것이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정 인물에게 이런 정치를 하라고 강요하는 반민주적 행태여서 잘못된 것이다. 또한 안철수라는 인물이 지독한 고통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을 대표하는 거의 유일한 정치적 아이콘이라는 점에서도 그들의 눈높이를 고려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문재인과 안철수를 진흙탕 싸움으로 내몰려는 사람들의 의도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문재인이나 안철수에 대한 개인적이거나 정치적인 호불호와는 상관이 없다. 이번 선거는 노원병에서 치러지는 보궐선거다. 미래의 한국 정치 지형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 있는 위력을 지녔다 해도 그것은 야권의 부활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바람이 만들어낸 가상의 산물이다.
반이명박 정서가 극에 달했던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것은 단순히 민주당의 능력부족으로만 결론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치가 그렇게 간단하고 대한민국의 기득권 구조가 그렇게 만만하다면 이렇게까지 극도의 불평등과 사회적 폭력이 늘어나고 전 연령대의 자살이 난무하는 국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정치적 견해를 개진하는 것에는 추호의 불만이나 이의도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필자가 글을 접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 뿐이지 어떤 정당성도 확보할 수 없는 아집이자 오만이다. 하지만 다른 것과는 달리 문재인과 안철수를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가려는 시도에는 정치적 음모의 냄새가 너무나 진해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땅의 기득권과 보수 세력은 물론 그 행태가 사익추구에만 골몰한 민주당 비주류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거나 결론적으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하는 글들과 보도에는 강력하게 반대한다. 다른 매체들은 그렇다고 쳐도 최소한 진보매체를 자임하는 언론들은 이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문재인과 안철수는 정치신인이고 특별히 문제되는 삶을 살아오지도 않았다. 오히려 타의모범이 되는 일들을 많이 했다.
두 사람 간에 진흙탕 싸움을 부추기는 것이 범야권의 공멸이나 알량한 기득권이라도 유지하려는 자들의 바람이라면 그 숨은 의도를 밝히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어느 일방에게 유리하도록 부추기거나 보도하는 행위는 대한민국 진보 진영과 미래의 정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어쩌면 대한민국 야권에게 치명적인 독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진보 매체들의 각성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진보의 변함없는 가치인 더 큰 평등의 실현에 있다. 이는 이 땅에서 살아갈 수많은 세대들에게 인간다운 삶의 질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나라 전체가 우경화로 접어든 대한민국을 절대 다수의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국가와 정치권의 의무다. 대한민국이 이런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재인과 안철수에게 공히 해가 되는 행위들은 중단돼야 한다.
기성정치인과 기득권들에게 문제가 많다면 정치신인들의 현실정치 진입과 신진 세력의 부상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바뀌지 않는 정치판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닌가? 다시 한 번 부탁 드린다. 보다 현명하고 냉철한 이성과 시각으로 현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돌아보시라. 지금 우리가 문재인과 안철수를 진흙탕 싸움으로 내모는 것이 이 땅의 기득권에게 이익이 되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문재인 의원에 대한 글들이 좀더 많아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view에서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손가락을 꾹 눌러주셨으면 합니다.